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정시 확대 발언, 동네북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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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 여론 확산···OECD 교육국장도 비판
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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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희대의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이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것. 교육계와 대학가, 보수와 진보진영을 막론하고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교육부·국가교육회의 패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여러 가지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에 문 대통령은 25일 교육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할 예정. 교육관계 장관회의를 통해 후속대책이 제시될지 주목되지만, 문 대통령이 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갖고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면서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정시 비중 상향, 즉 정시 확대가 뜬금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시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고교학점제에 맞춰 입시제도 개편), 교육부 입장(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정시 확대설 부인)과 역행한다. 교육부가 “그동안 학생부종합전형 비율 쏠림이 심각한 대학들, 특히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협의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반발 여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교육감)은 “교육부가 학교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이유로 정시 확대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선, 일부 대학에 대해 정시 비율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있다. 정부의 갈지자 정책이 혼란만 키우고 있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는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 학생부와 입시과정 공정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종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장(경남교육감)은 “교육부가 교육주체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교육단체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한 목소리로 문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교총은 그간 대입제도를 비롯한 교육정책의 일관성, 안정성, 예측가능성을 위해 교육법정주의를 강조했다. 교육부는 수시‧정시 비율로 논의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며 분명히 선을 그어 왔다”며 “그럼에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 확대 등을 포함, 입시 개편을 공식 거론한 것은 당‧정‧청 간 엇박자를 드러낸 것이자, 교육현장의 혼란과 혼선만 초래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또한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으로 또 다시 급선회하는 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 아니, 과연 ‘철학’이 있기는 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오랜 논의 끝에 사회적 합의에 이른 과정을 모두 무위로 돌아가도 되는가. 사교육 업체 주가가 폭등하고, 교육현장을 대혼란 속에 빠트린 지금의 사태가 발생해도 지지율만 올리면 되는 것인가. 정시 확대는 어느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가”라면서 “정시 확대는 공정성 강화의 답이 될 수 없다. 이미 밝혀진 많은 연구와 통계에 따르면 정시는 학생부 중심 전형에 비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형이다. 오히려 계층 대물림이 이어지는 등 공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책임자 경질과 사교육업자의 해촉을 촉구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포함한 입시 개편'이라는 내용이 발표된 이후 교육계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이는 교육부 장관이 바로 전날까지 공언하던 내용과 배치될 뿐 아니라 짧게는 지난 10년간 혁신교육의 흐름, 길게는 이해찬 장관 시절부터 20년 넘게 이어져온 교육개혁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주무 장관이나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까지도 모르는 내용이 연설문에 나간 것은 이른바 ‘정권 실세’라 불리는 세력이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세간에 도는 ‘비서실 정부’라는 풍문이 사실일 수 있다. 청와대 비서진 내 책임자 경질과 교육공공성특위 등에 포진된 사교육업자의 해촉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학가의 입장도 동일하다. 특히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받은 '전국 대학 정시전형 적정비율 설문조사(일반대 등 198개교 중 89개교 응답) 결과에 따르면 47개교(52.8%)가 '정시 비중 30% 미만'을 선호했다. '30% 이상~40% 미만'이 31개교(34.9%)로 뒤를 이었고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6개교(6.7%), '정시 40% 이상~50% 미만'이 5개교(5.6%)였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과거부터 정시 비율이 높을수록 8학군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률이 높았다. 대입이 수능 위주 전형으로 돌아간다고 공정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8학군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면서 “8학군 지역의 경제적 특성상 정보력도 비교적 빠르다. 당해 수능출제위원과 수능출제위원의 전공이나 특성을 파악, 수능 출제 유력 범위의 분석 정보를 얻는 등 유리한 결과를 얻기 쉽다”고 지적했다.

장 총장은 “입시제도는 입시를 넘어 대학 이후 생활, 크게는 국가균형발전까지도 고려해 다뤄야 할 문제”라며 “입학사정관제(현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이후 카이스트를 비롯해 ‘명문대학’에 지방학생들이 많이 입학했다. 수능 위주 시절에는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태훈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입시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공정성 못지않게 안정성도 중요하다. 그래야 예측도 가능하다”며 “학력고사와 수능 선발 방법이 공정하지 않고 지역별·학군별로 특정 계층이 발생, 그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수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시는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한다. 그러나 객관적이라고 공정한 것이 아니다”면서 “학력고사와 수능이 공정한 결과를 낳지 않았으니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학종이다. 학종을 보완, 개선하면서 유지해 나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이하 한교협)는 대학 자율을 강조했다. 한교협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확대를 일방적으로 발표, 대입 혼란을 부추긴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조령모개식 교육정책 모습을 보면서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즉흥적이고 땜질식처방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원칙을 지켜,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전형과 학생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도 “입시 표준화가 꼭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며 정시 확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국장은 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 참석, “한국처럼 학생과 학부모, 정부가 입시에 관심을 쏟는 나라도 드물다. 한국은 입시에 사로잡혀 있다. 대학도 학생이 학교에서 전반적으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살펴보고 뽑아야 한다. 기업이 면접으로 지원자의 과거, 성과를 파악하고 직원을 선발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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