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정시 확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확대다. 명분은 공정성 강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깜깜이 전형에 부모의 영향력 개입 여지가 크기 때문에 불공정하고, 수능은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하다. 이것이 수능 찬성파의 주장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학생들이, 고교 교육현장이 점수 따기 경쟁에 다시 매몰될 것을 생각하니. 청와대는 정시 확대 대상을 학종 비율이 높은 서울 소재 일부 주요 대학으로 선을 그으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문제다. 우리나라 대입은 주요 대학의 흐름을 타 대학들이 따라가는 도미노식 구조다. 따라서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 확대는 고스란히 타 대학들에 연쇄 작용으로 이어진다. 결국 대입 기조 자체가 수시 확대에서 정시 확대로 굳어질 수 있다. 그것도 연착륙이 아니라 급작스럽게.

그렇다면 정시 확대의 키포인트인 수능은 정말 공정할까? 대입 공정성은 평가의 공정성뿐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 결과의 공정성까지 모두 담보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먼저 수능 고사장에 앉기까지 과정의 공정성을 살펴보자. 수능은 점수 경쟁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점수 싸움을 위해 학교교육이 부족하면 사교육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부모가 돈이 많으면 자녀의 사교육 기회는 증가한다. 물론 수능을 쉽게 출제하면 사교육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사교육은 수능 난이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불안심리가 주원인이다. 가정 형편이 어렵다면 사교육은 ‘그림의 떡’이다.

다음으로 결과의 공정성이다. 수능 점수 1점, 2점 차이로 등급이 엇갈리고 대학 합격 희비가 엇갈린다.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실력보다 컨디션, 난이도 등으로 돌린다. 심지어 수능 성적을 비관해 자살을 하기까지 한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재수생과 삼수생이 넘쳐난다. 한마디로 결과의 공정성과 거리가 멀다.

굳이 학종의 공정성을 논할 필요가 없다. 분명 학종도 불공정성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학종 불공정성이 수능 공정성으로 대체되면 어불성설이다. 학종도, 수능도 공정성과 불공정성을 동시에 띈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연구와 검증을 통해 어느 전형이 더욱 공정한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시 확대가 졸속 추진되면 희대의 코미디가 될 것이다. 진정 정시 확대를 추진하고 싶다면 학종파와 수능파를 아우르는 전문가들이 균형적·객관적으로 참여해 학종과 수능 실태조사와 정책연구부터 실시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정시 확대 추진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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