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14일 실시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3교시 영어영역 난도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5.3%로 1등급 비율이 반토막 나며 수험생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운 편이지만, 10.03%의 1등급 비율을 기록했던 절대평가 첫 해 2018학년 수능과 비교하면 어렵다는 것. 6월 모평과 엇비슷한 수준을 기록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나온 분석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올해 수능은 ‘상당한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국어와 영어 등이 지난해 수능보다 쉽게 출제되긴 했지만, ‘물수능’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쉽게 출제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수학은 지난해 수능 대비 ‘비슷하다’와 ‘다소 어렵다’로 의견이 갈린 상황이긴 하지만, 변별력을 갖춘 시험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능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쉽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 난도 분석에 나선 고교 교사들과 입시기관 모두 “쉽게 출제됐다”는 동일한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은 영어 영역이 지난해 수능은 물론이고 올해 9월 모평에 비교해도 어렵지 않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김창목 경신고 교사는 “평이한 지문들로 지난해보다 난도가 하락했다”고 했고, 유성호 숭덕여고 교사는 “영어는 작년 수능이나 9월 모평 대비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입시기관들도 ‘쉽다’는 데 전반적으로 동의한 모습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됐다”고 했다. 유웨이는 “작년 수능이나 9월 모평보다 쉽다. 작년 수능이나 모평과 동일한 유형으로 출제됐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으며, 대성도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모평보다 다소 쉬웠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영어영역이 작년보다 쉽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어려운 유형들에서 난도 하락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기존 시험에서 어렵게 출제됐던 문법성 판단, 빈칸 추론 등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됐다. 체감 난도는 높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임성호 종로하늘 대표도 “빈칸 추론 문제가 다소 쉬워졌다”는 의견을 보탰다.

국어·수학과 달리 영어는 절대평가로 시행되는 탓에 ‘1등급 컷’이 아닌 ‘1등급 비율’로 통상 난도를 측정한다. 올해 1등급 비율은 지난해 수능의 5.3%보다는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절대평가 첫 해인 2018학년 수능에서 나왔던 10.03%보다는 적은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만약, 유웨이 등이 예상하는대로 6월모평과 난도가 비슷하다고 가정, 1등급 비율도 엇비슷하다고 보면 7%~8% 수준의 비율을 기록하게 된다. 

다만, 지난해 수능보다 쉬워졌다고 해서 변별력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1등급 비율이 5.3%에 그쳤던 지난해 수능이나 5.88%로 엇비슷했던 올해 9월 모평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일 뿐 일정한 변별력은 유지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변별력을 확보할 만한 ‘고난도 문항’으로는 30번과 31번, 34번과 42번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배점이 높은 비연계 문항인 34번 빈칸 추론과 42번 어휘, EBS 직접 연계 문제인 30번 어휘, 31번 빈칸 추론 등에서 변별력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별력이 유지되면서 성적대에 따른 유·불 리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하늘 대표는 “절대평가 3년 차를 맞은 영어는 결코 변별력 없게 출제되지 않았다”며 “1등급 학생들이 다소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2등급·3등급 학생들이 쉽게 늘어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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