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기록 보관 않는 대학 대다수, 단순 접속시간으로 비판 못해
사정관 1인당 평균 143명 평가, 평가일수 한 달 이상 
대입 주체 대학 의견은 ‘모르쇠’? ‘단순 계산으로도 반박 가능’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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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 한 명을 평가하는 시간이 5분 미만에 그치기도 한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공개된 대학들의 평가 시스템 접속 시간에 따른 것이다. 13개 대학 중 5개 대학을 조사한 데이터를 보니 지원자 1인당 평가 시간이 최소 8.66분에서 최대 21.23분에 불과했으며, 5분 미만인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10분 미만 평가가 많은 데다 5분 미만 평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대학도 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학생부 서류가 20장이 넘는데 5분도 채 되지 않는 4분 만에 평가를 끝내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비판의 주체는 언론과 사교육이다. 모 언론은 사교육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5분 미만 평가는 사실상 평가를 안 하고 걸러낸 것"이라며 "지원자가 많으니 상당수를 평가하지도 않고 탈락시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교별 수능 성적이나 해당 고교 이전 합격자 등 계량화 지표를 축적해 이를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별 성적이나 합격자 등을 축적해 평가하는 것은 '고교 등급제'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같은 주장은 ‘팩트’가 아니다. 대학들은 대부분 평가 시스템에 접속 시간을 별도로 기록하지 않는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대다수 대학은 시스템상 개인별 접속 시간을 보관하지 않는다. 시스템에 기록된다 하더라도 접속시간 파악이 가능한지를 모르는 대학들이 대다수였다. 시스템이 불안정해 접속 기록이 남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접속 시간 자체가 정확한 '팩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5개 대학의 현황만 제시된 것만 보더라도 실제 접속 시간이 기록되지 않은 대학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이같은 소명을 보도자료에 반영해 둔 상태다. 교육부는 ‘접속 시간’ 표를 제시하며 “해당 사항은 시스템 상 오류(접속 기록 미저장 등)로 실제 서류평가 시간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을 넣어 놨다. 주장의 근간이 되는 ‘접속 시간’이라는 데이터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교육부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가 불확실하다는 점 외에도 4분만에 평가가 끝난다는 주장은 반박 가능하다. 사정관 1인당 평가해야 할 인원과 평가기간 등을 기반으로 단순 계산만 해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 학종 실태조사를 받은 13개 대학의 사정관이 2019학년 기준 1093명이며, 지원자 수는 17만1935명이라고 했다. 지원자를 사정관으로 나눈 사정관 1인당 지원자 수는 157명이었다. 2017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3년 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사정관 1인당 평균 지원자 수는 143명이었다. 사정관 1인당 이 정도 인원을 한 해에 평가해야 했다는 것이다.

대학들의 평가 기간은 얼마나 될까?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학들은 통상 한 달 이상의 시간을 학종 평가 기간으로 둔다. 많게는 두 달 가까이 평가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평가기간을 짧게 한 달만 잡아보면 어떨까. 업무일인 22일간 평가를 진행한다고 할 때 사정관 1인이 하루에 평가해야 하는 학생 수는 평균 6.5명. 업무시간인 8시간 기준 학생 1인당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평가기간 중 다른 업무들을 병행한다 하더라도 5분 미만 평가를 실시해야 할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대교협에서 권장하는 1일 평가 인원은 11명에서 15명 정도다. 다만, 이는 업무시간인 8시간 동안 집중에 집중을 거듭해야 평가 가능한 인원”이라며 “5분도 안 걸려 평가를 끝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5분간 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다면, 대교협 권장인원 기준 하루 1시간만 평가하고 나머지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얘기인데 말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 와 보면 말도 되지 않는 얘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잘못된 데이터라고는 하지만, 평가시간이 짧은 사례가 일부 있다는 지적은 유효하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학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접속 기록이 있는 대학에서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만큼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인지하는 즉시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간혹 위촉된 교수 사정관들 중 평가시간이 짧은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사례를 모아 다음해에는 사정관에서 해촉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식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대입전형을 비판하면서 대학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해당 인물들이 대입에서 갖는 영향력과 별개로 학종 평가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궁금하다. 대학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며, “사실을 파악하지도 않고 단정해 얘기하는 것은 왜곡이나 마찬가지다. 언론이 대입의 주체인 대학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사교육의 '나팔수' 노릇이나 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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