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36개교 전문대학 총장 대상 설문조사…77개교 총장 답변
현장실습 지원 방안으로는 “현장실습 기업 인센티브 부여” “실습기관 지정” 뽑아
교직원 역량 강화 필요하지만 ‘재정 부담’(57%), ‘대체 인력 부족’(22%)으로 연수 참여 어려워
수업연한 다양화엔 80.5% “학과별로 점전직 도입”...‘고숙련 기술인 양성’ ‘평생직업교육 수요 대응’ 목적
전문대학 총장들 “6개월‧1년 단기과정부터 4년 학위과정 필요” 주장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을 둘러싼 여러 현안에 대한 교육계 현장의 여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올 하반기에 발표를 예고한 교육부의 ‘전문대학 혁신방안’에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고등직업교육 육성 의지’가 공식적으로 과연 어떻게 담길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다양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31주년을 맞이하며 특집기사 ‘전문대학 총장에게 물었다’라는 제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약 2주에 걸쳐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전체 136개 교 전문대학 총장 가운데 77개교(56.6%)가 조사에 답했으며, 고등직업교육과 전문대학 정책에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택형 4문항과 서술형 6문항 등 10개 문항을 통해 총장들이 밝힌 전문대학 이슈, 고등직업교육 확대 정책에 대한 목소리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 분석내용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현장실습 개선에 한목소리…“제도 부담 느낀 산업체, 실습생 기피한다” 응답 ‘46.8%’ = 산업체 현장에서 직접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현장실습은 직업교육기관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때문에 각종 대학 평가에서 ‘현장실습 이수 학생 비율’과 같은 관련 지표도 마련돼 있다. 현장실습을 잘 시키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 평가받는다.

그러나 정작 전문대학에서는 현장실습처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현장실습처 확보와 관련해 대학 현장에 겪는 애로는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설문에 응답한 77개 전문대학 총장 중 36개교(46.8%) 총장들은 현장실습 참여 기업이 부담을 느낄 만한 제도가 늘어, 기업들이 실습생을 받지 않으려 하는 추세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A 대학 총장은 “2018년 9월부터 고용노동부가 현장실습 참여기업에게 현장실습생에 대한 산재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했다. 이로 인해 행정업무가 복잡해져 산업체가 현장실습을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 대학 총장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후, 정부가 지나치게 현장실습 참여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고 본다. 실습생에게 수당도 많이 주고 잘 대해주면 좋겠지만 기업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무척 열악하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기업 확보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응답자의 13%인 10개교 총장들은 지역 경제와 지방 기업들의 규모가 수도권에 비해 작아 현장실습생을 보낼 기업의 수와 현장실습생 파견 규모를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처 확보 자체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응답만 전체의 59.8%에 달하는 것이다.

C 대학 총장은 “기업이 많은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 있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받을 수 있는 실습생 수의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D 대학 총장은 “지역 산업 경기 상황이 점차 나빠지면서 기업들이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것을 점차 피하고 있다. 현장실습처 확보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 역시 현장실습을 운영하기 위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12개교(15.5%) 총장들은 현장실습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렵고 현장실습 운영을 위한 행정 처리 업무도 많아 운영에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실습비 요구, 대학병원의 자대생 위주 실습생 수용 등 실습기관 관행 △질 낮은 현장실습처 △실습과 근로의 경계 모호 △재정지원사업 연계 부담 △학과별 현장실습 기회 불균등 등이 현장실습 운영에 있어 대학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이라는 의견이 함께 전해졌다.

■현장실습 참여 기업 확보 방안 요구돼…인센티브 부여, 실습기관 지정, 제도 완화 등 의견 = 교육부가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전문대학 학생들을 위한 현장실습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현재 가장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물었다.

조사 결과 현장실습처 확보를 위한 방안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9.4%에 달하는 38명의 전문대학 총장들이 기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산업체의 현장실습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 대학 총장은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사업의 입찰에서 현장실습 참여 기업을 그 대상으로 한정하는 등 인센티브를 준다면 기업의 참여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현장실습처 확보 현황이 다르고, 전공별로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 만큼 현장실습 기관을 지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24.7%(19개교)로 나왔다. 이를 통해 실습처 확보뿐 아니라 양질의 실습기관을 선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났다.

F 대학 총장은 “양질의 실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 있는 현장실습기관을 지정하고 운영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실습 개선을 위해서는 현장실습 참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11.7%(9명)로 확인됐다. 기업이 현장실습생에 대한 직무 교육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도록 취업연계 현장실습제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은 7.8%(6명)로 뒤를 이었다.

■‘교직원 역량이 대학 역량’이지만 연수 프로그램 참여 어려운 이유는 = 교육 환경을 둘러싼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면서 대학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들은 교직원 역량 강화가 시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교직원 역량 강화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교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서 44명(57%)의 전문대학 총장들은 대학 재정의 부담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외부 연수 프로그램에 교직원을 참여시키는 데 제약이 있다고 답했다.

G 대학 총장은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에서는 1년에 1명 이상의 교원이 산업체를 연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16주 이상의 산업체 연수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재정형편상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이라며 “이를 위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 대학 총장은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학은 소규모 대학의 수가 많다. 규모가 작을수록 교직원 수도 적다”며 “역량 강화에 필요한 교육 연수 기간에는 그만큼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 만약 교수가 6개월 이상 산업체 연수를 가고 싶어도, 학과에 교수 숫자가 1~2명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대체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필요한 연수를 보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16개교 총장들은 여러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기타’ 항목으로 분류된 의견 중에서는 △고용노동부 근로자직업능력개발훈련에 사학연금 가입자 추가 필요 △직무별, 전공별 역량 체계 구축 △학과 이전 교수의 단기 교육 후 수업 투입 문제 등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 역량 미달이거나 폐과 예상 학과 교수의 강의 배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 대응하기 위한 역량 강화, 직무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역량 개발 필요해 = 그렇다면 전문대학 총장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교직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가장 많은 응답자가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들었다. 27개교 총장(35%)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최신 기술과, 이에 따라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현재 교직원들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I 대학 총장은 “원격 교육, 토론식 교육, 프로젝트 기반 교육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새로운 교수법 이해와 적용을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 대학 총장은 “혁신적인 교육모델이 나오며 교육은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교육 운영을 위한 행정 시스템은 발전이 더디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클라우드 기반 행정 등의 혁신적인 행정시스템 운영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직무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14.3%(11명)로 나타났다. 점차 대학 평가가 복잡해지고 그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어느 때보다 대학 행정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K 대학 총장은 “행정 업무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고 일관성 있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돌아가며, 특히 사전에 업무를 익히지 않은 교원에게 보직을 맡기는 것은 과거 변화가 느렸던 시대에는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대학 생존을 위협하는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L 대학 총장은 “현재 정부 기관 및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 내용이 일반대학 직무에 맞춰져 있다”며 “전문대학 직무에 맞는 교육을 별도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 관리자와 총장 등 리더들에 대한 리더십 함양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11.7%(9명)로 나타났다. 대학 평가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의견은 7.8%(6명)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23명(30%)의 총장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교육 행정 관련 법률 지식 교육 △기획력 향상 교육 △혁신 마인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앞서 교직원들의 연수가 어려운 이유로 연수 기간 대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 만큼, 원하는 시간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원격 교육 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수업연한 다양화’ 필수” 의견…80.5% ‘점진적 도입 적절’ = 전문대학의 숙원과 같은 ‘수업연한 다양화’에 대해서는 92.2%(71명)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수업연한 다양화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로는 46.8%(36명)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과 기술의 발전으로 고숙련 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해 그만큼 수업연한도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19.5%(15명)는 평생직업교육이 전문대학의 주요 역할 중 하나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교육적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업연한이 다양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4년 과정 외에도 6개월, 1년짜리 단기과정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M 대학 총장은 “산업 환경이 급변하며 직업주기와 재직연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재직자와 구직자를 위한 직업 전환 교육, 재취업 교육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2, 3년으로 제한된 수업연한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평생직업교육 기능을 수행하기에 한계가 있다. 기존 수업연한의 틀에서 벗어나 1년에서 4년까지 다양하게 학과와 전공을 운영할 수 있는 수업연한 다양화가 조속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응답자 중 80.5%(62명)은 수업연한의 다양화는 학과마다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다수를 이룬 것은 이미 4년의 수업 연한을 갖고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어 전공마다 요구되는 수업연한의 차이가 있다는 응답이 14.3%(11명), 일본‧대만‧독일 등 선진국에서 수업연한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어 세계적 추세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13%(10명)로 뒤를 이었다.

N 대학 총장은 “일부 학과에서는 전공심화과정을 개설해 학사학위를 수여하고 있고, 그에 맞게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동시에 교수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전공심화과정을 개설한 학과부터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학사학위에 맞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일괄적인 도입도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4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점진적인 도입으로 인해 그 과정에서 평가가 진행된다면 행‧재정적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일괄 도입이 더 낫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일괄 도입을 주장한 응답자는 9.1%(7명)였다. 일괄 도입이든 점진적 도입이든 관계없이 도입에 환영한다는 의견은 2.6%(2명)로 조사됐다.

한편 7.8%(6명)는 수업연한 다양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O 대학 총장은 “수업연한을 다양화할 경우 이에 따른 학사 행정의 혼란이 예상된다”며 “현 학기제를 유지하되, 필요한 경우 비교과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 다양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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