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

최근 학군사관후보생(ROTC)의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보도를 읽었다. 경쟁률이 낮아진 첫 번째 이유로 의무병역 기간은 18개월인데 학군사관후보생은 28개월을 복무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율을 저조하게 한다는 것이다.

학군사관후보생 지원 미달 사태가 앞으로 더 많은 대학으로 확대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학군사관후보생 제도의 장점부터 언급하고자 한다.

지난 60년 동안 우리나라는 학군장교 덕분에 국가 안보와 산업 건설에서 커다란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대학에서 공들여 육성한 고급 인재를 국방부는 거의 공짜로 장교 인력으로 활용했다.

30여 년 전만 해도 학군장교 복무 기간은 징집 병사들의 복무기간 30개월보다 짧았기에 상대적으로 대학생들이 학군장교를 선호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학군장교를 지원한 젊은 청년들은 나라를 사랑하고 봉사‧헌신한다는 자부심에 자원했다고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장교가 된다는 것은 시간과 경제적 계산을 넘어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날의 장교는 조선 시대의 무과(武科) 급제를 통해 선발된 무관(officer)과 같은 존재로서 국가의 간성이며 엘리트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장교가 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단지 군에서 병사보다 10개월을 더 복무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판단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변했고 젊은이들의 의식도 달라졌다.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긴 복무 기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지금도 소정의 금액이 지원되지만, 학군사관후보생에게도 매달 응당한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학군사관후보생에게도 사관생도가 받는 급여만큼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시점이 됐다. 학군사관후보생들이 학업과 군사교육을 병행하며 일정 부분 자유롭지 못한 대학 생활에서 부담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3, 4년 차 학군사관후보생은 매주 8시간씩, 그리고 하계 방학 때는 3주 간 군사교육을 이수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도 3, 4학년의 육‧해‧공 사관생도가 받는 급여만큼 받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군사관후보생 지원율도 높아질 것이고, 후보생으로서 자긍심도 높아질 것이다.

다른 한 가지 방안은 여학생 선발 비율을 조금 높이는 것도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남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진 우수한 여학생들이 학군장교로 진출하면 군의 경쟁력도 높아지리라 판단된다.

무엇보다 학군장교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도록 정부나 사회가 충분한 관심과 지원을 보여야 한다. 아무리 황금만능주의 시대라 하더라도 고귀함과 자긍심 같은 품격(品格)을 요구하는 장교가 되는 과정을 견디고 임관한 사람들의 자질은 존중돼야 한다. 복무 기간이 좀 길다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일 것이다. 어쩌면 28개월은 공들여 양성한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대학 졸업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지원할 수 있는 육‧해‧공‧해병대 사관후보생(학사장교, OCS)은 복무 기간이 36개월(3년)이다. 거기다 훈련 기간은 복무 기간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남녀 젊은이들이 앞다퉈 지원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3세인 모 여성은 병역 의무가 없었지만, 본인의 뜻과 의지로 기꺼이 해군 장교로서 3년을 복무했다. 그만큼 높은 의식과 비전을 설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와 사회의 리더로서 일정 기간 봉사하고 희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나아가 청년 사관으로서 조직을 관리하고 이끌어가는 경험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학군장교 과정은 이를 충분히 실천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젊은 학군장교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정부나 사회가 나서야 한다. 물론 재정적인 지원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군에서 기꺼이 희생하고 봉사하려는 젊은 리더를 지지하고 존중하는 문화부터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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