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양정 확대에 따른 부작용…교육부 공문 보내기도
일본ㆍ호주는 유학생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
교육부, 해외캠퍼스 설립 규제 풀어…주요 대학 ‘관심’

사진=한국대학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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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학령인구 급감과 등록금 인상이 요원한 상황에서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해외 캠퍼스 설립’을 모색하고 있다. 교육영토 확장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 시대 ‘목전에’ = 14일 교육부가 공개한 '2019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유학생은 16만16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도 14만2205명에서 12.6%가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는 2015년 학령인구 감소 대비와 국가‧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한다는 내용의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그 결과 2016년 외국인 유학생 수가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세대 국제처 관계자도 “등록금이 10년째 동결돼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양질의 한국어 강의로 학교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투자를 위해 건물을 짓고 수많은 한국어 강사를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도 지난 3월 전자비자 발급대상을 확대하고, 시간제 취업 허용 업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을 한시적으로 제한했으나,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 학업과 병행해 시간제 취업을 할 자리가 없어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에 토픽(TOPIK) 4급 이상을 취득한 경우 제조업 분야에 대해 시간제 취업을 허용키로 했다. 

■ ‘비자 공장’이란 비판도…교육부 각 대학에 주의 = 그러나 양적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학의 유학생 선발제도가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통로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체류 조건을 어기는 불법체류 건수도 늘어났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대학 불법체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시내 10개 주요 대학의 유학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 수도 급증하고 있었다. 2016년 115명이었던 유학생 불법체류자는 2018년 607명으로 3년간 5배 이상 증가했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 대학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거점국립대의 경우 유학생 불법체류자가 2016년 41명에서 2018년 259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특히 불법체류자 의혹이 집중되는 지방 사립대는 실태조사조차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들이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비자공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교육부가 각 대학에 유학생 관리를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베트남 어학연수생의 불법체류율(70%)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해 베트남 어학연수생 초청과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대학의 불법체류자 양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상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 유학생 유치는 거의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이찬열 의원은 “대학의 자체 검증 부실로 불법체류가 폭증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불법체류자를 줄이기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며 “‘마구잡이식’학생 유치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한 유학생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이민정책과 연계한 日, 취업에 방점 찍은 濠 = 선진국은 일찍부터 해외 유학생 유치로 교육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의 재정에 피를 수혈하는 한편, 취ㆍ창업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본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재정난의 위기를 한국보다 먼저 맞닥뜨리면서 일찍이 유학생 유치 정책을 폈다. 1983년 유학생 유치를 위한 걸음을 뗐으며, 2008년 ‘유학생 30만 명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라 일본은 유학생 유치 중심에서 졸업 후 취업까지 추진하는 것으로 초점을 옮겼다.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해 유학정책을 이민정책의 하나로 전환한 것도 특징이다. 이는 심각한 고령화에 따라 유학생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졸업 후 취업의 문을 넓힌 동시에, 국가 차원에서 이들이 자국에 머물도록 적극적 정책을 펴고 있다. 

대학과 기업이 실시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인재 수입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도쿄대와 와세다대 등 12개 대학과 16개 대기업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유학생들이 재학 중에 장학혜택을 받고, 졸업 후에 일본 기업에 취업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더 나아가 유학생의 창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달 비자 규정을 완화하기도 했다.  

유학생 글로벌화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리쓰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APU)의 고레나가 슌 전 총장은 “일본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민국가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면서 “APU 캠퍼스에는 60여 개국의 학생과 일본 학생이 섞여 있다. APU가 일본의 미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유학정책을 도입했다. 질 높은 교육, 수업료 보장 등을 입법화해 적극적 유치 정책을 제도화했다. 학생비자 요건을 위반할 시 교육제공기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질 관리도 제도화했다. 

또한, 유학생이 다닌 대학과 상관없이 ‘졸업 후 취업비자’ 조건에 맞는 유학생에게 비자를 발급해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주 경제에 기여할 기술과 교육을 지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민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원자 절반 이상이 호주에서 학위를 취득한 유학생이다. 

호주에 온 유학생들은 학위보다 직업학교에 등록한 경우가 훨씬 많아 다양한 커리큘럼 과정을 개설했다. 직업훈련과정(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VET)에만 2014년에 약 15만 명의 유학생이 등록했다. 이를 통해 16억3000만 달러의 경제적 이익과 13만개의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유학생유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문했다.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ㆍ지원 확대를 위한 정책연구》에서 “정부 다른 부처가 유학생 규제에 더 큰 의미를 두는 현상이 지속하는 한, 한국은 유학강국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도 뒤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성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수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정책 개선 방향’을 “유학생이 취업할 수 있는 직종, 기업, 채용규모 및 기한, 급여 수준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중앙정부, 지자체, 그리고 업종별 협회 등이 연계해 제공하고,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이 참여하는 인턴십 프로그램(한양대) 등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법적근거 마련, 베트남에 캠퍼스 설립 가능= 거꾸로 대학이 해외에 진출해 캠퍼스를 설립하는 것도 재정난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는 대학의 해외이전을 허용하고, 해외캠퍼스 학과 및 정원은 국내캠퍼스와 관계없이 개설 및 증원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규제 정부 입증책임제’를 발표했다. 규제 정부 입증책임제란 규제 존치의 필요성을 국민,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입증하도록 책임 주체를 전환한 제도다.

기존에는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었고, 이 때문에 국내캠퍼스 이전 시 학과 증설 및 정원 증원이 불가능했다. 이에 교육부는 일부 학과의 해외이전을 허용하고, 해외캠퍼스 설립 시 국내캠퍼스와 관계없이 학과 개설 및 정원 증원을 허용토록 개선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치로 대학은 동남아 등 신남방 지역의 교육 수출을 통해 활로 모색이 가능해질 전망”이라면서 “또한 국내 대학의 특성화 분야 학과를 해외캠퍼스에서도 동일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대학의 강점을 키우고 글로벌 경쟁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내캠퍼스와 해외캠퍼스 간 수업 교류로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도 확대될 전망이다.

대학들은 오랫동안 요구해 온 만큼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서울대는 2010년 베트남에 분교 및 캠퍼스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재정 문제로 현지 대학에 교육과정을 수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바 있다. 이번 교육부 발표로 서울대, 한양대를 비롯해 주요 대학들은 해외캠퍼스 신설사업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캠퍼스를 구축하는 재원으로 국내 대학의 등록금 회계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자산 빼돌리기’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임용빈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장은 “현재 정책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단계”라며 “일각의 우려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올해 말 구체적인 논의와 대교협 TF 등에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년 초 입장 정리가 되면 법률개정이나 규정 등 어떤 부분을 개정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원하는 대학이 해외에 나가 필요한 역할을 다하도록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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