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대학 자율 혁신 성과 강조···대학가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 강화 불만
고등교육정책 대전환 없으면 대학 경쟁력 약화 우려···대학과 국가 미래도 불투명

대학노조가 지난달 말 총파업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대학노조가 지난달 말 총파업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 광장을 지나 청와대로 향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문재인 정부가 9일 반환점을 돌았다. 고등교육 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간점수는 ‘낙제점’이다. 대학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의 간섭과 통제 강화가 재정난 가중, 혁신 걸림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기점으로 고등교육정책의 대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대학의 경쟁력 저하는 명확하다. 동시에 대학가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고등교육정책의 핵심 성과로 대학 자율 혁신 지원을 강조했다. 대표 사례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대학혁신지원사업) △기업·연구소·창업자 대학 캠퍼스 입주 추진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선정 △학술 생태계 활성화 기반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학가는 고개를 저었다. 본지가 7월 전국 65개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불만족 응답이 34명(‘만족하지 않는다’ 23명+‘매우 만족하지 않는다’ 11명)으로 만족 응답 6명(‘대체로 만족한다’ 6명+‘매우 만족한다’ 0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대학 총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 문제점으로 간섭과 통제 강화(30명)를 1순위로 꼽았다. 유 부총리의 성과 강조와 대조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 차를 넘어 반환점을 지나면서 대학가의 불신은 심화되고 있다. 간섭과 통제가 강화되고, 위기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학혁신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학의 자율 혁신 지원을 목적으로 대학혁신 지원 사업을 야심차게 도입했다. 목적성 사업과 달리 일반재정지원사업이라는 점에서 사업비 사용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성과 평가 도입에 이어 강사법 연계 평가,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연계 지원 등이 겹치며 대학혁신 지원사업은 갈수록 취지와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재정지원 연계 압박 기조’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유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정책 핵심 성과로 대학 자율 혁신 지원을 제시하며, 대학혁신 지원사업을 대표 사례로 꼽은 것이 무색하다.

A 대 총장은 “대학혁신 지원 사업비는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에 협조해 대학이 겪고 있는 등록금 동결·축소, 입학금 폐지, 교내 장학금 확대 부담과 강사법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 등을 보전하기 위한 지원이 돼야 한다”면서 “1년 단위 성과 평가,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유지충원율에 의한 계속 지원 여부 결정, 지출 항목 제한 등 규제를 폐지하고 순수 일반지원사업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은 “3주기(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혁신재정지원(대학혁신지원사업) 연계 방식 정책은 전면 재고돼야 한다”며 “기존 목적사업 재정지원 방식 틀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직접적, 실질적 지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대학혁신 지원방안과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정부 주도 구조조정을 탈피해 ‘대학의 자율’을 주창했지만 대학가의 반발이 거세다.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의 충원율 지표 반영 비율이 대폭 확대돼 사실상 정원 감축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은 무늬이고, 이면에 간섭과 통제가 도사리고 있다.

대학 재정도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에도 불구, 입학금 폐지와 전형료 인하를 압박했다. 설상가상으로 강사법 시행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재정은 위기를 넘어 파산이 예고되고 있다. 재정난은 대학의 혁신과 발전의 장애물이다. 서문동 전국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 협의회장은 “미래 대학은 산업에 필요한 고등교육 수요를 배출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연구기지가 돼야 할 곳”이라면서 “우리나라 대학은 재정적 위기에 서 있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대학 구성원들의 경비 절감 노력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노력했지만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사립대는 문재인 정부 공정 프레임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기치로 출범했다. 따라서 공정이 명분이다. 이에 교육부는 사학비리 척결에 드라이브를 걸며 부정·비리 의혹 사립대 감사뿐 아니라 16개 사립대 종합감사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사학비리는 척결 대상이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의 비리와 문제로 전체 사립대를 옭아매면 문재인 정부의 공정 프레임을 위해 사립대를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황인성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국장은 “일부 사립대의 부정과 비리를 침소봉대해 세몰이로 여론을 조작할 경우 대학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기 어렵다. 사립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결국 우리나라 고등교육 전체에 대해 대외 신뢰와 경쟁력을 약화시켜서 외국 학생 유치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아마도 IMD 등 세계경쟁력평가나 QS 같은 세계 대학순위에도 한국 대학에 대한 정부와 사회적 불신 확산이 부정적 인지도나 신인도를 낮게 하는 요인의 하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입제도도 정치 논리에 휘말리며 요동치고 있다. 피해는 대학들의 몫이다. 대학들은 대입 예고제에 따라 정부의 대입 기조를 토대로 대입 전형을 설계, 운영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대입 특혜 논란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대입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정시 확대 방침을 공식 표명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교육부가 일부 주요 대학들을 대상으로 정시 확대를 추진, 논란이 한차례 불거졌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입제도 안정성을 흔들면서까지 대학을 몰아붙이기는 유례가 없다.  박태훈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은 “입시는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공정성 못지않게 안정성도 중요하다. 그래야 예측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간섭과 통제 강화. 대학의 재정난과 위기,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며, 대학의 미래가 국가의 미래다. 따라서 향후 문재인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은 사학 비리와 불공정 요소를 과감히 척결하되, 대학이 자율과 지원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향상시켜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고등교육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정책을 비롯해 교육 분야 국정 과제에 대해 중간 점검을 하고 미진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더욱 개선·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