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단기 4352년을 맞는 개천절의 도심은 광화문 대 서초동이라는 거리 정치로 갈라졌다. 10월 내내 각자의 진영을 대변하느라 이미 쉬어 버린 목소리는 주말마다 숫자 경쟁이라도 하듯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이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건강할 권리, 행복할 권리, 평화로울 권리를 주장한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너나없이 우리 모두가 수천 년 역사를 함께해 온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점이다.

이제 진영의 논리를 떠나 스스로에게 물어 보자. 위기 때마다 우리를 하나로 이어 준 구심은 무엇인가? 누군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오랜 시간 외래 종교와 권력, 남의 사상과 이념의 대립 속에 분열되어 온 대한민국은 몸통은 온데간데없이 좌우의 날개만 비대해져 더 이상 날 수 없는 새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중심철학을 찾아 몸통이 되는 구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한국의 중심가치가 되는 정신, 나는 그것을 K-Spirit이라고 부른다.

대립과 갈등이 난무하는 시대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인류 역시 비대해진 물질문명의 한계에 이르렀다. 전 세계가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에 시선을 집중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남북통일은 단순히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미래인류의 평화지형을 그리는 데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북통일의 열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은 좌우 이념논리나 종교, 사상에 있지 않다. 남과 북, 한민족과 지구촌 전체를 평화의 보편적인 가치로 융합(融合)할 수 있는 통일의 해답은 바로 K-Spirit의 정수(精髓)인 ‘홍익(弘益)’정신에 있다.

‘홍익’은 한민족의 건국이념인 동시에 정치, 철학, 교육, 문화의 바탕이 되는 공동체적 정서이자 삶의 지향점이었다. 홍익인간은 삶의 가치를 ‘인간완성(人間完成)’에 두었다. 여기서의 ‘완성(完成)’은 수행을 통해 자신의 실체를 깨닫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깨달음으로 인간과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홍익이야말로 인간이 중심이 된 완벽한 인류애의 상징인 것이다.

현재 지구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와 미래에 닥쳐 올 인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홍익정신 속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K-Spirit이 새로운 한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운명적인 기회다.

이제 홍익정치, 홍익경제, 홍익교육, 홍익문화의 K-Spirit 한류는 지구촌 시대의 새로운 문명을 여는 핵심가치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탄생한 뇌교육이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전 세계의 각광을 받는 것도 뇌교육의 원리와 철학이 홍익정신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민족과 인류를 살릴 수 있는 평화의 정신문화가 있다. 역사의 격동기를 거치며 자의 또는 타의로 묻혀 버린 것을 아직 모두 되살려 내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도 한반도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 K-Spirit을 바로 세우지 못하고 비틀대다가는 그 힘이 날로 강해져 가는 주변국 사이에서 다시 100년 전의 역사를 되풀이할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양쪽 날개에 가려진 K-Spirit의 몸통이다. 구심의 정신이 회복될 때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봉황(鳳凰)은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미래로 비상(飛上)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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