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후 청산 절차 등 후유증 심각… 지역경제까지 붕괴
평생대학 제도, 모집유보정원제 도입, 특수학교 부설 등 검토

서남대가 2018년 2월부로 문을 닫았다. 서남대 폐교 이후 지역사회 경제가 동시에 무너졌다. 이에 폐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남대 전경(한국대학신문 DB)
서남대가 2018년 2월부로 문을 닫았다. 서남대 폐교 이후 지역사회 경제가 동시에 무너졌다. 이에 폐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남대 전경(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교육부가 대학혁신 지원방안과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대학혁신 지원방안의 목표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 대학을 미래 인재 양성과 지역혁신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것이다. 2021 진단의 골자는 ‘대학이 진단 참여 여부 선택 → 참여 대학 대상 진단 실시 → 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대상 선정’이다. 특히 교육부는 2021 진단 결과와 정원감축을 연계하지 않는다. 단 2021 진단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 반영비율이 확대된다.

대학혁신 지원방안과 2021 진단 기본계획 시안 발표 이후 대학가의 반응은 냉랭하다. 충원율 반영비율 확대는 교육부 주도 정원감축식 구조조정의 연장선을 의미하며, 지역혁신 방안은 디테일이 부족하고, 재정지원 방안이 근본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가에서 바라는 혁신 방향이 무엇일까? 본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공동기획을 통해 대학이 위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역이 될 수 있는 대학혁신 방향을 제시한다.

<글 싣는 순서>

①정원감축식 구조조정에 위기 심화···구조조정 방점은 ‘자율’
②붕어빵식 평가에 특성화 실종···특성화가 대학교육의 미래
③대학 기능 일변도 탈피 시급···다양화로 미래 인재 양성

지역대학 폐교, 지역사회 ‘빨간불’ =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교육부 방침은 정원감축. 특히 교육부는 부실대학을 대상으로 퇴출(폐쇄명령)을 추진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62조’를 보면 학교폐쇄(이하 폐교) 조건은 △학교의 장이나 설립자·경영자가 고의 중대 과실로 법 또는 명령을 위반한 경우 △학교의 장이나 설립자·경영자가 동일 사유로 법 또는 법령에 따른 교육부 장관 명령을 3회 이상 위반한 경우 △휴가기간을 제외하고 계속적으로 3개월 이상 수업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정책에 따라 최하위권 그룹 대학들이 퇴출 후보 리스트 1순위로 오른다. 

폐교는 폐쇄명령(퇴출)과 자진폐교로 구분된다. 2002년 2월 광주예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대(2008년 2월), 명신대(2012년 2월), 선교청대(2012년 8월), 국제문화대학원대(2014년 2월), 한중대(2018년 2월), 대구외대(2018년 2월), 서남대(2018년 2월)가 폐쇄명령을 통해 퇴출됐다. 건동대(2013년 2월), 경북외대(2014년 2월), 인제대학원대(2015년 8월)는 스스로 문을 닫았다. 

그러나 명령이든 자진이든 폐교만이 능사일까?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다. 비리와 경영 부실이 심각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존재 이유가 없다. 즉 퇴출이 정답이다. 문제는 폐교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하다. 무엇보다 지역대학 폐교는 지역 경제에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실제 서남대가 문을 닫은 이후 지역상권은 급격히 무너졌다.

김한수 경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학이 폐교하면 해당 지역경제는 붕괴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방정균 사학개혁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은 “대부분 사립대가 처음 설립될 때 학교 부지 매입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이 기부하거나 헐값에 매도하며 도움을 줬다. 대학이 설립되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고, 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도움을 준 것”이라면서 “지역에서 한 대학이 폐교하면 단순히 학교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결과적으로 지역 균형 발전을 거스른다”고 밝혔다.

폐교 대학 청산 지지부진, 사립대 자발적 퇴출구조 마련 ‘도마 위’ = 지역사회 경제 붕괴만이 문제가 아니다. 폐교 이후 청산 절차가 지지부진해 후유증이 크다. 폐교 대학 청산 절차는 ‘청산인 선임 → 해산 등기 → 해산 신고 → 청산 종결’ 순으로 진행된다. 청산인 선임이 최대 관건이다. 청산인이 폐교 대학 교직원의 임금체불, 건물매각 등을 총괄한다.

그러나 김한수 교수는 ‘대학 폐교 이후의 대학 부지와 시설의 활용’ 보고서에서 아시아대를 포함해 7개 폐교대학의 청산 절차가 지금까지 종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대부분 폐교대학이 접근성이 낮고 근린시설과 지역상권이 없다. 폐교대학 부지가 외곽에에 위치해 교육용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려워 매각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청산 절차가 늦어지면서 폐교대학 건물과 시설은 말 그대로 ‘무쓸모(無쓸모,사용가치가 없다는 의미)’ 신세로 전락했다.

교육부가 대학혁신 지원방안(8월 6일 발표)에서 사립대의 자발적 퇴로 마련 검토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당·정·청이 9월 18일 세부 방안을 논의하자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당·정·청의 세부방안 논의에는 △사립대 폐교 시 잔여재산 일부 설립자에게 귀속 △교직원 퇴직금 등 지원 △충원율 기준으로 잔여재산 귀속 특례 적용대상 선정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잔여재산 일부를 설립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폐교 먹튀론’을 불러오고 있다.

방정균 대변인은 “등록금 인상이 현실적으로 막혀 있는 상황에서 사학 운영자들에게 대학은 더 이상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폐교 시 재산권을 인정하면 비리사학들은 대학 정상화 노력은 하지 않고 대학을 더욱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폐교 만능주의 벗어나 다양한 활로 모색 필요 = 학령인구 감소는 거스르지 못한다. 따라서 대학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다. 필수다. 대학 구조조정의 최후 처방전은 결국 폐교다. 그러나 폐교에 따른 후유증과 폐교를 둘러싼 논란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폐교를 피하면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에 대비할 방법이 없을까? 이에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은 ‘사립대학 출구 경로 다각화 방안 연구(정석균, 이시우 공동)’에서 △평생대학제도 도입 △대학 기능 다변화 △모집유보정원제 도입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평생대학제도 도입은 모집정원 일부를 학점당 등록 정원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제36조에 시간제 등록제를 규정하고 있다. 시간제 등록생은 정규학생이 아니다. 때문에 ‘고등교육법’에 의거, 학위를 받을 수 없다. 다만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 규정에 따라 교육부 장관의 학점인정 절차를 거쳐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또한 시간제 등록생 인원은 대학 입학정원의 10% 범위로 한정된다.

황 총장은 “입학자원 급감에 따라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간제 등록제도 외에 정규학생 정원 일부를 교과 이수단위, 즉 학점 단위로 등록하는 학점당 학생 제도를 생각할 수 있다”면서 “A 대학의 정규학생 모집정원이 1000명이라고 가정하자. 700명은 현재와 동일하게 선발하고 300명은 일반 모집정원에서 제외, 학점당 등록정원으로 선발·교육하는 것이다. 학점당 등록제 교육과정은 평생대학으로 명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기능 다변화는 학교 부설 허용 범위 확대와 사회복지시설·청소년활동시설 부설 허용으로 구분된다. 첫째, 학교 부설 허용 범위 확대다. 고등교육법 제45조에 따라 교육대학, 사범대학, 종합교원양성대학만 재학생 현장연구와 실습을 목적으로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등을 부설할 수 있다. 이에 학교 부설 허용 범위를 대학까지 확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에 대비하자는 제안이다.

황 총장은 “학생 수 감소로 대학의 시설과 인력에 여유가 발생한다. 여유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대학도 유치원·특수학교·대안학교·산업수요맞춤형고교 등을 부설 운영토록 하자”며 “특히 대학의 특수학교 부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많은 장애인들이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특수학교 설치 확대가 필요하다. 기존 대학 시설과 인력을 활용하면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사회복지 시설과 청소년 활동 시설 부설 허용이다. 황 총장은 “학교법인은 법률에 별도 규정이 없으면 학교 외 기관이나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다. 또한 학교도 법률에 별도 규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다른 기관이나 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다”면서 “특례를 인정해 대학이 정원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하면 정원 감축에 따른 시설과 자원 여유분으로 사회복지 시설과 청소년 활동 시설 등을 설치·운영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집유보정원제 도입은 일시적으로 학생모집을 중지하고, 추후 여건이 호전되면 다시 학생모집을 하는 개념이다. 모집유보정원제가 도입되면 대학은 입학정원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황 총장은 “잠정적인 모집유보정원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 모집이 어려운 정원을 모집유보정원으로 설정, 일정 기간 모집정원에서 제외했다가 여건이 호전되거나 특별한 사정이 발생하면 유보정원의 일부 또는 전부를 모집정원으로 환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와 대학 줄도산 위기. 교육부는 대학 구조조정을 위해 폐교까지 불사하고 있다. 교육부가 사립대의 자발적 퇴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폐교를 통한 대학 구조조정이 본질이다. 그러나 폐교의 후유증과 논란에서 보듯이 폐교만이 능사가 아니다. 폐교라는 최후의 수단이 아니어도 다양한 활로 모색을 통해 얼마든지 학령인구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교육부가 대학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해법과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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