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8분위 이하 등록금 전액 면제 …성적장학금 없애 저소득층 지원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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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구호 목적 ‘신문고 장학금’ 신설 2분위 이하 ‘선한인재 장학금’ 증액
조 전 법무부장관 자녀 논란 후속조치, 2020년 1학기 부터 적용 목표
(사진=서울대 제공)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내년부터 소득 8분위 이하 학생들은 서울대에 등록금을 내지 않고 다닐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대는 기존 연 66억원 규모의 재학생 성적우수 장학금을 전면 폐지하고, 소득 8분위 이하 학생들의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식의 ‘장학금 개편안’을 내년 1학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긴급 구호 장학금인 ‘신문고 장학금(가칭)’도 신설하며, 생활비 지원 목적의 선한인재장학금과 근로장학금은 증액된다. 

현재 서울대는 장학금을 △등록금 △생활비의 두 개 영역으로 구분해 지급하고 있다. 장학금은 다시 △신입생 성적우수 장학금 △재학생 성적우등 장학금 △재학생 성적우수 장학금 △저소득층 지원 장학금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신입생 성적우수 장학금은 유지된다. 현재 서울대는 학사과정 신입생을 대학별로 2명씩 선발해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주고 있다. 이에 드는 예산은 연 1억원 수준이다. 

다만, 재학생 대상 성적우수 장학금은 전면 폐지된다. 등록금 전액을 면제하는 성적우등 장학금은 물론이고, 등록금의 10%에서 전액을 면제하는 성적우수 장학금도 없애기로 했다. 

재학생 성적우수 장학금을 없애는 대신 저소득층 지원 장학금은 크게 늘린다. 서울대는 소득 8분위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SNU장학금(가칭)’을 만들어 국가 장학금과 연계, 8분위 이하 학생들의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는 기존 등록금 40%에서 전액을 면제하던 저소득층 장학금이 8분위 이하 학생 전체 등록금 전액 면제로 범위가 확대되면 현 33억원에서 73억원으로 40억원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필요한 예산은 전면 폐지되는 재학생 성적우수 장학금에서 끌어올 계획이다. 그간 서울대는 재학생 성적우수자들에게 연 66억원 규모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는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리는 데 필요한 40억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저소득층 장학금이 늘어나면, 수혜 대상은 서울대 학생 4명 중 1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2018년 1학기 서울대 재학생 소득 분위 산출 현황’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를 포함한 8분위 이하 학생들의 수는 3868명. 이는 서울대 전체 재학생 1만6511명의 23.4%에 해당한다. 

서울대는 저소득층 장학금을 크게 확대하고 남은 예산 중 일부를 활용해 ‘긴급 구호’ 목적의 ‘신문고 장학금(가칭)’을 신설할 계획이다. 연세대가 일찌감치 도입했던 신문고 장학금은 급작스러운 재정적 어려움으로 학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긴급 지원하기 위한 장학금을 뜻한다. 서울대는 등록금 일부 내지 전액을 면제하는 신문고 장학금에 연 4억원을 투입한다.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신문고 장학금 신설에 필요한 재원은 44억원. 성적우수 장학금을 없애며 생긴 66억원과 비교하면 22억원이 남는다. 서울대는 이를 생활비 지원 장학금을 증액하는 데 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현재 서울대가 지급하는 생활비 장학금은 크게 △선한인재 장학금 △근로장학금 △해외 수학 및 기타 장학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울대는 이 중 선한인재 장학금과 근로장학금을 늘릴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을 보면, 선한인재 장학금은 26억원에서 36억원으로 10억원을 늘린다. 이에 따라 장학금 지급 범위도 확대된다. 기존 선한인재 장학금은 소득 분위 1분위 이하 학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내년부터는 2분위 학생들도 장학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다. 

근로장학금은 대상 확대 방안과 임금 상향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서울대 근로장학금 선발 규모는 등록 예정인원의 3%. 서울대는 이를 5%까지 늘리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또는 시간당 지급되는 임금을 20%가량 올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은 기존에 비해 12억원 늘어난 42억원이 될 전망이다.

서울대는 당장 내년 1학기부터 장학금 개편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장학정책은 연 단위로 마련된다. 학기 중 제도를 바꾸기는 어렵다. 내년 1학기부터 개편안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대가 갑작스레 장학금 제도를 전면 개편하게 된 것은 조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장학금 지급 논란’과 관계가 깊다. 경제적 여건이 나쁘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조 전 장관의 자녀가 대학원 재학 당시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현재 재학 중인 서울대 교수 자녀들 가운데 상당수가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달 초 “교내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저소득 장학금을 늘릴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조 전 장관 자녀 논란은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 성적장학금 폐지는 언제라도 이뤄졌을 것이라 보는 시선들도 있다. 최근 성적 대신 소득을 기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서다. 최근 몇 년 새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거나 줄이는 대신 저소득층 장학금을 확대한 대학들로는 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이 있다. 
 
장학금 제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시급한 것은 ‘학내 공감’을 얻는 것이다. 재학생 성적장학금 폐지에 대한 학내 여론이 엇갈리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제 형편이 좋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 더 타당하다며 새로운 개편안을 옹호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의견들도 많다. 

부정적인 의견들은 재학생 성적우수 장학금이 전면 폐지되는 데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다. 학업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적은 규모라도 재학생 성적우수 장학금을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체 장학금 예산은 그대로라는 점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서울대가 장학금 예산을 늘릴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변경된 장학제도 시행 전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내년 1학기 시행 전 학내 공감을 얻고,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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