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 모두 발의
조사대상부터 기간, 조사위원 규모, 임명까지 각론에서 제각각
20대 국회 얼마 안 남았는데…논의 테이블에도 못 오를 수도

국회 본회의장(사진=한국대학신문DB)
국회 본회의장(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야 4당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자녀 대학입시 전수조사 법안을 경쟁적으로 내놨지만, 각론에서 차이가 뚜렷해 실현될지 미지수다. 또한, 검찰개혁, 선거법 이슈에 밀린 데다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관측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교육 공정성, 특히 대학입시 공정성이 사회적 화두로 부각됐다. 국민의 거센 요구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까지 번지자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은 4건으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ㆍ신보라 자유한국당ㆍ김수민 바른미래당ㆍ여영국 정의당 등 4개의 당에서 모두 발의했다. 

4개의 안은 공통으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대학에 입학한 국회의원 자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시행해 비리가 발견되면 징역 혹은 벌금형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여야 4당이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조사대상부터 이견이 발생해 합의된 안을 만들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 약 200명부터 1만명까지…조사 대상부터 제각각 = 박찬대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의원 자녀의 대학입학전형과정조사에 관한 특별법안'은 조사대상을 20대 국회의원 자녀의 대입만으로 제한했다. 조사시기는 학생부종합전형(당시 입학사정관제)이 활발히 활용된 2008학년도부터다. 

현역 의원 297명의 자녀 중 대학에 진학한 경우만 해당되기 때문에 200명 미만이 조사범위 안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고위공직자로 확대하면 조사가 상당 기간 경과할 수 있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먼저 조사하는 방식으로 제안했다"면서도 “고위공직자까지 대상이 넓어진다면 법안을 수정하거나 다른 법안을 따로 발의해 진정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조사대상을 선정한 것으로, 발의 취지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반면, 야3당의 안에는 고위공직자도 포함됐다. 신보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 자녀의 대학입학전형과정 전수조사 특별법'에 따르면 법 시행 당시 국회의원을 포함해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ㆍ대통령경호처의 비서관급 이상, 국무총리, 정부부처 차관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다.

민주당의 안과 달리 대입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500명 이상의 규모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고위공직자 자녀 대입 전수조사는 국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사안의 시급성과 진실 규명을 위해 특별법이 총선 이전에 신속히 처리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수민 의원의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조사를 위한 특별법’은 조사대상이 가장 광범위한 것이 특징이다. 법안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자녀 입시를 치른 전ㆍ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가 조사 목록에 오른다. 

차관급 공무원뿐만 아니라 특별시장ㆍ광역시장 및 도지사,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공무원, 법관 및 검사, 장성급 장교까지 아우른다. 또한 대학과 대학원 모두 해당된다. 10년 동안 이들 모두의 자녀를 대상으로 포함하면 1만여 명에 달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규모가 방대해 오히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교육을 통한 부적절한 기득권의 대물림이 만연한 상황“이라며 ”이에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부모 지위에 따라 자녀의 교육 기회가 달라지는 불평등의 재발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제안 취지를 밝혔다.

여영국 의원의 ‘국회의원 및 고위공직자의 자녀 대학입학전형과정에 대한 조사를 위한 특별법'은 18~20대 국회의원과 이명박ㆍ박근혜ㆍ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시ㆍ도장 및 교육감의 자녀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2009학년도부터 2019년 간 국회의원 약 600명에 2009~2019학년도 입학한 고위공직자 자녀를 더하면 3000명 이상이 될 거란 계산이 나온다. 

최근 정의당은 자체적으로 당내 의원들의 자녀 입시 현황을 공개하고 나서 전수조사의 의지를 내비쳤다. 심상정 대표는 “해당 의원 5명 중 대학을 입학한 7명의 자녀 중 6명은 정시로, 나머지 1명은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든 정당이 국회의원 자녀 입시현황을 자발적으로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며 “전수조사 특별법이 통과되면 그때 정식으로 검증 절차를 밟으면 된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할 때 공정과 정의 사회를 이끌어갈 정치적 자격이 증명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4개 법안 비교
4개 법안 비교

■ 조사하는 데 빠르면 11개월에서 2년 예상= 조사기간도 조금씩 다르다. 박찬대 의원의 안은 기본 조사 1년에 추가조사 6개월로 두고 있다. 신보라ㆍ김수민ㆍ여영국 안은 기본조사 6개월이며, 추가조사 기간은 순서대로 6개월, 3개월, 3개월로 명시했다. 

위원회 종료 후 종합보고서 제출 기한은 △박찬대 안이 6개월 내 △신보라 안 1개월 내△김수민ㆍ여영국 안 3개월 내로 달랐다. 이에 따라 조사 착수부터 보고서 제출까지 짧으면 11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걸릴 수 있다는 소리다. 

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대학 등 교육현장에 10년 이상 재직자로 자격기준은 대동소이했다. 조사위원회의 규모는 제각각이었다. 여영국 안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박찬대 안은 13명, 신보라ㆍ김수민 안은 9명이다. 김수민 안은 조사대상이 가장 많았지만, 조사위원 숫자는 가장 적은 편이었다. 다만, 위원회 직원 수를 60명 이내로 해 박찬대 안의 30명보다 2배가 많았다. 

임명권자를 대통령으로 할지도 여야의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박찬대ㆍ여영국 안은 국회의장이 임명하고 신보라ㆍ김수민 안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신속성을 위해 대통령 임명이, 독립성을 위해서 국회의장 임명이 더 낫다는 분석이다. 

4개의 안건은 조사 중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을 높였다. 김수민 안은 특별검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해 눈길을 끌었다. 

■ 말만 무성…논의 착수조차 못 해= 여야가 전수조사에 공감하며 연달아 관련 법안을 제출했으나,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상황적 여건이 녹록지 않아서다. 

우선, 최대 쟁점안인 검찰개혁과 선거법 개정 등 패스트트랙을 앞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다. 내년도 슈퍼예산안 심사도 앞두고 있다. 중요도 순에서 밀려 법안 발의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박찬대 의원실 측은 “검찰개혁으로 양쪽에서 집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강경하게 나와 법안을 발의했지만 묻힌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어 “교육위에서 예산심사를 할 때 법안소위가 열리면 안건에 올라 논의가 될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점쳤다. 

또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간적으로도 촉박하다. 각 법안은 조사대상부터 조사위원회 구성, 조사기간, 조사 방식 등 하나하나 조율해 나갈 여유가 없는 것이다. 

박 의원실 측은 “이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통과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박찬대 안은 국회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낸 것”이라며 “조사범위부터 세세히 따지고 들어가면 유야무야 넘어가게 될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지 않나”라며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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