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이찬규 위원 “학종 평가기준 공개 필요, 비교과는 일부 정리, 자소서는 폐지”
[사람과 생각] 이찬규 위원 “학종 평가기준 공개 필요, 비교과는 일부 정리, 자소서는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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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규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 위원(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문콘텐츠연구소장)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아무런 논란 없이 대입이 치러지는 한 해를 맞이하는 일이 요원하다.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만들겠다는 선언이 출발선부터 어그러지며 지난해에서야 겨우 ‘결착’이 나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 대통령이 직접 ‘정시확대’를 언급하고, 교육부 등이 이에 호응하며 혼란의 소용돌이가 커져만 가고 있다. 교육 수요자들은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고, 교육계에서는 1년 만에 또 다시 대입정책에 손을 대는 정부를 향해 비판 일색이다. 대입의 주체인 대학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적극 늘렸더니만 실태조사를 받는 ‘적폐’가 되는 꼴을 당하고 보니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대입에 대체 어떤 ‘지각변동’이 이뤄질 것인지 명쾌하지 못한 현실은 혼란을 더욱 키울 뿐이다.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발족한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인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만나 향후 이뤄질 대입제도 변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현재 특위는 대입뿐만 아니라 고교 체제 등 교육 전반의 변화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종을 포함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이 위원은 ‘뜨거운 감자’인 정시ㆍ수시 비율 조정 문제와 더불어 비교과 축소, 학종 평가기준 공개, 특목고·자사고 폐지 등이 현재 특위에서 거론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시 비율’은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확대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위원은 “구체적 비율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정시 확대가 특위에서 공감대를 얻는 이유는 뭘까. 수시모집의 ‘깜깜이’ 문제가 결정적이었다고 이 위원은 전했다. 이 위원은 “부모효과와 지역효과, 사교육 효과 등은 수시와 정시 모두에 적용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수시가 더 불공정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깜깜이 전형’이기 때문이다. 학종의 경우 학생·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왜 합격했는지, 왜 탈락했는지를 알 수 없다. 정시는 최소한 당락의 이유를 수요자들이 알 수 있다”고 했다.

‘깜깜이 전형’이란 비판을 걷어내기 위해 학종 평가기준을 공개하는 방안이 특위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교육 수요자들이 전형을 사전에 대비하고,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두 마리 토끼’를 겨냥한 조치다. “학종 평가기준을 미리 공지하는 것도 공정성 강화 방안 중 하나다. 예컨대 발전 가능성에서 10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공적합성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사례는 무엇인지, 감점은 어떤 경우 이뤄지는지 등의 방식이다. 이같은 기준이 공개돼야 사전에 전형을 대비할 수 있고, 결과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있다. 반발이 있는 것은 알지만, 기준이 공개돼야 신뢰도 따라온다. 1점 단위까지 세세한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A, B처럼 큰 틀에서 점수를 주는 기준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학종의 평가요소 가운데 비교과와 자기소개서는 ‘정리’ 수순을 밟는다. “부모효과 등이 정시에도 적용되긴 하지만, 수시에서 영향력이 더 큰 상황이다. 주된 원인이 비교과나 자기소개서 등에 있다고 보고 이를 정리하자는 게 특위의 취지”라고 이 위원은 설명했다. 

비교과와 자기소개서 중 비교과는 특위 내에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 일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비교과를 ‘전면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교과를 완전히 없애면 고교 교육이 무너지고, 교실 붕괴 얘기도 나올 수 있다. 일단 학부모 영향력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비교과를 ‘정리’하려 한다. 예를 들어 동아리의 경우 자율동아리를 학생부에서 빼고, 학교에서 지정한 동아리만 학생부에 기재하게 하는 식이다. 봉사도 마찬가지다. 학교 내에서 학교가 지정한 것만 학생부를 만들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내대회에서 받은 상을 이제는 하나만 기록할 수 있는데, 아예 기록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활동 과정과 내용만 기록하면 관련 논란이 생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정리로 가닥이 잡힌 비교과와 달리 자기소개서는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소개서는 부모효과 등의 영향력이 크고, 사교육의 개입도 많아 없애자는 게 중론”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비교과·자기소개서 등 수시 평가지표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면, 정시 확대는 당연한 수순으로 따라 붙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학교 외부에서 영향을 받는 요인들을 정리하면, 지금처럼은 평가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백은 일단 정시를 늘려 채워야 한다. 단, 그냥 정시를 늘리면 학교 교실이 붕괴될 수 있으니 일정 수준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시모집이 확대되는 경우 이 위원이 예측하는 비율은 40% 선이다. “정시가 40% 선까지는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전폭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니 소폭 확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학종과 논술을 줄이고, 교과와 정시는 늘리는 방향이 유력하다.”

이처럼 정시 확대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교육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정시 확대가 맞지 않다는 점, 선다형 객관식 문제풀이가 미래형 교육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정시모집을 확대하면 ‘재수’로 학생들을 내모는 꼴이며, 강남 집값 폭등과 8학군 부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수시전형과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수능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 위원은 ‘내신 일률 적용’이 일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위원은 “현재는 대학들이 고교유형 등에 따라 내신을 차등 적용한다. 예를 들어 유명한 특목ㆍ자사고는 3~4등급 학생이 합격하는데, 지방 일반고 1~2등급 학생은 불합격한다. 학종이 비교과 등 정성평가를 한다지만, 내신이 일단 기본적인 ‘허들’로 작용한다. 비교과 등의 평가는 그 이후의 일이다. 이러한 일종의 ‘고교 등급제’를 없애고 일률적으로 내신을 적용하면 파장이 상당할 것이다. 학종 평가기준 공개와 맞물려 특정 지역 고교를 가야 한다는 등의 인식이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고교유형을 막론하고 동일 내신에 대해 동일한 평가가 이뤄지면, 우수 학생들이 몰린 강남 등 교육특구를 향한 발길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교실 붕괴 등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시모집 중 일부에 내신을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정시 모집인원 가운데 절반 정도는 수능 100%, 나머지 절반은 수능에 내신을 더해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과거 ‘우선선발’과 유사한 형태”라며 “내신 무력화 우려가 있는데 이는 명목 반영률과 실질 반영률을 일치하도록 만들어 방지할 수 있다. 구간별 점수를 같게 하고 반영률을 일치시키면 내신의 영향력이 유지된다.”

미래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당장은 어렵더라도 향후에는 서술형 문제를 확대하고, 국가논술 도입 역시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게 이 위원의 주장이다. “정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서술형 문제를 늘리고 바칼로레아와 같은 국가논술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가논술은 ‘왜 장수는 미덕인가’ ‘죽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등의 주제에 대해 2000여 자 분량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시행하기 어렵지 않다. 국가논술의 경우 교육부나 협의체에서 일괄적으로 스캔해 해당 대학 지원자들의 답안지만 보내 주면 된다. 시행은 어렵지 않은데 교육적 효과는 상당하다. 국가논술이 자리잡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읽고 토론하며 글 쓰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이 위원은 바칼로레아나 IB 등 논·서술형 대입시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사교육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교육은 어떻게 억눌러도 살아남는다. 완전히 없앨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방법이 없다. 부모의 불안감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사교육인데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번에 없애려 들다가는 발생할 부작용이 더 커 보인다. 현재로서는 사교육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점진적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본다. 어차피 사교육이 존재한다면 문제풀이형 사교육보다는 토론하고, 책읽고, 글쓰는 사교육이 낫다고 본다.”

기타 논의 가운데 특목고·자사고 폐지는 이미 청와대와 교육부 등에서 결정이 난 사안이나 다름이 없다. 문제는 ‘하향 평준화’ 등의 논란이 있다는 것.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반고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이 위원은 내다봤다. “특목고·자사고 폐지에 대해 반발이 있는 것을 안다. 이들 고교를 폐지하고 전부 일반고로 전환하면 하향 평준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특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일반고를 특성화하고, 수월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 달라고 교육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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