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액 13조원, 실제 보유액 9조원 ‘4조원 부족’…108개교 기준 못 채워
수익률 ‘저조’ 2% 미만 113개교, 5% 이상 수익 낸 곳 10개교 불과
재산 대부분이 ‘땅’, 수익성 제고 절실하지만 ‘뾰족한 방법 없어’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은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재산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고, 이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충분히 확보한 대학은 적었고, 설령 재산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개선이 절실하다. 수익성 낮은 ‘땅’에 대부분의 수익용 기본재산이 묶여 있는 것이 원인이지만, 이를 수익성이 높은 자산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산 9조여 원, 확보율 69.3%…지난해 대비 확대 불구 108개교 기준 미달 = 최근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개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 현황’에 따르면, 대학들 대다수는 정해진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일반대를 대상으로 교육부가 낸 통계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9조326억원이나 됐지만, 기준액인 13조298억원과는 4조원 가까운 차이가 났다. 기준액 대비 실제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은 69.3%로 70%에 미치지 못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유형을 나눠보면, 수도권의 사정이 그나마 나았다. 수도권 대학들은 5조9659억원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해 7조7140억원의 기준액 대비 77.3%의 확보율을 기록했지만, 비수도권 대학들은 5조3158억원 중 3조667억원을 확보해 57.7%의 비율을 보이는 데 그쳤다. 20%포인트 차이가 있었다. 

다만, 소재지별 현황은 전반적인 경향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수익용 기본재산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존재했기 때문이다. 법인이 같거나 본·분교 체제여서 통합공시가 이뤄지고 있는 대학들 가운데 중복현황을 제외하고 보면 남는 대학은 148개교. 이 중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 100% 이상을 기록한 곳은 40개교에 불과했다. 나머지 108개교는 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서울권 주요대학을 비롯해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3.4%에 그친 성균관대를 필두로 △숙명여대(9.8%) △광운대(11.8%) △숭실대(15.7%) △서강대(29.5%) △고려대(32.2%) △경희대(33.6%) △중앙대(46.5%) 등 서울권 대학 중 선호도가 높은 곳 상당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확보율을 보였다. △명지대(52.1%) △이화여대(55.9%) △홍익대(56.4%) △국민대(93%) 등의 대학들도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았을 뿐 확보율이 100%를 밑돌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모든 대학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적게 확보한 것은 아니었다. 중앙승가대가 무려 3800%에 달하는 346억여 원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영산선학대·루터대·감리교신학대·서울장신대·부산장신대 등은 기준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대를 비롯해 덕성여대·건국대·세종대·포스텍·단국대·연세대·한양대·동덕여대·한국외대 등도 수익용 기본재산을 기준액 이상 확보한 대학이었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립대학이 대학을 경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보유하는 재산이다. 대학설립·운영기준에 따르면, 대학은 연간 학교회계 운영 수익 총액에서 전입금 및 기부금 수입, 국고보조금을 제외한 가액 이상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수익용 기본재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법인 전입금 등 대학이 운영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경비 등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물론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미흡하다고 꼭 문제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재단에서 들어오는 전입금이 충분한 경우 대학 운영에는 차질이 없을 수 있다. 수익용 기본재산 이외 자산들을 활용해 수익사업 등을 벌여 필요한 비용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기본적인 ‘재정 건전성’을 알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수익을 낼 만한 재산을 가지지 못한 대학들은 최근 불어 닥친 학령인구 감소 등 시대 변화상에 유연하게 대응할 능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사업 등 재정 관련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처럼 전반적으로 낮은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과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대학들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지난해보다는 다소 개선됐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취합한 통계에 따르면, 대학들의 수익용 기본 재산은 한 해 전에 비해 5985억원 늘어났고, 확보율도 65.6%에서 69.3%로 3.7%포인트 높아졌다. 

■‘재산 있어도’ 수익률 ‘처참’…수익용 기본재산 대부분은 ‘땅’ 원인 = 재산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를 기반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들 가운데 수익용 기반재산을 기반으로 눈에 띌 만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곳은 드물었다. 보유재산 대비 수익 비율이 5%를 넘긴 대학은 고려대와 연세대를 비롯해 한림대·순천향대·한세대·경희대·아주대·인제대 등 10여 곳에 불과했다.

본래 대학설립·운영 규정이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만 하더라도 대학들에는 수익용 기본재산 총액 5% 이상의 수익을 낼 것이 요구됐다. 하지만,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률 확보가 쉽지 않자 기준이 2017년 1월부터 3.5%로 낮아졌고, 같은 해 4월에 또 한 번 기준을 낮췄다. 현재 대학설립·운영 규정에는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전년도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중 저축성 수신 금리’를 따라 수익률을 기록하도록 명시돼 있다. 바뀐 규정이 적용된 2017년과 2018년 저축성 수신 금리는 1.8% 안팎으로 2%를 넘기지 않고 있다. 

대학들의 부담은 낮아졌지만, 수익률이 기준에 못 미치는 곳이 부지기수다. 수익률이 2%를 밑돈 곳은 무려 113개교나 됐다. 이 중에는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해 0%의 수익률을 기록한 곳도 5개교 포함됐다. 한발 더 나아가 신경대와 수원대, 총신대 등 3개교는 수익이 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도리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말만 ‘수익용’ 재산이지 실제 수익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수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법인이 부담해야 할 사학연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고용보험 등의 ‘법정부담금’ 부담률도 저조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 사립대학 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액은 2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29억원 늘었지만, 부담률은 50.3%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익률이 낮은 것은 대학들의 수익용 기본재산 대부분이 ‘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한 ‘사립대 수익용 기본재산 내역별 보유 현황’에 따르면, 일반대 외 전문대, 기타법인 등 261곳이 보유한 수익용 기본재산은 총 11조6182억원. 이 중 절반이 넘는 6조8067억원이 ‘토지’였다. 건물은 2조1351억원, 유가증권과 신탁예금이 각각 1조5013억원과 1조1446억원으로 전부 합해도 토지의 비중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의 수익률은 ‘처참’했다. 전체 6조8067억원의 토지에서 나온 수익은 726억1492만원에 불과, 수익률이 1.1%로 다른 수익용 기본재산들에 비해 낮았다. 2조1351억원 규모의 건물에서 9.8%에 해당하는 2094억2555만원의 수익이 나온 것이 가장 높았으며, 유가증권과 신탁예금은 2.3%와 1.6%로 비교적 수익률이 낮았지만, 땅보다는 양호한 편이었다. 

설립 당시 재산 확보가 어려웠던 대학들이 땅을 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투기’로 비칠 만한 부분도 있다. 수익용 건물의 부지나, 수익용 건물의 부지로 추정되는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의 평가액은 3조126억원인데, 이 중 60%가 넘는 1조8280억원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작 수도권 토지에서 나오는 수익률은 보잘것없었다. 수도권 토지의 수익률은 1.1% 수준으로 평균 0.7%의 수익률을 보인 광역시에 비해서는 다소 높았지만, 울산 2.3%, 광주 1.6%, 부산 1.2%, 등에는 미치지 못했다.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고 토지를 단순 보유한 대학이 많다는 것이다. 

사정이 좋지 못하지만,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다. 교육부는 매년 발간하는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안내서’를 통해 “저수익 재산을 고수익성 재산으로 전환해 수익 증대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그린벨트 등의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각·용도 전환에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실현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수익률이 높지 못한 토지들은 매각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보유한 자산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대학은 없다. 이왕이면 토지보다는 건물 등을 보유하는 게 수익성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기존 수익성이 없는 토지를 사겠다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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