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어린 시절에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떠올랐던 이미지들이 있었다. 사자, 코끼리, 코뿔소, 얼룩말 같은 동물들이었다. 아프리카는 이런 동물이 많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흑백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시절이었는데, 그 때 텔레비전에서 보던 동물들이 대부분 아프리카 동물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동물’은 아주 특별한 존재다. 만나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대상이다. 그렇기에 그림책이나 텔레비전에서 만난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일 수 있다.

한 4년 전에 탄자니아의 아이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아이들이 쇼핑센터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놀이동산에 가서 같이 놀자고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 밖의 대답이 나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자를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간 우리 일행은 사파리에 가면 사자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흔쾌히 데려가겠다고 대답을 했다.

이야기를 나눈 다음 날 아침, 버스에 올라탄 우리 일행은 현지 스태프에게서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자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사파리에서도 볼 수 없고, 우리가 방문한 기간에는 사자들이 대부분 북쪽으로 이동해서 사자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일행이 도착하는 남쪽 입구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차로 달려야 사자들이 있는데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사파리 까지 아이들과 이동하는 동안 우리 일행은 초조한 마음에 아이들이 실망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사파리에 내려서 도시락을 먹고 돌아갈 시간이 다 돼 갈 즈음이었다. 갑자기 아이들이 함성을 질렀다. 사자가 세 마리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적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우리와 함께 한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사자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한국에서 이야기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아프리카에는 사자가 많으니, 사자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사파리는 우리나라의 동물원과 같은 개념이 아니다. 사파리의 한쪽 입구에서 다른 쪽 입구까지는 차로 몇 시간 정도 가야 하는 넓은 평원이다. 유명한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경상북도와 비슷한 면적을 갖고 있다. 그 넓은 평원에서 사자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라고 한다. 누군가 먹이를 주거나 가두어 놓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동물을 만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원은 좁은 우리 안에서 동물을 가두어 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구조로 돼 있다. 비슷한 규격으로 만들어진 우리 안에서 동물들이 생활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동물을 키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사람은 몸의 크기가 비슷해서 아파트를 비슷한 규격으로 지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은 크기에 맞게 일정 행동반경이 있다. 사육하는 우리를 비슷한 규격으로 짓는 것은 동물을 정말 힘들게 만드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동물을 보여주기 위해서 동물원은 있어야 하겠지만, 동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물원 폐지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으로 동물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동물원 운영자 협회 등에서 자발적으로 특화된 동물원을 만들면 좁은 땅에 조금이라도 동물 중심적인 동물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동물원에서 많은 동물을 사육하기보다는 지역별로 특화된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공간을 확보하면 사람과 동물이 조금 더 편하게 서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시멘트 바닥에서 던져주는 먹이를 먹고 언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동물원을 보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것을 가르치는 것인가? 아니면 사람의 만족을 위해서 동물은 고생해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인가?

사자를 만나는 것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아프리카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가는 것이 삶이라고 자연스럽게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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