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 전국교수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교수 5단체가 5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정 강사법 시행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민교협, 전국교수노조,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교수 5단체가 5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정 강사법 시행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8월 1일부터 시행됐다. 2011년 12월 30일 제정된 뒤 무려 8년 만이다. 4차례의 시행 유예가 보여 주듯이 강사법 시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 이후에도 혼란과 우려가 여전하다. 따라서 강사법은 시행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완성까지 개선과 보완이 요구된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http://www.hibrain.net)은 강사법의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강사들을 대상으로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8월 14일부터 9월 1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고 1004명의 강사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강사법 시행 이후 강사 대상 설문조사로는 최대 규모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의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는 총 3회에 걸쳐 연재된다. 1회와 2회에서는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연속 게재한다. 이어 3회에서는 강사법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과제와 방안을 제시한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의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가 강사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았다는 점에서 강사법 시행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폐지가 답이다.” A 강사는 본지와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에서 강사법 개선방안 질문 항목에 ‘폐지’를 주장했다. 강사법 제정 취지는 강사의 신분 안정과 처우 개선이다. 그러나 강사법이 강사 구조조정의 빌미로 작용하면서, 강사들이 되레 강사법을 불신하고 있다. 결국 비난의 화살이 대학을 향하고 있다.

■ 재정난에 강사 해고 불가피, 재정 확보가 관건 = 반면 대학들은 재정 부담을 호소한다. 대학들은 강사법에 따라 강사의 재임용 절차를 3년간 보장하고 강사에게 방학 기간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재정난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사법 유예 기간 동안 반값등록금 정책이 지속되면서 대학 재정은 2011년에 비해 더욱 악화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따르면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 이후 사립대 1개교 평균 학부 등록금 수입이 2011년 대비 2017년 명목적으로 19억원 이상 감소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66억원 이상 감소했다. 재정난은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며 △기계기구매입비(2011년 3622억원→2016년 2978억원) △연구비(2011년 5397억원→2016년 4655억원) △실험실습비(2011년 2145억원→2016년 1940억원) △도서구입비(2011년 1511억원→2016년 1387억원) 등 직접교육비가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 예고는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다. 이성은 대교협 연구1팀장은 “2020년과 2021년 입학생 수 감소로 사립대 1개교 평균 등록금 수입은 2년 간 21억1400만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법이 시행됐다. 대학 입장에서 재정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립대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영국 의원(정의당)이 전국 40개 국립대를 대상으로 2018년 2학기와 2019년 2학기 교원·강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8년 2학기 대비 2019학년 2학기에 강사가 1만3609명에서 1만1721명으로 1888명 감소했다. 13.9%p 감소한 것이다. 반면 겸임교원은 1315명에서 1547명으로 232명 증가했으며 초빙교원은 1236명에서 1380명으로 144명 증가했다. 대학별 강사인원 축소 현황을 살펴보면 경북대가 25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대 225명, 서울대 203명 순이었다.
여 의원은 “강사법이 본격 실시됨에 따라 대학들이 강사를 줄이고, 겸임교원과 초빙교원으로 일부 대체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상대적으로 재정이 안정돼 있고, 국가 정책을 무시할 수 없는 국립대 실정이 이렇다면 사립대는 더욱 큰 비율로 강사 해고가 됐을 것이다. 교육부의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어찌 보면 대학들도 피해자다.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적용)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 재정지원 규모가 확대된 것도 아니다. ‘2019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 재원의 대학 투입 비율은 0.7%다. OECD 평균치(0.9%)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마땅한 대안 없이 강사법이 시행됐다. 재정난 해소 없이 강사법 논란은 해결이 요원하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은 “교육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정책을 개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정책이 거시적 관점에서 만들어지기보다 단기성과 위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일관성과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교육정책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다. 강사법이 대표적이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학문 후속 세대인 강사에게 적절한 지위와 직업안정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강사법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려면 강사의 고용안정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재원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강사법과 반값등록금 문제 해결,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고등교육 예산을 적어도 2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꼼수 채용 도마 위, 대학 자구노력 필요 = 물론 대학들도 재정난만 호소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대학들의 꼼수 채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사들은 공동 설문조사에서 ‘강사법에 따라 강사를 공개채용하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32.4%) △그렇지 않다(32.5%) △보통이다(26.1%) 순으로 응답했다. 내정자 채용이 최대 이유로 지적됐다. 2순위는 지원서류 과다, 3순위는 공고기간 부족, 4순위는 행정처리 미숙으로 나타났다.

내정자 채용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채용 인원이 아무리 적어도 내정자 채용 논란이 계속되면 대학들이 비난 여론에 휩싸인다. B 강사는 “내정자에 밀린 전임자다. 내정자로 인해 실력과 상관없이 다른 지원자가 들러리 역할을 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C 강사는 “내정자가 있는 상황에서 면접까지 보고 공고 심사기준과 다른 기준으로 심사했다. 결국 불합격 처리한 뒤 재공고했지만 재공고 심사 기간이 완료되기 이전 박사학위도 없으면서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뽑혔다”고 토로했다. D 강사는 “공채과정이 공정한 대학도 있으나, 내정자 등 불공정한 공채가 좀 더 많은 것 같다. 법률적인 제한과 함께 심사단 구성 등 대학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원서류 과다와 공고기간 부족도 해결과제다. 이를 위해 강사들은 공통 사이트 개설과 운영을 제안하고 있다. E강사는 “강사 채용 시 통일된 지원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각 학교별로 지원사항이나 서류도 각양각색이고 시간을 너무 소비했다. 공통 사이트에 강사 지원 공고가 올라오면 한 번에 지원 가능한 매뉴얼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 독소조항 개정 시급, 정부와 국회 역할 강조 = 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시행된 강사법. 하지만 강사법에 따른 혼란, 우려, 갈등이 난무한다. 대학이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사실 강사와 대학 모두 피해자다. F 강사는 “학생 수가 감소하고 대학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되는데 강사 채용을 확대하라고 하면 어느 단체든 꼼수를 쓸 수밖에 없다. 대학 (재정)지원을 무기로 강사법을 지키라고 할 것이 아니다. 등록금 동결을 풀어 주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강사를 고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책 추진과 입법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정부와 국회가 대학과 강사 사회의 현실을 면밀하게 살핀 뒤 단기적으로 독소조항을 재개정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평가지표로 대학들을 압박하면 강사법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강사들은 교수시간(시수)을 한 목소리로 문제삼고 있다. 강사들은 강사법에 따라 교원 지위를 얻으면서 시수 규정을 적용받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강사의 시수는 매주 6시간 이하가 원칙이다. 단 대학 총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매주 9시간까지 가능하다. 반면 전임교원(교수, 부교수, 조교수) 시수는 매주 9시간이 원칙이다. 겸임교원, 초빙교원 시수도 매주 9시간 이하가 원칙이지만 강사와 마찬가지로 대학 총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매주 12시간까지 가능하다. 강사만 시수가 기본적으로 6시간 이하로 규정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강사의 시수를 6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시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재정 부담도 증가한다.

G 강사는 “시수 개정이 시급하다. 6학점 즉 6시간 제한은 강사들의 생계에 타격을 크게 입힌다. 강사 노조에서는 6학점씩 여러 학교에서 강의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강사법 시행 이후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공채에서 줄줄이 떨어지고 한 두 학교에서 6학점 강의를 하면 생계에 타격을 입는다. 한 학교에서 12학점 강의하는 것이 강사들의 처우와 연구ㆍ수업의 질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강사들이 말한다, “강사법 이렇게 개선하라”

△“강사의 지위가 교원으로 바뀌는 것보다 강사의 생계를 책임져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교원의 지위만 있고 강의가 없거나 혹은 6학점밖에 강의할 수 없기 때문에 생계에 문제가 생긴다. 시간당 강의료가 5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한 학교에서 6학점을 강의하면 120만원을 받는다. 만약 시수 제한이 없거나 강사법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계속 강의할 수 있었다. 교원 지위도 좋지만 당장 강사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시수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채용 기준표에 의해 점수를 주고, 합격자를 결정하고, 면접 없이 서류전형으로 해야 한다. 면접은 내정자 합격을 위한 변수다. 서류·전공전형으로 해야 한다.”

△“학부·대학원·특수대학원을 통합해 강의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개설 과목이나 학과 상황에 따라 몇 학점 이내에서 학부나 대학원 강의를 자유롭게 배정받을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학부·대학원·특수대학원이 별도로 모집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

△“현재의 강사법은 강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강사들에게 강사료 현실화가 가장 중요하다. 이게 우선되지 않으면 강사법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진짜 필드에서 강의하던 강사들에게 한번쯤이라도 물어보고 일을 진행했어야 했다. 강사단체 말만 듣고 갑자기 처리하는 것이 뭔지 싶다. 처우 개선이라는 것이 조삼모사 아닌가? 한 번에 다섯 개 먹을래, 다섯 번에 하나씩 먹을래 아닌가?”

△“모든 학교에서 너무 많은 서류를 요구하고 너무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것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 KRI(한국연구업적통합정보시스템) 사이트 등을 이용해 채용과정을 단순화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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