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상담교사단,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
입시기관 “나형 작년보다 어려워, 가형은 어렵거나 비슷”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14일 실시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교시 수학영역의 난도를 놓고 업계와 교사진의 분석이 ‘정면 충돌’했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교사들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앞서 얘기했지만, 뒤이어 분석을 내놓은 입시기관들은 다소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은 상황이다. 다만, 어떤 평이 들어맞더라도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수학 난도에 대한 의견이 완전히 엇갈렸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가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상담교사단은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다. 가형을 분석한 최영진 금촌고(경기) 교사는 “9월 모평을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연습했으면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으며, 나형을 분석한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기본 개념과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많다. 30번 문항도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업계의 분석은 판이했다. 대성학원은 “지난해 수능 유형과 전반적으로 유사하다. 킬러문제인 21번, 29번, 30번의 난도가 상대적으로 쉽다”면서도 “킬러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의 난도가 올라 체감 난도는 작년 수능보다 약간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가형과 나형 모두 약간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비슷한 수준’이라던 교사들과는 다른 의견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도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특히 ‘문과’ 학생들이 응시하는 나형이 어려웠다는 평가다. 종로하늘은 “킬러문항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간 난도 문항 난도가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체감 난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어렵다. (앞선) 6월, 9월 모평과 비교해도 어렵게 출제됐다”고 했다.

대성과 종로하늘의 의견이 달랐던 부분은 가형이다. 종로하늘은 교사진과 마찬가지로 가형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봤다. “중간 난도 문항에서 익숙치 않은 형태의 문제가 출제돼 체감 난도가 높을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도로 적절한 수준의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는 총평을 내놨다.

물론 모든 입시기관이 교사진과 엇갈리는 평을 내놓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투스는 교사진과 동일하게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난도는 비슷하지만, 복잡한 계산을 다소 요하고 있어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며, 수험생들의 실제 점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보탰다.

그럼에도 업계의 평가가 교사진과는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성과 종로하늘 외에도 비상교육과 유웨이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가형과 나형 모두 약간 어려운 것으로 올해 수능 난도를 분석했다.  

교사진과 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수험생들 입장에서 볼 때 ‘쉬운 시험’이 아니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수능이 ‘불수능’이라는 평을 받기까지는 국어와 영어가 주된 역할을 했지만, 수학도 만만치 않다는 평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다소 어렵다’는 평가와 ‘비슷하다’는 평가 중 어느 것이 맞다 하더라도 수학 변별력이 상당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주목할 부분은 ‘킬러문항’에 대해서는 교사진과 업계가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부분이다. 킬러문항인 30번 등의 난도가 낮아지면, 최근 수능의 일관된 흐름을 따라 ‘만점자 비율’이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평가원은 그간 특정 문제에 강한 변별력을 주는 ‘킬러 문제’를 통해 변별력을 주는 것에 대해 “공교육을 통해 대비할 수 없다”는 비판을 인식,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항인 21번, 29번, 30번 등에 대한 난도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 2017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3년간 치러진 수능의 수학 가형 1등급 컷은 원점수 92점으로 동일했지만, 만점자 비율은 0.07%에서 0.1%, 0.39%로 점차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나형은 2017학년과 2018학년 1등급 컷 92점을 기록한 후 지난해 88점으로 등급 컷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해 전인 2018학년의 0.11% 대비 2배 이상 많은 0.24%의 만점자 비율을 보인 바 있다. 

등급 컷이 낮아지거나 엇비슷함에도 만점자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최상위권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학 최상위권이 늘어나면 특히 자연계열에서 인기가 높은 의대 정시모집과 서울대 등 주요대학 자연계열 학과에서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치러진 국어영역 난도가 지난해 '불국어'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는 것을 볼 때 수학마저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수능 체감 난도는 비교적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3교시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 수준인 5%대에서 형성되는 경우 비록 지난해보다는 덜하지만 '불수능'이란 평이 재현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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