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1주년 설문조사②] 전문대 총장 대부분 “대학평가 차별성없고 행정력 낭비”
[창간31주년 설문조사②] 전문대 총장 대부분 “대학평가 차별성없고 행정력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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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36개 교 전문대학 총장 대상 설문조사 실시…77개 교 총장 답변 56.6% 응답률
‘한계 대학 자발적 해산 법제화’ 찬성 96.1% “필요한 적기” – 반대 3.9% “전체 상생 먼저”
각종 대학평가 “이름만 다른 평가, 왜 이리도 많냐” 부정적 견해 잇따라
보고서 누가 더 잘 쓰나 대학 간 소모적 경쟁 속에 국가‧교육 경쟁력 저하만
평생직업교육 거점기관으로 기능전환 꾀하는 전문대학
“교육부 지원역량 부족…고용부, 지자체 운영 프로그램 더 활성화 돼 있어”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을 둘러싼 여러 현안에 대한 교육계 현장의 여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올 하반기에 발표를 예고한 교육부의 ‘전문대학 혁신방안’에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고등직업교육 육성 의지’가 공식적으로 과연 어떻게 담길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다양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31주년을 맞이하며 특집기사 ‘전문대학 총장에게 물었다’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전체 136개 교 전문대학 총장 가운데 77개 교(56.6%)가 조사에 답했으며, 고등직업교육과 전문대학 정책에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택형 4문항과 서술형 6문항 등 10개 문항을 통해 총장들이 밝힌 전문대학 이슈, 고등직업교육 확대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 분석내용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총장 10명 중 9명 “한계 대학 자발적 해산 법제화 필요” 압도적 = ‘한계 대학의 자발적 해산’을 법령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국 전문대학 총장 10명 중 9명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대학의 재정난 압박으로 발생한 ‘한계 대학’이 자발적으로 해산할 수 있도록 경로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데에 압도적인 지지가 나온 것이다.

본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령상 한계 대학의 자발적 해산경로를 마련하는 것과 관련해 ‘필요하다’는 의견이 74개 교(96.1%)인 것으로 집계됐다.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3개 교(3.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가장 많은 41개 교(53.2%)의 총장들은 ‘고등교육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한계 대학의 자발적 해산경로 마련이 필요하다고 봤다. 부정·비리 대학이 아닌, ‘학령인구 감소’로 정상적인 대학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 유도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A 대학 총장은 “2023년까지의 16만 명의 학령인구 감소 규모는 ‘대학별 정원 차등 감축’ ‘부실대학 강제 퇴출’ ‘평생직업교육대학 기능 전환’ 가운데 어느 한 방안만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고등교육 고통 분담의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자발적 퇴출’ 역시 제도화돼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7개 교(35.1%)의 총장들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고등(직업)교육을 수행해 온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최소한의 후속 조치로 이해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립대학 설립자와 교직원, 학생들을 위한 제도화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B 대학 총장은 “현재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이 일정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의 경우, 우선 교직원의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재학생 교육을 위한 재정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한계상황이 지속할수록 대학의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청산절차를 거치더라도 대학구성원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구성원에 대한 적절한 조치사항을 포함한 해산경로를 법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므로 해산 대학 학생에 대한 편입학 등 지원정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라며 “한계상황에 놓인 대학의 학생들이 정상적인 직업교육을 받지 못함에 따라 발생할 국가적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필요하지 않다’라고 답한 의견(3개 교, 3.9%)도 있었다.

C 대학 총장은 “전국 전문대학이 ‘학령기 인구 감소’의 고통을 공평하게 분담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발적이라고는 하나 ‘한계 대학’이라는 명분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직업교육 영역의 축소를 불러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름만 다양’ ‘정원‧재정 연계’ ‘미흡한 지표’ 등 현 대학평가 낙제점 = ‘대학 기본역량진단’부터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 간호학과에 대한 ‘간호교육인증평가’를 비롯한 학과별 교육기관 평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의 성과지표 달성 등을 묻는 여러 평가 등 대학이 받아야 하는 평가가 수두룩하다.

이렇게 다양한 대학‧학과 평가는 ‘교육의 질 개선’이나 ‘대학의 역량 강화’라는 취지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현행 대학 평가가 취지를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는 이들은 드물다. 교육부 등 당국자들의 의견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에 본지는 현행 각종 대학 평가에 대한 만족도를 전국 총장들에게 물었다. 비판 속에서도 여러 대학 평가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교육계 여론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응한 77개 교 가운데 91%에 달하는 70개 교 총장들이 현 대학 평가에 낙제점을 줬다. 응답을 포기하거나, 긍정의 답변을 말한 총장은 7개 교(9%)에 불과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은 30개 교(39%)의 총장들은 ‘유사한 성격임에도, 이름이 다른 정부의 대학평가가 너무 많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필두로 각종 평가에 대해서 교육부는 매번 “대학의 평가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평가 내의 지표 구성이 달라질 뿐 ‘대학 평가의 수’가 줄어들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D 대학 총장은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가 모호하게, 여러 평가가 진행돼 온 것이 현실”이라며 “모호한 평가와 이에 대한 준거는 불필요한 교육과 근거자료를 양산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 대학 총장 역시 “현재 각종 평가를 위해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의 양은 대학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며 “1년의 대부분을 여러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 평가 결과로 ‘구조조정’ ‘재정지원’ 등이 연계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25개 교(32.5%) 총장들에게서 나왔다. 이러한 정부의 대학 평가가 ‘대학 서열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F 대학 총장은 “대학 평가의 수단으로 국민의 세금인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는 체계는 수정돼야 한다”라며 “경영부실대학을 지정한 뒤 ‘정부 재정지원제한’ ‘학자금대출제한’ 대학으로 낙인찍기에는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고, 이는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평가 목적이 정원감축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정원감축과 학교폐쇄 조치와 같은 평가 결과 활용을 위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평가 지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15개 교(19.5%)의 총장들은 미흡한 지표들로 인해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 제도는 의미가 퇴색되고 있으며, 대학 기본역량진단 역시 상당 부분 지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G 대학 총장은 “정성지표를 과다하게 하면 교육의 질 평가에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학의 부담이 너무 크고 평가의 공정성 또한 논란의 대상이 된다”며 “정량지표 또한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재학률’을 본다. 미국과 같이 학사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나라에서 필요한 지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오히려 미국은 ‘졸업률’을 본다”며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입학률’은 봐야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재학률은 왜 평가하는지 모르겠다. 교육의 질 관리와는 상반되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총장들은 교육 당국이 실시하는 여러 ‘대학 평가’의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 현 대학 평가가 교육 현장에 미치는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46개 교(59.7%)의 총장들은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본업인 교육지원 업무를 할 수 없다’라고 응답했다.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등 지표 때문에 지방대학이 가지는 ‘지리적’ ‘환경적’ 여건의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23개 교, 29.9%) △대학과 법인을 하나로 평가하는데, 결과로 인한 피해는 대학에만 집중되고 있다(8개 교, 10.4%) 등의 답변이 다음으로 많았다.

H 대학 총장은 “대학의 우수한 교원은 전부 평가보고서 작성에 동원되고, 정작 중요한 교육에는 최소한의 시간만 할애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성지표 중심의 평가로 인해 대학 간 보고서 잘 쓰기 경쟁만 불러일으키고, 고액의 컨설팅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라고 지적했다.

I 대학 총장 역시 “대학 간 갈등과 정보공유 차단, 커트라인 근접 대학 사이의 우수성 차이 검증 불가 등 소모적 경쟁으로 인해 국가경쟁력, 교육의 질 전체가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평가 어떻게 개선돼야 하나 ‘평가 단일화, 지표 표준화’ 42.9% 가장 높아 =현 평가에 대한 개선사항을 묻는 질문에서는 가장 많은 33개 교(42.9%)의 총장들이 ‘평가를 단일화하고, 지표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J 대학 총장은 “평가범위가 가장 넓은 평가로 통합해 4~5년 주기의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여러 종류의 대학평가에서 제시하는 정량평가 기준을 통일해 적용하되, 하위등급이나 기준불충족(fail) 등이 지속되는 대학에만 심화평가를 하는 것이 ‘교육의 질 관리’ ‘행정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방법”이라고 말했다.

K 대학 총장은 “현재는 평가마다 적용하는 지표가 매우 유사하지만 정량지표는 산식을 달리하면서, 정성지표는 서술내용을 약간 달리하면서 각각 보고서를 내도록 하고 있다”며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자 우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일정한 산식을 적용하는 정량지표와 서술방식을 동일하게 하는 정성지표의 기준을 만들어 통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지금처럼 정부재정지원사업이나 평가마다 다른 기관이 하기보다 공신력 있는 평가기구를 만들어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결과에 따른 ‘입학정원 조정’은 폐지돼야 한다. 입학정원 조정은 지역 균형 발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치에 따라 실시해야 한다(23개 교, 29.9%) △차별화된 진단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컨설팅’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13개 교, 16.9%)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평가방식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해 평가해야 한다. (8개 교, 10.3%) 등의 답변도 뒤를 이었다.

L 대학 총장은 “주기별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해 꾸준한 관리와 함께 컨설팅 체제로도 양질의 대학교육은 이뤄질 수 있다”며 “외부평가 준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체 점검을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대학의 강점과 개선사항을 확인함으로써 대학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대학 평가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평생직업교육 거점기관…교육부, 지원 역량 미흡 = 최근 여러 전문대학 사이에서 ‘평생직업교육’의 거점기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대학의 직업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미래형 평생교육 기관으로 전문대가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문대학의 현재 ‘직업교육’과 미래 ‘평생교육’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고, 심지어 무력하게 만드는 외부 변수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전문대학 총장들에게 ‘평생직업교육 거점 기관화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평생직업교육 체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조사 결과 ‘교육부의 지원 역량이 타 부처보다 미흡하다. 지방자치단체나 고용노동부(폴리텍대 등)의 진행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돼 있다’는 응답이 35개 교(45.5%) 총장들에게서 나왔다.

‘통합 컨트롤타워가 없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3개 교 (29.9%)다. 이어 △학습자 수요에 맞는 학사의 자율적 운영이 필요하다. 단기‧중기‧장기 과정이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1개 교, 14.3%)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등을 근거로 한, 지자체별 대학 재정지원 조례가 따로 마련돼야 한다. (8개 교, 10.3%) 등 순인 것으로 집계됐다.

M 대학 총장은 “평생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관기관이 교육부부터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지자체) 등 다양하다 보니 서로 경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으므로 평생 교육 운영 기관을 일원화해 운영‧관리를 한다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필요 지원책을 묻는 질문에서 여론은 ‘일반대, 폴리텍대와의 차별적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성인 학습자 수요와 지역의 산업 특성에 특화된 전문대 직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절반을 훨씬 웃도는 54개 교(70.1%)가 이처럼 답했다.

이외에도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전문대학을 우선해 확보돼야 한다. (10개 교, 12.9%) △교육만 따로 놓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함께 놓고 해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5개 교, 6.5%) 등의 의견이 나왔다.

N 대학 총장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Ⅲ 유형 대학들을 거점대학으로 활용하고, 평생직업교육을 위한 재정지원사업의 별도 예산 확보와 지급에 따른 일정비율의 간접비를 허용해야 한다”며 “전문대가 실질적인 지역 평생직업교육의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델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일과 학습이 연계된 ‘특성화고-전문대-산업계’의 계속직업교육체제 구축 형성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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