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대학 대상 학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
학종 합격자 비율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
일부 고교와 대학의 편법 기재, 기재 위반 사례 적발
학종 합격자 비율과 일부 사례로 불공정성 확인 불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추진과 교육부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실태조사 결과가 엇박자를 연출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대입 특혜 의혹과 수시 학종 불공정 논란 →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와 정시 확대 추진 →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가 숨 가쁘게 추진됐지만,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일부 사례 또는 정황만 포착했을 뿐 학종의 불공정성을 직접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것. 실태조사가 서류로만 진행,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추가조사와 특정감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추가조사와 특정감사 결과도 불투명하다. 문 대통령이 ‘학종=불공정, 수능=공정’을 근거로 정시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으나,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되레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역으로 문 대통령 정시확대 추진 명분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교육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의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딸의 대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9월 1일 대입제도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어 교육부는 9월 26일 학종 실태조사 대상 13개 대학 명단(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 11일부터 10월 24일까지 실태조사를 했다.

교육부는 13개 대학의 지원자 총 202만명의 4개년(2016학년도~2019학년도) 자료를 토대로 학종 평가기준·과정과 운영 기반, 합격자 현황을 중점 점검했다. 실태조사에는 교육부 공무원(9명), 교육청·유관기관 관련자와 시민감사관(15명)이 투입됐다. 특히 교육부의 학종 실태조사는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추진과 맞물리며 이목이 집중됐다.

그렇다면 실태조사 결과는 어떨까? 교육부가 학종의 불공정성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근거와 사례를 확인했을까? 결론적으로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13개 대학의 학종을 통해 과학고·영재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출신이 일반고 출신보다 많이 합격했다. 과학고·영재고, 외고·국제고, 자사고 출신이 많다 보니 13개 대학의 국가장학금Ⅰ유형 신청 지원·비율이 전국 타 대학들에 비해 낮았다. 기본적으로 합격생들의 가정형편이 여유가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고교 학생부와 고교 프로파일, 수험생의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편법 기재와 기재 금지 위반 사례가 적발됐고 일부 대학은 고교 프로파일을 불공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러나 실태조사 결과로 학종의 불공정성이 입증되기는 어려웠다. 즉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대입에 불공정하게 영향을 끼쳤는지, 대학들이 고의적으로 특정 고교 출신을 유리하게 평가·선발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교육부는 학종 평가의 공정성 확인 차원에서 학생부, 고교 프로파일, 자소서·추천서를 분석한 결과 편법 기재 또는 기재 위반 사례가 일부 적발됐다. 현재 고교는 학생부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논문 등재 △도서 출간 △발명·특허 △교외 경시대회 △해외 (봉사)활동 △공인어학시험 △교외상 △인증 취득과 개인 주관 체험학습 등을 기재할 수 없고 대학이 학생선발과정에서 고교의 기본정보·교육과정 등을 고려, 평가할 수 있도록 고교프로파일을 제공한다. 수험생은 △공인어학성적 △교과 관련 교외수상실적 △해외 어학연수 △발명 특허 △논문·도서출간 △해외활동 △인증 취득 △출신 고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자소서에 기재할 수 없다.

그러나 A고는 학생부에 교외 경시대회명과 수상실적을 별도 목록화해 기재했다. B고는 ‘자동차 도어 제어장치와 복합 사중창 특허를 출원함’이란 형식으로 학생부에 기재했다. C고는 고교프로파일에 과거 대학 진학 실적을 포함시켰고 D고는 모의고사 성적과 교과과정별 내신성적 분포 자료를 고교프로파일에 첨부했다. ‘한국수학올림피아드와 전국학생통계활용대회에 도전해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저는 어릴 적부터 작은 기업을 경영하시는 아버지와’, ‘2015년 청소년 비즈쿨 창업진흥원장상을 시작으로 중소기업청장상 표창을 받았으며’ 등 자소서 기재 금지 항목의 편법 기재 사례도 확인됐다. 2019학년도 기준 자소서 기재 금지 적발 건수는 총 238건이었다.  

특히 교육부는 13개 대학 모두 고교프로파일 활용 지침이 명확하지 않으며, 일부 대학은 평가자 교육자료에 고교프로파일 활용 방식을 포함하거나 사용설명서 형태로 안내했다고 밝혔다. E대는 고교유형,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여부 등을 평가자가 확인할 것을 안내했다. 자칫 특정 고교 출신을 우대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들이 고교프로파일을 활용, 고교별 가점을 부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교육부는 학종의 공정성 확인을 위해 13개 대학의 학종 운영 기반도 확인했다. 학종 운영 기반에는 입학사정관 현황, 평가요소·배점 공개현황, 회피·제척(배제) 등이 포함된다.

입학사정관 현황을 보면 전임(채용)사정관은 2017년 159명에서 2019년 170명으로 7.0% 증가했다. 반면 위촉사정관은 2017년 779명에서 2019년 1029명으로 32% 증가했다. 위촉사정관은 입학전형 시기에 한시적으로 서류·면접평가를 담당한다. 대부분 해당 대학 교수가 위촉사정관을 맡는다. 다만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선정 대학의 전임사정관:위촉사정관 비율은 1대4.3명으로 비선정 대학보다 양호했다. 대학이 정부 지원금을 기반으로 전임사정관을 채용하기 때문이다.

평가요소·배점 공개현황의 경우 평가정보 공개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구체적인 평가방식과 배점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바로 이것이 학종을 ‘깜깜이 전형’으로 부르는 이유다. 2020학년도 서류평가 기준으로 11개 대학이 평가요소를 공개한 가운데 세부항목은 9개 대학이, 평가요소별 배점은 5개 대학이 공개했다. 2020학년도 면접평가 기준으로는 7개 대학이 평가요소를 공개했고 세부항목은 5개 대학이, 평가요소별 배점은 4개 대학이 공개했다.

회피·제척(배제)은 교직원 자녀 합격에 초점이 맞춰진다. 13개 대학은 모두 회피·제척 규정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최근 4년간 13개 대학 교직원 자녀의 수시 지원사례는 1826건으로 합격률은 14.0%(255건)였다. 특히 교수 자녀의 부모 교수 소속 학과(학부) 합격 사례는 33건(13개대 4년간)이었다. 교육부 확인 결과 현재까지 위법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13개 대학의 고교 유형별 합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원단계부터 합격단계까지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합격자가 많았다. 즉 13개 대학 학종 지원 합격률은 일반고 9.1%, 자사고 10.2%, 외고·국제고 13.9%, 과학고·영재고 26.1%였다. 일종의 고교서열화 양상을 띄는 것. 그러나 이는 비단 학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13개 대학의 수능 합격률 역시 일반고 16.3%, 자사고 18.4%, 외고·국제고 20.2%, 과학고·영재고 24.3%였다.

다시 말해 소위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은 전형에 관계없이 대학 진학 실적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13개 대학의 일반고 출신 지원자는 학종과 수능 모두 지원단계보다 합격단계에서 비중이 감소(학종 71.5%⟶63.8%, 수능 71.7%⟶69.0%)했고 외고·국제고 출신 지원자는 학종과 수능 모두 지원단계보다 합격단계에서 비중이 증가(학종 8.5%⟶11.5%, 수능 6.9%⟶8.2%)했다.

또한 13개 대학의 4개년 고교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은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이었다. 예를 들어 F대의 고교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은 지원자 기준 일반고(2.09)>자사고(3.33)>외고·국제고(3.59)였고 합격자 기준 일반고(1.50)>자사고(2.60)>외고·국제고(2.86)였다. F대의 고교유형별 합격률은 외고·국제고 23.1%, 자사고 10.8%, 일반고 9.3%였다.

13개 대학의 4개년 평균 고교 소재지별 합격 현황은 서울시 소재 고교의 경우 학종 27.4%, 수능 37.8%였다. 광역시 소재 고교의 경우 학종 22.0%, 수능 17.5%였다. 반면 읍·면 소재 고교의 경우 학종 15.0%, 수능 8.6%였다. 대학들이 학종에서 고른기회전형 선발 비율을 꾸준히 높이면서 읍·면 소재 고교의 학종 비율이 수능보다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13개 대학의 합격자 비율이 특목고 순으로 높기 때문에 13개 대학은 전반적으로 전국 평균 대비 국가장학금 수혜율이 낮았다. 교육부는 4년간 13개 대학 신입생의 1학기 국가장학금Ⅰ 유형 신청·지원 결과를 분석했고 등록자(신입생) 가운데 소득 8구간 이하(기초생보자·차상위 포함) 국가 장학금 수혜자 비율은 평균 30.1%, 3구간 이하 13.2%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 전국 대학의 8구간 이하 평균 수혜율은 48.2%(3구간 이하 22.8%)였다. 13개 대학이 전체 대학과 비교, 부모들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교육부는 13개 학종 실태조사를 통해 평가자료의 편법 기재와 기재 위반 사례, 대학의 고교프로파일 불공정 활용 여지, 고교 서열화 등 일부 문제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교육부 실태조사에서 학종의 불공정성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사례와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실태조사가 서류조사에 그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에 교육부는 △서류평가 시스템 내 과거졸업자 진학실적이나 고교(유형)별 평균 등급 제공 사례 △자소서(추천서) 기재 금지 위반과 표절 처리 부적절 △평가시스템 접속기록 상 서류평가 시간이 특별히 부족한 경우 △교직원 자녀(부모 소속학과에 자녀 입학 사례 포함) 입학 사례 등을 대상으로 추가조사와 특정감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생부 기재금지를 위반하거나 고교프로파일 내 부적절 정보를 제공한 고교에 대해 행정조치를 취하고 학생부 기재금지, 고교프로파일 내 부적절 정보가 대입에 반영되지 않도록 공문 시행과 관계기관 협조 등을 즉시 조치할 것”이라면서 “평가과정에서 고교유형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교 후광효과 차단과 고교 서열화 해소를 추진하고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요소와 배점 등 정보 공개 확대, 입학사정관역량 강화와 평가 몰입 환경 조성, 평가 투명성·공정성 제고 공통지침 마련 등을 추진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가 학종 실태조사와 함께 13개 대학의 특기자전형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어학 능력 등을 자격, 평가요소로 설정함으로써 특정고교 학생이 일부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가 있었다. 아울러 13개 대학은 전국 평균 대비 고른기회전형 비중이 낮았다. 교육부는 학종 실태조사 개선 사항과 함께 특기자전형 축소·폐지와 고른기회 전형 확대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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