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에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추진한다. 타깃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과 논술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들이다. 명분은 대입 공정성 강화. 조국發 대입 특혜 논란이 정시 확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시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역행한다. 자칫 대입공론화 결과(2022학년도 대입 ‘정시 30%룰’)와 대입 4년 예고제의 근간까지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라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정시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대학가와 교육계는 정시 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시 확대가 사교육 활성화와 교육현장 혼란의 원인이라는 것. 이에 문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겨냥, 표심잡기용으로 대입제도를 이용하며 사교육시장을 키우고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가 개최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 이어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정시 확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학종 불신이 큰 상황에서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부의 공정성과 투명성, 대학 평가에 대한 신뢰가 먼저 쌓인 후에야 추진할 일이다. 그때까지는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 알지만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라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핵심 문제는 입시 영향력이 크고 경쟁이 몰려 있는 서울 상위권 대학 학종 비중이 신뢰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데 있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 대학에 정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지켜줄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국민의 시각이다.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교육부는 후속조치를 추진한다. 현재 교육부는 13개 대학(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를 통해 비교과영역 가운데 부모 정보력과 경제력이 크게 영향력을 미치는 부분 등을 중점 점검한 뒤 11월에 대입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주문에 따라 대입공정성 강화방안에 정시 확대 계획도 포함시킨다. 따라서 13개 대학 가운데 서울 소재 대학들이 메인 타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생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비교과영역 중 부모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손질할 것이다. 특정 고교유형에 유리하고, 사교육을 과도하게 유발한다고 지적되는 대학의 입학전형은 상세히 살펴 적극적으로 축소·폐지를 유도할 것”이라며 “학종과 논술전형의 쏠림 현상이 높은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해서는 정시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을 상향 조정하되, 구체적인 상향 비율과 적용 시기는 대학·교육청 등과 협의해 11월에 발표하겠다. 정시 수능 위주 비율 폭은 2018년 대입공론화 과정 합의 내용과 현장 의견을 청취하며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시 확대 명분으로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대학가와 교육계가 정면 반박하고 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정시 확대는 공교육을 죽이고 8학군·학원가 집값만 자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총장은 “과거부터 정시모집 비율이 높을수록 8학군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률이 높았다”면서 “조국 자녀 문제를 단초로 시작된 입시비리 문제를 마치 현 입시정책의 문제로 한정하는 것은 잘못됐다. 대입이 수능 위주 전형으로 돌아간다고 공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8학군 지역의 경제적 특성상 정보력도 비교적 빠르다. 당해 수능 출제위원과 수능 출제위원의 전공, 특성을 파악해 수능 출제 유력 범위 분석 정보를 얻는 등 유리한 결과를 얻기 쉽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에서 정시 30% 이상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이미 서울대 등 주요대학이 30% 이상 반영을 발표한 만큼 각 대학의 정시 확대를 안착시키는 일부터 해야 한다”며 “하지만 30% 이상을 훨씬 뛰어 넘는 비율을 각 대학, 특히 학종 실태조사 진행 대학에 강제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치적 요구와 예단에 떠밀려 11월에 섣불리 결정하고 발표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이며 교육현장에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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