본지 136개교 전문대학 총장 대상 설문조사 실시…77개교 총장 답변 56.6% 응답률
교육부, 올 하반기 ‘전문대학 혁신방안’ 발표 예고…어떤 내용 담겨야 하나
전문대학의 성공적 혁신은 ‘법‧제도 기반’에서 정책실행 근거 찾아야
‘직업교육진흥법 제정’ ‘유학생 유치 지원책 우선’ 압도적지지
‘전문대연합 사이트 신설’ 통한 직업교육 원격학습 콘텐츠 개발돼야
찬반 팽팽히 맞선 ‘고등교육법’ 상 명칭 문제…현행 ‘전문대학’ 유지가 근소하게 앞서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을 둘러싼 여러 현안에 대한 교육계 현장의 여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올 하반기에 발표를 예고한 교육부의 ‘전문대학 혁신방안’에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고등직업교육 육성 의지’가 공식적으로 과연 어떻게 담길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다양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31주년을 맞이하며 특집기사 ‘전문대학 총장에게 물었다’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전체 136개 교 전문대학 총장 가운데 77개 교(56.6%)가 조사에 답했으며, 고등직업교육과 전문대학 정책에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택형 4문항과 서술형 6문항 등 10개 문항을 통해 총장들이 밝힌 전문대학 이슈, 고등직업교육 확대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 분석내용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직업교육진흥법’ 제정…“필요하다” 74% 압도적 = 교육부는 지난 8월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전문대학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문대학 혁신 방안’을 수립, 발표하겠다는 단서가 있긴 했지만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 담긴 전문대학 관련 내용은 총 41페이지 가운데 단 2페이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연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느냐는 물음에 회의적인 예측이 상당 수를 차지했다.

이에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우선 물었다. 이 질문에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57명(74.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존 법 개선으로 충분하다’ 14명(18.2%), ‘모르겠다’ 6명(7.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총장들의 답변은 ‘일반대’와 ‘전문대학’ 등으로 교육환경이 구분돼 있으면서도 각 기관의 역할이 모호한 현재를 타개하기 위해,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교육현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학문‧연구를 담당해야 할 일반대가 직업교육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전문대학 역시 일반대의 축소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돼,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일반대와 전문대의 무분별한 경쟁 속에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 시각에는 교육과정이 비슷한 일반대와 전문대는 ‘비슷한’ 대학으로 비춰지고, 이는 결국 일반대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 전문대에 입학한다는 인식을 없애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평생 ‘대입 결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게 되는 사회가 계속되고 있다.

A 대학 총장은 “일반대와 전문대의 역할을 달리해야 한다”며 “순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직업교육진흥법 제정이 매우 필요하며, 안정적 재정지원 기반에서 직업교육의 정체성 확립과 품질 관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B 대학 총장은 “지난 여름 전문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와 ‘100세 사회’에 맞는 전문대의 직업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실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선진 직업교육 실현을 위한 체계적‧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선진직업 교육 실천을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를 통해 직업교육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시행하고, 직업교육 성장경로를 마련할 수 있다”며 “직업교육 정체성을 확립, 안정적인 재원 마련과 질 관리, 직업교육 육성지원 체계 마련 등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교류 활성화…“‘유학생 유치’가 먼저” 72.7% = 국내 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대학 입장에서 ‘국제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하지만 시대 변화를 예견하고 미리 준비한 대학보다 이제까지 국제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대학들이 많았던 까닭으로, 국내 대학들의 국제적 경쟁력은 상당히 뒤떨어진다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이에 본지는 다음 질문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국제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에 대해 물었다. ‘유학생 유치(inbound, 인바운드)’와 ‘해외 캠퍼스(교육과정) 수출(outbound, 아웃바운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설문에서, ‘유학생 유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56명(72.7%)으로 더 많았다.

‘유학생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유로는 △전문대학의 여건상 ‘유학생 유치 완화정책’이 우선 중요하다 △유학생 유치 유관정책이 연계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중도탈락’ ‘불법체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 △정부초청 외국인 장학생 초청 사업과 연계, 본국으로 돌아간 뒤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유학생 입학기준‧등록금 완화 등 ‘헐값 학위 장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학생 정책 개선 방안이 먼저다 △국내 전문대의 ‘현장친화적 직업교육환경’ ‘산업체 맞춤형 교육과정’을 희망하는 유학생을 위한 정책이 더 필요하다 등의 답이 나왔다.

반면 ‘해외캠퍼스(교육과정) 수출 지원책이 필요하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17명(22.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을 알리고, 국내 직업교육 우수성을 해외에 접목하는 것이 선순환적 국제화 역량 강화 측면에서 더 필요하다 △교육부 해외캠퍼스 설립 규제완화 조치를 발판 삼아 더욱 적극적인 신규투자가 진행돼야 한다 △해외캠퍼스 설치의 법적허용 차원을 넘어 국가 간 상호 신뢰구축 등 관련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유학생 유치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한편 C 대학 총장은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가 특화된 직업교육 체계를 갖췄다면 모를까, 큰 틀에서 ‘유학’은 종합대(일반대)의 몫 아니겠나. 지나친 욕심은 국제적으로 국가 망신, 한국 교육의 망신이다. 국내 교육의 내실을 먼저 다지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 대학 총장은 “어떠한 형태든 국제교류에 대한 지원은 궁극적으로 국외 학습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의 지원은 국내 학생에게 돌아가는 것이 기본적으로 타당할 것이다. 국제교류 지원을 하고자 한다면 해당 국가와의 제휴를 위한 국가전략 차원에 국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전문대교협 임시총회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습니다. 한국대학신문DB
사진은 지난 6월 부산에서 열린 전문대교협 임시총회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습니다. 한국대학신문DB

■직업교육의 원격학습은…‘전문대연합 사이트 통해서’가 58.4% = 고등직업교육의 온라인교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MOOC나 원격대학(사이버대)을 통한 교육으로는 고등직업교육 희망자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고등직업교육 수요자들에게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전문대학의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할지 물었다.

‘전문대와 고등직업교육을 위한 연합사이트 신설이 필요하다’가 45명(58.4%)으로 가장 많은 응답 비중을 차지했다. ‘대학별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는 29명(37.7%)으로 조사됐다.

E 대학 총장은 “소규모 전문대의 경우 개별 콘텐츠 개발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직무에 맞는 원격교육 콘텐츠를 공동으로 개발해 공유할 수 있다면 직업교육에서의 원격학습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F 대학 총장 역시 “원격수업 콘텐츠는 미래에 가장 보편적인 교수학습 방법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전문대연합 사이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직업기초역량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공동 콘텐츠 개발, 활용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G 대학 총장은 “전문대학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 수업 콘텐츠를 개발하고, 원격 강좌를 개설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재정지원을 확대해 대학별 콘텐츠를 확보하도록 하고, 일정 시간을 둔 뒤 연합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H 대학 총장도 “기초학습 영역의 경우에는 연합 사이트 신설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전공과 교양, 직업기초 영역에서는 대학별 재정지원이 먼저”라며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맞게 양질의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률상 용어 ‘전문대학’ 현행 유지가 근소하게 앞서…“명칭 변경 실익 없다” = 최근 〈고등교육법〉상 ‘전문대학’이라는 명칭을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현재에는 이 움직임이 주춤한 것이 사실이다.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의 명칭 변경에 대해 전문대학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만 있었을 뿐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 맞기 때문에, 명칭 변경도 이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급변하는 산업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학습해 직업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나이와 지역에 상관없이 직업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법률상 명칭을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변경해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개념이 여전히 우리 국민에게 생소한 탓에 자칫 명칭 변경으로 ‘더욱 모호한 교육기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각 대학이 처한 위치와 상황이 다르고, 명칭 변경이 전문대학의 ‘기능‧역할’의 변질까지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대학도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평생직업교육 명칭 변경’에 대한 답변이 가장 팽팽하게 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현행 전문대학 명칭 유지’를 지지하는 응답자가 35명(45.5%)으로 근소하게 앞섰다. ‘평생직업교육대학 등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32명(41.6%)이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찬반 여론이 치열한 만큼, ‘응답을 포기’하거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10명으로, 유일하게 두 자리 수 비중(12.9%)을 나타낸 문항이다.

명칭 변경을 지지하는 I 대학 총장은 “현재도 ‘○○전문대학’이라는 명칭보다는 ‘○○대학교’라는 명칭으로 교명을 사용하고 있는 대학들이 더 많다”며 “유명무실(有名無實)이다. 법률상으로만 존재하는 ‘전문대학’이라는 명칭을 굳이 써야 하겠는가. ‘수업연한 다양화’를 생각한다면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명확한 정체성 설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J 대학 총장 역시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산업구조의 급격한 개편을 앞둔 지금, 직업교육도 100세 시대를 대비한 평생직업교육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 명칭이 변경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K 대학 총장은 “현행 유지에 찬성한다”며 “현재에도 ‘전문대학’과 직업전문학교인 ‘폴리텍대’를 혼동하는 국민들이 많다. 이 때 법률상 용어만 변경한다고 할지라도 기존 명칭을 변경한다면 더욱 혼란만 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칭 변경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L 대학 총장 역시 “전문대학에 대한 인식이 나쁘거나 개선이 필요한 특별한 이유 없이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의 명칭 변경은 실익이 없다”며 “특히 명칭 변경으로 인해 여러 하부 규정의 변경, 정부정책이나 유관기관에서 활용하는 명칭과의 이해관계 충돌 문제 등을 고려하면 굳이 변경의 효용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M 대학 총장은 “정작 중요한 것은 명칭보다 ‘일반대’와 ‘전문대’의 명확한 역할 분리”라며 “직업교육진흥법이 제정되지 않거나, 진흥법이 다른 법률보다 우선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전문대학’ 유지가 옳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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