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구조조정 정책, 대안은 있다
[기고] 대학구조조정 정책, 대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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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대학: 담론과 쟁점’ 편집인)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

교육부가 8월 14일 발표한 ‘2021년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누차 지적돼 왔다. 인구감소로 정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은 마땅히 대학교육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한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세워져야 한다. 애초 박근혜 정부가 3주기에 걸친 10개년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설계하면서 내세운 명분도 시장에 맡겨놓을 경우 지방대와 전문대 등 하위권 대학들의 몰락과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기본계획’은 시장주의로 완전히 선회한 셈으로 고등교육의 공공성 제고와 단순한 ‘조정’을 넘어선 ‘개혁’을 추구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포기한 정책 파산 선언에 가깝다.  

‘기본계획’의 근본적인 문제는 자율성을 앞세운 시장주의를 택함으로써 한국 대학의 고질적 병폐인 수도권 중심의 서열구조가 개선되기는 커녕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원 조정이 대학 자율에 맡겨진다면 상대적으로 학생 충원에 유리한 수도권의 어떤 대학이 스스로 정원을 줄이겠는가? 결국 서열구조에서 취약한 지방 군소사립대나 전문대에 조정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방대와 전문대에 대한 조정이 강화되는 것과 아울러 국가 재정지원은 상위권 대학에 집중될 것이 예상된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대학 사이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것은 물론, 대학 서열구조가 사회 불평등과 맺어진 현실에서 이 같은 조정방식이 불평등 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정부는 학령인구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장적 접근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할지 모르나, 과연 그런가? 필자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조정을 마친 이후의 대학의 전체상을 토대로 세워져야 한다는 전제 아래 첫째, 획일적 대학이 아니라 특성화를 지향할 것, 둘째, 수도권 중심 서열구조를 완화하는 방향일 것, 셋째, 사립중심의 편제를 공공적 대학 중심으로 개편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리고 전국 대학들을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동안의 ‘일률적 평가’를 ‘구별적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학들은 특성ㆍ설립 형태ㆍ규모ㆍ소재 지역에 따라 현격히 다른 조건을 가지기 때문에 일률적 평가로는 왜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급격한 정원 감축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진행될 3주기 대학구조조정은 시장주의에 편향된 ‘기본계획’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정책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특성을 중심으로 대학들을 평가하는 것이 그 한 방안인데, 이 경우 대학들을 연구중심, 교육중심, 기술교육중심으로 나누어 따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대학의 특성을 나누기 어렵다면 각 대학에 특성화를 요구하고 평가 군을 선택할 수 있게 자율권을 부여하면 될 것이다. 특성에 따라 대학들을 나누어 평가하게 되면 각 대학에 대한 평가는 그 그룹에 적절한 지표를 통해 이루어지고, 각각의 특성을 추구하게끔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를테면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대와 수도권의 세칭 일류대의 경우 비대한 학부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평가에서 학문적 역량 및 학문 후속세대 지원 대책에 가중치를 두게 되면, 조정을 거치며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특성이 강화될 수 있다. 반면 교육중심을 선택한 여타의 4년제 대학들은 불필요한 대학원을 없애고 학부 교육 중심으로 재편하게끔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전문대를 비롯해 기술교육을 특성으로 하는 대학의 경우에는 해외 선진국들이 그렇듯 기술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정책 방향을 세우고 순차적으로 공영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의 감소가 대학에 위기를 초래한 것은 사실이나 조정을 통해 한국 대학의 구조적 병폐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대학 구조조정은 수도권 중심의 과도한 서열화를 완화하고 일류대 편중의 불평등 구조를 개혁하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시장주의로 회귀하는 ‘기본계획’은 이 폐단을 더 심화시킬 뿐이며, 만약 이 같은 반개혁적이고 반공공적인 정책을 강행한다면 이 정부는 한국 대학의 장래에 암운을 던진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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