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 겸 학생성공센터장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 겸 학생성공센터장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 겸 학생성공센터장

최근 몇 년간 ‘대학교육 혁신’이라는 간판을 내건 기관이나 부서를 설립한 대학이 부쩍 늘었다.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국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교육 혁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해당 조직의 역할을 보면 천차만별이다. 어떤 대학에서는 비교과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운영을 전담하고, 다른 대학에서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핵심역량 개발과 교육의 질 관리를 맡긴 대학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기존 부서에 이름만 바꿔 달았거나 여느 행정 부서가 하던 일을 기계적으로 나누어 맡긴 것이라면 곤란하다. ‘대학교육 혁신’이라는 이름을 붙인 부서를 만들었다고 혁신이 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 만들었다면, 혁신 성과를 창출하기보다 대학의 자원과 에너지만 소모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학교육 혁신’이라는 중요한 의제와 값진 명칭을 헛되이 써버리고, 혁신에 대한 불만과 냉소만 자초할 수도 있다.

필자가 소속된 대학은 2014년 전국 최초로 ‘대학교육혁신센터’를 만들어서 6년째 이어오고 있다. 4년 간 센터장을 경험하고 여러 대학을 방문하면서 느끼고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대학교육 혁신’ 기관이 성공하기 위한 토대가 무엇인지 제언한다.

먼저 새로운 조직이 무엇을 하게 할 것인지, 즉 설립 취지와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혁신은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던 비교과 프로그램을 한 부서에서 전담토록 하려는 것인가, 각종 정부 사업과 평가에 대비한 보고서 작성을 맡기려는 것인가 아니면 기존 학과들이 꺼리는 새롭고 실험적인 교육 모델을 만들어 시행하고 그 성과를 평가한 후 다시 대학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교육 혁신의 허브로 활용할 것인가. 교육 혁신을 목표로 기관을 설립했다면 의도가 분명하고 이유가 타당해야 한다. 즉, 이름값을 해야 한다.

총장과 경영진의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다. 특히 혁신을 주도하는 기관이라면 힘이 실려야 한다. 관건은 우수한 연구원과 추진력 있는 직원을 배치하고, 새로운 과업을 맘껏 추진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느냐이다. 단순히 정부 사업을 수행하거나 보고서에 써넣을 장식용 조직이라면 그 대학의 변화와 혁신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의 교육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임명하고 상당한 수준의 재량을 부여해야 한다. 반드시 ‘거물’일 필요는 없다. 전통적으로 강한 힘을 가진 행정 부서와 상생을 도모하면서, 꾸준히 설득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학생 편에서 생각하고, 학생 성공(student success)을 이루겠다는 용기와 결단력이 있는 사람을 앉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 기능이다. 혁신은 자신의 강약점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현재 환경 진단과 미래 전망을 정확히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수ㆍ학생 등 구성원의 집단적 특징은 무엇이고, 캠퍼스 문화는 어떠한가. 학생들이 길러야 할 역량은 무엇이고,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비교과 프로그램의 효과는 어떠한가. 즉, 혁신 부서는 데이터 기반, 증거 기반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씽크탱크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하나의 정답은 없다. 핵심은 대학 교육 혁신 조직이 뚜렷한 비전과 목적을 가지고, 과감하게 변화를 추진해가는 역동적인 부서로 자리매김하느냐이다. 나아가 교육 혁신 조직의 성패는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달려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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