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최근 모 대학에서 열린 IC-PBL 컨퍼런스를 통해 교육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우선 IC-PBL이란 단어부터 살펴보자. IC-PBL은 ‘Industry-Coupled Problem-Based Learning’의 약자로, 산업체와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산업 현장의 실제 과업을 학습 시나리오로 개발해 학습자가 현장에서 발행하는 실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 모델을 의미한다. 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일종의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 방식이다. IC-PBL은 현장으로부터 직접 문제를 제공받거나 현장의 요구로부터 발생한 문제를 수업에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적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날 콘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선 기업의 임원도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IC-PBL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초연결 시대로 들어와서 중요한 것은 ‘수없이 많은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초기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예를 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사는 쥐의 숫자를 파악해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3일 안에 답을 내놔야하는 상황이다. 컨설팅 피(fee)를 줄 테니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물론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가장 탁월한 대답 중 하나는 이렇다고 했다. ‘국내에서 큰 제약회사가 어디인지 검색한다 → 해당 제약회사에 연락한다 → 심층인터뷰를 통해 쥐의 숫자를 파악한다 → 여기에 따른 보고서를 작성한다’. 학교 수업이나 논문 발표와 같은 성격이 아니다 보니 거친 방식으로 얘기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문제에 대한 어프로치(접근)와 사고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역이 될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즉, 정형화된 문제 접근 방식을 지양하고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자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창의적 사고력을 강조할 때 곧잘 나오는 용어로 ‘페르미 추정(Fermi Estimate)’이라는 게 있다. 페르미 추정이란 어떠한 문제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략적인 근사치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이탈리아 출신 미국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에서 따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를 거치면서 광화문, 여의도, 서초동 집회에 참가한 인원을 추산하는 것도 페르미 추정을 통해 가능하다. 페르미 추정을 통해 집회에 활용된 공간의 전체 면적을 계산하고, 단위 면적(3.3㎡)당 인원을 집계해 참여 인원을 어림잡는 방식이다. 서울시에서 돌아다니는 택시는 몇 대일까, 서울권 대학의 입대자 수는 몇 명일까… 이와 같은 문제는 모두 숫자나 결과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보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창의적‧논리적 과정을 거쳐 문제해결 전략을 수립해나가는 과정과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문제해결력을 키워야 하는 교육 혁신과도 직결돼 있다.  

학생들이 졸업 후 기업 현장에 가면 다양한 케이스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맞는 적절한 대응 방법과 해결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 교육계는 정시‧수시 비율을 따지면서 소모적 논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미래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종사자들이 IC-PBL을 일찌감치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교육 혁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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