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강사법 개정 이후 교육부는 대학들이 강사를 해고할 것을 우려하며 대학의 강사 고용 현황을 조사하고 대학재정지원 사업에 강사 고용 안정 지표를 마련하기로 하는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11일 교육부는 ‘2019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간점검회’에서 ‘대학 강사제도 안착’을 대학정책 국정과제로 발표하며 지금까지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학들은 강사법 개정 이후 재정 부담과 행정 부담 등을 이유로 강사를 조금씩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대학에서는 강사를 ‘안’ 뽑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못’ 뽑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여러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채용을 하고 강의를 맡기로 돼 있었는데, 그 강사가 갑자기 수업을 못 나온다고 해 다시 공고를 내고 채용 절차를 진행하기를 반복했다”고 종종 울분을 털어놓았다.

‘전문대학 포털(http://www.procollege.kr)’의 ‘교원채용’ 게시판을 들어가도 이번 학기 강사를 채용하기 위해 대학들이 얼마나 여러 차례 채용 공고를 냈는지 알 수 있다. 2차, 3차는 물론이고 많게는 7차까지 강사 채용 공고를 올린 곳도 눈에 띈다. 어떤 곳은 8월 28일 채용 공고를 올리기도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9월 2일은 이 대학의 개강 날이었다. 일부 대학의 경우 16차까지 채용공고를 낸 사실도 있었다.

개강 직전까지 강사를 구하지 못해 폐강한 사례도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학사지원부가 전국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강사 초빙과 채용 현황을 자체 조사한 결과 응답한 105개 전문대학 중 5.5%는 강사를 충원하지 못해 결국 강의를 폐강했다고 답변했다.

성시문 전문대교협 학사지원부장은 이 조사 결과와 더불어 “첫 채용 공고에서 필요한 강사를 모두 채용한 곳은 16곳에 불과했다”며 “전문대학에서 원하는 강사 인원을 뽑는 데 어려움이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왜 16차까지 채용공고를 내거나, 개강을 코앞에 두고도 채용공고를 내는 일이 생긴 것일까. ‘대학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에는 Q&A를 통해 ‘긴급채용’에 해당하는 채용 절차가 안내돼 있다. 학기 개시일 전 30일 이후 임용 예정자가 임용을 포기할 경우 대학은 차 순위 후보자를 임용하고, 강의 가능한 강사가 없을 때는 학칙이나 정관에서 정한 대로 임용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내용은 특히 전문대학이 강력히 요구해 반영됐다.

하지만 이것이 ‘Q&A’에 담긴 정도이기에 그대로 활용하기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한 전문대학 교무팀 직원은 “쉽게 말해 지금 매뉴얼 Q&A에서는 뽑다 뽑다 끝내 강사 채용이 안 되면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Q&A' 안내 사항에 그쳐 불안하다. 현재 강사법은 어쨌든 채용 공고부터의 절차를 준수하게 돼 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겠나”라는 말로 불안감을 드러냈다.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한 번 강사법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현실을 고려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장의 불안감을 막을 수 있도록,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적어도 강사를 뽑지 ‘못해서’ 강사도 고용되지 못하고 대학은 강의를 열지 못 하고, 학생은 수업을 듣지 못하는 일 만큼은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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