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종합토론 “지역경제, 대학 어려움 가중…지자체‧대학 간 양자 호혜가 필요충분조건”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Thinking is global, practice is local)’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 브랜드 슬로건이었던 예의 환경 캠페인이 새로운 세기에 들어와 비약적으로 사회적 확장성을 가지며 사회 모든 부문에 녹아들게 됐다. 하지만 지역경제는 장기실업과 저성장, 산업구조의 개편 등으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런가 하면 대학은 대학대로 학령인구 대비 과밀 분포이다 보니 고등교육기관 간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시계 제로인 상황이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입학금 폐지에 등록금 동결이 지속돼 재정여건이 한계상황에 달한 상태다. 정부는 대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조하면서 질적 수월성을 주장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구조개혁 가속화에 다름 아니다.

요컨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본질과 의의, 역할과 과제, 미래 비전의 알파와 오메가는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백세장수시대에 전문대학의 현 주소는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연-관-산-학, 즉 연구소, 지자체, 산업체와 대학이 연계해 협력할 때만이 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기조하에 전국의 많은 전문대학은 지자체와 보폭을 함께 하며 전례 없는 친화력(Rapports)을 보여 주고 있다.

본지와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산하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회는 10회에 걸쳐 ‘전문대학과 지자체의 상생­협력방안 모색’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①지역발전 모색을 위한 전문대와 지자체의 역할과 과제
②혁신을 지향한 전문대와 해당 지자체 협력 사례
③인덕대학교 협력사례
④서정대학교와 양주시의 협력사례
⑤지자체 커뮤니티 케어와 지역대학의 간호보건 협력 사례
⑥거창 승강기밸리 사업과 추진 대학 간 상생협력의 비전
⑦지역특화형 전문대학과 지자체 간 상생협력 모델 사례
⑧지자체 시정발전연구원 설립과 운영 사례
⑨지자체와 공립 전문대학의 상생협력 성과와 전망
⑩해외 전문대학과 지자체 협력사례
⑪전문가 종합토론

전문가 좌담회에 참여한 패널들. 윗줄 왼쪽부터 한강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전남도립대학교 교수), 한광식 부위원장(김포대학교 교수), 이종하 인덕대학교 교수, 길민욱 문경대학교 부총장, 김유정 조선간호대학교 교수. 아래 왼쪽부터 김승호 한국승강기대학교 기획처장, 염일렬 서정대학교 대외협력처장, 김도영 수원시정연구원 연구기획팀장, 이병규 동의과학대학교 교수.
전문가 좌담회에 참여한 패널들. 윗줄 왼쪽부터 한강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전남도립대학교 교수), 한광식 부위원장(김포대학교 교수), 이종하 인덕대학교 교수, 길민욱 문경대학교 부총장, 김유정 조선간호대학교 교수. 아래 왼쪽부터 김승호 한국승강기대학교 기획처장, 염일렬 서정대학교 대외협력처장, 김도영 수원시정연구원 연구기획팀장, 이병규 동의과학대학교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지역 전문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간 발전방안 모색을 위해 전문가들이 한강희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전남도립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을 했다. △한광식 부위원장(김포대학교 교수) △이종하 인덕대학교 교수 △길민욱 문경대학교 부총장 △김유정 조선간호대학교 교수 △김승호 한국승강기대학교 기획처장 △염일렬 서정대학교 대외협력처장 △김도영 수원시정연구원 연구기획팀장 △이병규 동의과학대학교 교수 등은 전문대학과 지역 간 상생 활성화의 해법은 오직 상생협력뿐이며, 이를 지원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했다.

- 한강희 위원장(이하 사회) : 전문대학의 유일 학회인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산하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회’ 특집 연재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번 시리즈는 장기간에 걸쳐 전국의 전문대학을 지역별로 고르게 안배해 동시대 사회적 현안인 지자체와 대학을 매개로 이뤄지는 상생협력의 성과와 전망을 사례 중심으로 짚어보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 먼저 위원회가 가동하면서부터 기획, 논의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문대학과 지자체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간략히 말해주길 부탁한다.

■한광식 부위원장 = 지역이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전문대학이 중심이 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학‧연‧관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초지자체는 전문대학의 다양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다 전략적으로 지역 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으며, 전문대학은 지역에서의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익 재원을 확보하는 데에서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전문대학이 추구하는 △산업기술의 고도화와 고용 구조 개선에 따른 중간 기술 인력 양성 △능력과 실용주의 직업사회에 따른 직업 인력 양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력 양성 △실험실습 및 산업체 현장실습 교육 강화를 통한 중견 기능인력 양성 △정부 지원정책 강화를 통한 우수한 중견 기술 인력 양성 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회 : 이번 기획은 지역과 학제 특성, 교육 과정, 대학 특성 등을 고려한 수범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는 데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우선 지역의 특성을 잘 짚어내 대학의 장점을 접목시킨 사례부터 살펴보겠다.

■이종하 인덕대학교 교수(이하 이종하) = 인덕대학교는 서울시와 노원구의 지원을 통해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대학의 특성화 분야인 창업을 접목해 노원 지역의 공릉동 국수거리 상권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했다. 인덕대학교의 다양한 창업 아이템들이 국수거리 상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현재 국수거리 상인연합회와 함께 업소에서 공통 사용할 포장용기를 디자인, 제작하고 있다.

■길민욱 문경대학교 부총장(이하 길민욱) = 문경대학교가 위치한 경상북도 문경시는 고령화와 장애인, 다문화 인구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아 인구 구성 특징을 반영해 학과를 보건복지계열로 특성화했다. 학과별로 지역적 특성과 연계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그 결과 지역은 원하는 인재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어 우리 대학은 취업률 제고에도 성과를 거뒀다. 또한 올해부터는 ‘문경 시민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진행해 문경시 위탁기관과 우리 대학의 학과가 연계해 영ㆍ유아, 초ㆍ중고생, 성인, 노인 등 모든 연령층의 문경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사회 : 다음으로는 전문 분야와 지역의 특성을 연계시킨 사례다. 지역사회 봉사 차원에서 간호 분야를, 승강기 밸리라는 지역적 특성을 대학 앰블럼과 자발적으로 접목한 사례가 되겠다. 그리고 독특하게 대학의 본질적 속성인 교육 과정 구현과 연동해 ‘양주학’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 핵심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한다면.

■김유정 조선간호대학교 교수 = 광주광역시 서구는 올해 보건복지부의 노인 통합 돌봄서비스 정책으로 커뮤니티케어가 선정됐다. 광주 서구가 제시한 모델은 노인 통합 돌봄 재가서비스였다. 이에 조선간호대학교에서는 돌봄 대상 노인을 가정 방문해 정주 여건을 조사했다. 또한 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과 연계해 경력단절 간호보건 인력을 모집했다. 그리고 노인의 만성건강관리(치매예방 포함) 및 건강 증진을 위한 보건교육 등 집중형 방문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에 초점을 모아 교육해 재취업을 시켰다.

■김승호 한국승강기대학교 기획처장(이하 김승호) = 한국승강기대학교는 2010년 3월 개교할 때부터 경상남도 거창군을 세계 속의 승강기 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해 승강기집적화산업단지,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R&D센터, 경상남도와 거창군이 참여해 산‧학‧연‧관이 일체가 되는 거창승강기밸리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대학을 비롯해 산‧학‧연‧관 모든 분야에서 승강기 허브도시의 위상을 갖춰가고 있다. 올해부터 2주기를 맞이해 거창승강기밸리 일원이 국내 최초의 승강산업특구로 지정됐고,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거창승강기밸리 세계승강기 허브도시 조성사업’에 250억원이 지원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염일렬 서정대학교 대외협력처장(이하 염일렬) = 지역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질문이 ‘양주학’을 개발한 사례를 이해하는 본질적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대학들은 많은 인적‧지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공헌 또는 공유하기보다는 지역사회와 단절된 면이 있었다. 정부의 대학 교육정책에서도 지역사회와의 연계는 중요한 평가지표로 등장하고 있듯이, 대학이 정해진 학교에서만 배움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공간에서도 새로운 학습생태계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지식과 정보 위주의 수업을 넘어서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역량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교육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 사회 : 다음으로는 대학보다는 지자체, 즉 행정적 측면이 전제된 상생협력 사례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수원시의 경우와 지자체가 설립한 대학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김도영 수원시정연구원 연구기획팀장 = 사실 최근까지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시정연구원을 설립할 수 없으며, 관학 협력모델인 지역대학 연구센터는 유사조직으로 폐쇄 결정을 내렸다. 다분히 중앙집권적 사고였다. 그러다가 최근 입법 개정으로 16개 광역자치단체와 인구 100만명 이상 4개 기초자치단체는 정책연구원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강화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민‧관‧산‧학 상생협력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이하 한강희) = 우리 고등직업교육의 대다수 대학이 사립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지자체가 설립한 공립대학인 도립대학에 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특히 재정운영형태가 그렇다. 도립대학 회계 구조는 2015년 3월부터 기존 특별회계와 기성회계를 국립대 재정운용에 준해서 대학회계로 변경했다. 해당 도의 전출금과 대학 자체 수입금 등 예산을 대학의 장이 편성하고 대학 재정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다. 도나 도의회의 권한을 대학 재량에 위임한 것이다. 도립대학이 도의 산하기관인 만큼 구체적인 재정 지원보다도 자율권을 부여한 것은 상생-협력의 측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를 기조로 최근 들어 학생회관 신축, 행정동 건립 등 대학 내 시설과 기자재 투입 등에서 전례 없는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 사회 : 마지막으로 해외 전문대학의 선진사례는 어떤가. 우리의 고등직업교육보다 발걸음을 바삐 재촉하고 있는 일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이병규 동의과학대학교 교수 = 일본의 전문학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최신 실무 지식을 배양하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실천적인 직업교육의 질 확보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둘째는 지역 인재양성 플랫폼으로서 지역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2017년 아오모리의 경우 지역 대학 졸업생의 32.5%가 지역 기업에 취업했으나 지역 전문학교 졸업생은 68%가 지역 기업에 취업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인재 볼륨 존(Volume Zone)이다. 전문 지식과 기술 습득을 통해 다양한 현장에서 요구하는 산업 수요의 변화에 따른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 사회 : 이번 기획 시리즈의 목표는 이미 잘 시행하는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의미 있는 모델을 재구조화해 지자체-대학 간 상생협력을 보다 활성화하는 데에 있다. 여기서는 양자 간 어려운 점이나 한계가 있다면 어떤 것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나 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달라.

■염일렬 = 대학은 지역의 활력을 깨우는 핵심 자원이자 지역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학과 지자체 모두 서로의 특성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통한 지역발전을 유도해 나가려고 하는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대학의 특성, 수요가 연계된 체계적인 사업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대학 및 지자체 내 전담 조직이 필요하며 이러한 조직을 통해 체계적‧정기적 논의 체계 구축, 대학과 지자체 간 상호 협력 강화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종하 = 이번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성과들을 더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 중장기적인 협약을 통해 지속적인 사업 계획과 지원이 진행돼야 한다. 3년 단위 사업으로는 인력을 유지하기도 지역사회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길민욱 =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지자체의 존폐가 언급될 정도로 많은 중소지역이 상당한 위기를 느끼고 있다. 대학은 지자체 발전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므로 지자체-대학 간 상생협력을 단지 지역 내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우수한 사례를 선정해 국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 사회 : 대학은 지자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지자체는 대학에 대해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바람직한 방안에 대해 피력한다면.

■한강희 = 도립대의 경우 지자체가 벽‧오지 취약자들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한 본질적 취지를 생각해서 도는 지자체의 도정 목표에 부응하는 정체성에 걸맞은 지원 협력을 해야 한다. 대학은 지자체가 요구하는 지역 특성에 맞는 인력 양성을 해서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공립대학 소재 지역의 인바운드 제고에 주력해야 한다. 특히 직업교육 전문 인력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생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역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지역일꾼을 만들자는 것이다.

■김승호 = 최근 정부가 지자체와 대학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대학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문대학의 경우 지역마다 특화된 산업군을 중심으로 특성화된 평생직업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 요구되는 특성화 산업의 전문인력 양성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중심이 돼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평생직업교육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의 전문대학 내에 평생직업교육 거점기관을 둬, 정부 및 지자체가 평생직업교육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 사회 : 이제 마무리하겠다. 지역경제도 대학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 출구는 여전히 대학 입장에서 지자체이고, 지자체는 대학일 수밖에 없다. 대학과 지자체의 상생협력만이 대학의 존재 가능성을, 지자체의 경제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다. 이번 특집은 저성장 산업구조 개편이 맞물린 ‘전면적 전환기’에 양자의 호혜가 필요충분조건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등식을 방증해 줬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 독자 여러분, 특집기사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준 필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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