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조 NH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

주변에 투자자를 보면 특정 상품이나 특정 자산만을 고집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죽으나 사나 주식형펀드에만 투자하는 사람이 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채권형펀드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투자하면 일반적으로 투자 성과는 시기에 따라 매우 불안정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손실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원금을 지키면서 수익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일까? 첫 번째 방법은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은행 예금과 같이 손실을 전혀 보지 않는 상품만 가입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투자 원금을 지키는 데에는 최고지만 수익성이 매우 떨어진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는 돈을 불리는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원금이 2배가 되는 기간을 어림짐작으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72의 법칙’이 있다. 이는 72를 이자율로 나누어서 원금이 2배가 되는 기간을 계산하는 것이다.

[표1] 72의 법칙: 원금이 2배가 되는 데 걸리는 기간 = 72 / 적용이율(복리)

위의 [표1]에서 이자율이 8%라면 원금이 2배가 되는 기간이 9년이지만, 2%라면 36년이 걸린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형펀드에만 투자하는 것이다. 원금 보존 가능성은 가장 낮지만 고수익만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단점은 잘못하면 원금 손실이 크게 발생해서 투자를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투자자들은 주식형펀드에 큰 돈을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

예금에만 투자하거나 주식형펀드에만 투자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황에 따라 주식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과 예금으로 대표되는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을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이라고 하는데 자산배분의 가장 기본은 경기 상황에 따라 자산별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즉,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측될 때에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경기가 나쁠 것으로 예측될 때에는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위험자산이란 경기가 좋을 때 수익률이 좋은 자산이고, 안전자산이란 경기가 나쁠 때 수익률이 좋은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산시장에서 위험자산 또는 안전자산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2]와 같다.

[표2]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구분

자산

위험자산

주식,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 원자재 중 원유 등

안전자산

국공채, 미국 달러, (Gold)

위의 [표2]에서 하이일드(High Yield)채권이란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말하는데 경기가 회복되면 기업 부도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이지만 경기회복기에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하이일드펀드의 성과가 개선되는 시기는 주식형펀드와 거의 유사한데 다만, 수익률과 변동성이 주식형펀드에 비해 작을 뿐이다. 그리고 원자재(Commodity) 중에서는 원유(Crude Oil)와 금(Gold)이 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원유는 모든 산업에 쓰이지만 특히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 사용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고, 금은 반대로 경기가 부진하거나 위험이 증가하는 시기에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이와 같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구분한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반대로 경기가 악화되는 시기에는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인다면 자산배분의 기초가 완성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80%, 안전자산의 비중을 20%로 유지하다가 경기가 악화되는 시기에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반대로 바꾸는 식이다. 명심할 점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기 때문에 자산배분에서는 특정 자산에만 100% 투자하는 법은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산배분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데 이렇게 투자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원금을 지키면서 수익을 꾸준히 지키기 위해서는 자산배분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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