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박주희 회장이 '전문대학 간호학과 차별 해결방안'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7일 열린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박주희 회장이 '전문대학 간호학과 차별 해결방안'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전문대학 간호학과는 교육부 장관이 지정한 평가기관으로부터 일반대학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와 인증을 받고 있다. 교육의 질적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사회의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져 정부 정책과 제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국가는 의료인 양성의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행‧재정적 지원을 해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7일 상암 중소기업DMC센터에서 열린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가 6월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간호학과 차별 해결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가 박주희 회장의 발표로 공개됐다. 박 회장은 발표를 통해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재정 지원상 차별 문제와 4년제 전환 후에도 등록금이 이전과 동일하다고 지적하고,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등록금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에는 연구책임자를 맡은 박 회장을 비롯해 △이선경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기획처장 △최영아 경북보건대학교 간호학부장 △이현주 서정대학교 교수(간호학과) △최금봉 조선간호대학교 기획산학처장 △김남중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기획처장 △박종순 서일대학교 기획조정처장 △하승한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기획정책실장이 참여했다.

■전문대 간호학과 등록금, 일반대 80% 수준…“일반대 평균 수준 상향” 주장 = 박 회장은 전문대학 4년제 간호학과의 등록금이 일반대학 평균 등록금 수준으로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대학 간호학과 86곳 중 84곳이 일반대학과 동일한 4년의 학제를 갖고 동일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며 동일한 면허 자격이 부여된다. 그럼에도 전문대학 간호학과 등록금은 3년제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전국 사립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1년 평균 등록금은 일반대학의 80.2% 수준이다.

박 회장은 “2016년 대비 2017년 임상실습비는 4.6% 증가했다. 2018년에는 전년대비 26%가 증가했다”며 3년제 수준의 등록금으로는 4년제 학과 교원, 시설,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간호학과를 설치한 86개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전했다. 박 회장은 “47개 전문대학이 응답한 설문에서 응답자 전원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등록금 인상이 필요한 이유로는 교과과정 개발과 실습기자재 확보, 실습시설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라 응답했다”고 말했다.

전문대학 간호학과와 일반대학간 등록금 격차의 원인으로 정부의 등록금 인상 제한 정책을 들며 “4년제로 전환한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교육여건,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간호학과 등록금을 일반대학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전문대 간호학생 정책 차별 해소하라” = 박 회장은 또한 전문대학 간호학과와 학생들에 대한 정책과 재정지원 현황에서 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대학 간호학과는 4년제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국가우수장학금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고등직업교육 분야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별도의 우수장학금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전문대학 간호학과 학생 수가 일반대학보다 많음에도 2019년 보건복지부의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에서 선정된 7개 수행기관 중 전문대학은 2개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은 간호학과 학생들의 임상실습과 실기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에 시뮬레이션 센터 설치나 확장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간호학과가 설치된 205개 대학의 학생 수는 일반대 48%, 전문대학이 52%로, 전문대학 간호학생 수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은 “간호대학 실습교육 강화 방안으로 지역거점병원이나 권역별 실습교육센터를 마련해 전문대학 간호학과에도 교육 수혜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간호대학 실습교육 지원사업에서 실습교육에 애로사항이 있는 전문대학 간호학과 선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대학 간호학과에 대한 정책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위원회에 전문대학 교원의 숫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을 비롯한 유관기관의 정책위원회에 전문대학 교원이 일반대학 간호학과 관계자 수에 비해 적다.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현실을 반영한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며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로 인력풀을 구성해 관련 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상실습 할 곳이 없다” 다방면 대안 제시 = 박 회장은 발표에서 “실습처들이 현장실습생을 꺼리는 상황이다. 실습생을 받아달라고 대학 교수들이 애원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전문대학 간호학과는 부속병원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아 임상실습기관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임상실습 시수가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상실습 시수 조정에 대해 그는 “미국의 경우 임상실습 시간을 660~90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기준도 축소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며 “임상실습시간 중 12%는 시뮬레이션실습으로 대체할 수 있는 현 기준을 20%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간호학실습, 건강사정실습, 핵심기본간호실습 등 관련 교과 수업을 임상실습 시수로 인정하고, 해외 인턴십이나 해외 현장장실습 시수도 임상실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뮬레이션 실습을 활성화하고, 실습지도 전담 인력과 실습기관의 교육 환경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습기관 확보를 위해 대학만이 아닌 실습기관과 국가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도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간호학과 단일 대학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규모가 작은 간호학과 단일 전문대학의 경우 교수들이 평가 준비에 투입돼 휴‧보강이 빈번해지고 있다.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평가를 간소화하고, 소규모 대학의 특징을 반영한 평가기준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전문대‧일반대의 기관평가인증과 간호교육평가인증을 비교하며 “동일한 지표임에도 기준이 다르다. 기준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간호교육인증평가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 대학은 이를 위해 간호학과에 더 많은 재정지원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 학과들에 대한 투자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간호학과와 타 학과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준 통일 과정에서 다른 평가의 기준이 상향된다면 이를위한 재정지원이 함께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1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전문대학 간호학과에 대해 정부가 얼마나 소홀했는가 절감했다. 간호사 숫자는 늘어야 한다고 하는데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며 “간호학과 차별 문제는 전문대학 전체의 문제다. 모든 전문대학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다양한 의견을 보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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