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에 유리한 전형은 정시? 태반이 N수생·교육특구
정시 늘릴 시 일반고 ‘반사이익’ 필연적 감소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통령이 나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형국이다 보니 학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가열차게 타오르고 있다. 급기야 학종의 긍정적인 면이 모두 ‘미신’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대를 기준으로 볼 때 일반고 출신 비율이 수시보다 정시에서 높으니 일반고에게 유리한 전형은 곧 정시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야당 대입공정성강특위 위원의 주장이라는 것을 볼 때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정부의 주장과도 일부 맥이 닿아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통계를 잘못 해석했거나, 진실을 호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재학생으로 대부분 채워지는 수시모집과 달리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태반은 ‘N수생’이며, 또 다시 이 중 상당수는 강남3구와 양천구로 대변되는 ‘교육특구’ 출신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N수생과 교육특구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을 외면하고, 정시모집이 일반고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학종 장점은 미신? 주장의 근거 ‘일반고 비율 정시가 더 높아’ =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긍정적 효과들이 ‘미신’이라는 반박이 제기됐다. 여당이 대입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지난달 발족한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학종에는 농어촌·저소득층 특별전형이 있다. 이러한 특별전형 합격자가 학종 합격자에 포함돼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전형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근거로 서울대 합격자 비율을 내세웠다. 통계를 봤을 때 일반고가 두각을 나타내는 전형은 학종이 아닌 정시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지난해 일반고 출신 정시 합격자 비율은 59.3%, 수시 합격자 비율은 35.6%”라며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정작 일반고 학생들이 정시에서 강세라는 점, 저소득층 등의 특별전형이 학종에 포함돼 통계를 왜곡한다는 점을 볼 때 학종의 긍정적인 면은 ‘미신’이라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이 소장은 “학종이 공교육을 살린다는 주장은 미신이다. 교육관계자들과 언론이 근거 없이 미신을 퍼뜨리고 있다”며 교육계와 언론에도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비율만 놓고 보면 그런데…수시 일반전형 기준 데이터 = 이 소장이 주장하는 수치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지난해라는 점을 볼 때 이 소장이 가리키는 것은 올해 신입생 선발 과정인 2019학년을 뜻하는 것. 2019학년 고교유형별 서울대 진학결과는 서울대가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 뒀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일반고가 서울대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그리고 각 모집시기별 전형에 따라 각기 달리 나타난다. 최초합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수시모집에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2523명 중 1244명으로 49.3%다. 전형별로 보면, 일반전형의 경우 전체 합격생 1747명 중 584명으로 33.4%며,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의 경우 612명 중 533명으로 87.1%가 일반고로 채워졌다. 이 소장이 언급한 특별전형인 기회균형선발전형Ⅰ(이하 기균Ⅰ)은 164명 중 127명으로 일반고 비율이 77.4%를 기록했다. 

정시모집은 어땠을까. 동일한 최초합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시모집에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909명 중 511명으로 56.2%였다. 수시모집과 다른 점은 전형별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 일반전형의 경우 902명 중 507명으로 56.2%, 기회균형선발전형Ⅱ(이하 기균Ⅱ)의 경우 7명 중 4명으로 57.1%를 일반고가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개된 데이터들을 볼 때 이 소장이 언급한 수시전형은 일반전형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정시모집은 기균Ⅱ 선발인원이 고작 7명에 불과하기에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동일하게 기균Ⅱ를 빼고 보면, 일반전형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고는 수시에서 33.4%, 정시에서 56.2%를 차지하고 있다. 이 소장이 주장한 ‘일반고의 정시 비율은 59.3%, 수시는 35.6%’와 엇비슷한 값이다. 

‘최초합격자’가 아니라 서울대가 올해부터 공개하기 시작한 ‘실 등록자’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결과는 같다.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전형 기준 수시모집 34.3%, 정시모집 55.8%로 최초합격에서 기록된 33.4%, 56.2%와 비교했을 때 수시모집에서는 일반고의 비중이 늘고, 정시모집에서는 일반고의 비중이 줄었지만, 차이가 크지 않은 편이다. 

■팩트체크, 일반고의 정시 강세? 서울대 정시 태반은 N수생·교육특구 출신 = 문제는 이 소장의 주장이 고교유형별 합격자 비율이라는 ‘껍데기’를 핥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단순 비율만 놓고 보면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시보다 정시보다 높다. 하지만, 실질을 들여다보면 정시모집이 일반고를 위한 전형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 

정시모집이 일반고에 유리한 전형이라는 이 소장의 주장은 정시모집 합격생의 △N수 여부 △출신 지역을 살피는 순간 뒤집힌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된 ‘2016학년~2018학년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시도별 분포 현황’을 보면, 정시모집 입학생의 과반수 이상은 ‘N수생’으로 채워져 있었다. 3년동안 서울대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2751명 가운데 51.8%인 1426명이 N수생이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정도가 심했다. 실제 서울대에 입학한 등록자를 기준으로 볼 때 2018학년과 2019학년 N수생 비중은 각각 57%였다.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10명 중 6명에 가까운 인원이 N수를 거쳤다는 것이다. 

반면, 수시모집은 N수생의 비중이 극히 적다. 그간 서울대는 최초합격 현황을 발표할 때 N수생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해 초 최종 등록 현황을 통해 이를 공개한 상황. 57%에 달하는 인원이 N수생이었던 정시모집과 달리 수시모집에서 N수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6% 선에 불과했다.

정시모집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역쏠림’도 심각했다. 3년간 서울대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들 중 41.2%인 1133명이 서울 출신이었다. 27.1%를 차지한 경기지역까지 더하면 서울·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8.3%나 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이다. 기본적인 인구가 많다지만, 서울대 정시모집에서의 서울 쏠림 현상은 정도를 넘어선다.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2018학년 고교 졸업자 현황을 특수학교 등을 제외하고 지역별로 취합해 보면, 서울지역 고교 졸업자는 전국 17.2%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서울이 41.2%를 차지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수치다. 그나마 경기지역은 졸업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26.5%이기에 27.1%의 서울대 정시모집 비율이 나온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졸업자 수와 비교하더라도 정도가 심각한 서울지역 쏠림현상의 배경은 ‘교육특구’로 일컬어지는 강남3구와 목동이 있는 양천구에서 비롯된다.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의 41.2%를 차지하는 서울지역 학생들 가운데 59.6%인 675명이 강남3구와 양천구에서 나왔다. 서울·경기 다음으로 많은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을 배출한 전북을 필두로 대구·부산·대전·충남·경북·광주·인천까지 무려 8개 시·도의 현황을 더해도 637명이다. 강남3구와 양천구에서 나온 서울대 정시모집 입학생 수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같은 통계들을 볼 때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시모집보다 정시모집에서 더 크다”는 주장은 맞을지언정, 이를 놓고 일반고에 유리한 전형이 정시모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해 보인다. 결국 정시모집의 태반은 N수생이며, 강남3구와 양천구로 대표되는 ‘교육특구’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맹점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정시모집이 일반고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교육특구·N수생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소장의 주장은 ‘수박겉핥기’식으로 통계를 해석했기에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영재학교·특목고 등 수시 선택에 따른 ‘반사이익’ 간과 = 데이터로 증명될 수 없는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교 단계에서부터 입시를 거쳐야 하는 특목고와 자사고, 영재학교 등의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고교에서 가장 앞선 입시를 실시하는 곳은 영재학교다. 이들 고교는 고입에서도 가장 먼저 학생 선발을 진행하는 ‘특차’ 성격의 입시를 실시하고 있다. 그만큼 자연계열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가장 먼저 지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영재학교의 경우 현재 정시모집과 거리가 멀다. 2019학년 등록자를 기준으로 보면, 영재학교에서 나온 서울대 입학생은 모두 293명. 이 중 272명이 수시모집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정시모집 입학생은 겨우 21명에 불과하다. 

영재학교의 뒤를 이어 자연계열 우수 학생들을 다수 선발하고 있는 과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과고출신 입학생 143명 가운데 137명이 수시모집 입학생이었고, 정시모집 입학생은 겨우 6명이었다. 

영재학교·과고보다는 덜하지만, 다른 특목고도 정시보다는 수시에서 ‘승부’를 보는 경향이 짙다. 외고는 269명 중 202명, 국제고는 48명 중 33명이 수시모집 입학생이었다. 외고, 국제고와 더불어 정부가 일반고로 전환하려 하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도 292명인 수시모집 입학생이 228명인 정시모집 입학생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우수자원을 보유한 고교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크게 나타나는 것은 여러 이유에서 비롯된다. 영재학교나 과고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부터 수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여기에 서울대 입시는 2019학년 기준 수시모집 2662명, 정시모집 702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다는 것을 볼 때 수시모집 비중이 월등히 높다. 우수 학생들이 수시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반고가 수시모집 대비 정시모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높다는 점은 이처럼 앞선 고입선발을 시행, 우수자원을 다량 보유한 영재학교·특목고 등이 수시모집에서 대부분 진학 여부를 결정, 정시모집에 지원하지 않는 데 따른 ‘반사이익’의 면도 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정시모집을 대폭 늘려 이들 학교에서도 수능 대비를 시작한다면, 일반고의 경쟁력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별전형 논란, 서울대 입시와는 ‘다른 나라 얘기’ = 또 다른 학종 비판 논지였던 ‘특별전형의 학종 포함’은 서울대 입시에 있어서만큼은 굳이 반박할 필요조차 찾기 힘들다. 특별전형의 비중이 원체 적어 포함 여부에 따른 수치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실시하는 특별전형은 수시모집의 기균Ⅰ과 정시모집의 기균Ⅱ. 2019학년 기준 기균Ⅰ 선발인원은 164명이며, 기균Ⅱ 선발인원은 이보다 훨씬 적은 7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세자릿수 이상 선발하는 기균Ⅰ을 포함시키는 경우 수시모집에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49.3%. 기균Ⅰ을 빼고 일반전형과 지균만 더했을 때의 47.4%와 큰 차이가 없다. 특별전형으로 인해 학종의 실체가 잘못 알려졌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하여 지균에서 나타나는 일반고 비중이 여타 수시전형이 일반전형이나 정시모집에서의 일반전형을 압도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일반전형만을 기준으로 수치를 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학이 전형설계 과정에서 일반고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전형은 외면하고, 굳이 일반전형만을 기준으로 통계를 해석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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