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정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재학생(간호학과)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영필 교수, 신혜민씨, 여소정씨, 김경화 교수, 조준은씨, 김규현씨.(사진=본인 제공)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영필 교수, 신혜민씨, 여소정씨, 김경화 교수, 조준은씨, 김규현씨.(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임상실습 중, ‘보조 보행기’를 사용하는 환자들의 불편함을 목격한 여소정씨는 이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보조 보행기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걸을 때 사용하는 지지대로, 네 개의 바퀴가 달려있어 이를 밀면서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간혹 힘을 많이 주어 밀거나 순간 체중이 보행기에 쏠릴 경우, 보행기 제어에 어려움이 있었다.

“환자분들이 보조 보행기를 사용하시는 걸 보면, 힘이 잘 제어되지 않을 경우 낙상하는 사고도 일어나더라고요. 이런 문제점을 눈으로 보면서, 사용자의 평소 보폭을 미리 기록해두었다가 보조 보행기가 이 보폭만큼만 움직이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장조사를 해 보니 보폭이 조절되는 보행기가 이미 있었지만 가격이 무척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는 보행기에 블루투스 센서를 달아 환자의 보폭을 측정하고,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에 이를 기록하면 앱이 바퀴를 제어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기존의 보행기에 블루투스 센서와 바퀴 잠금장치만 달면 되기에 가격 문제도 해결됐다. 여기에는 창업동아리로 함께했던 이들의 도움이 컸다.

“아이디어를 갖고 교내 창업대회에 참여했다가 1등을 했어요. 교수님들이 창업 동아리에 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 주셨고, 저도 사람들과 협력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 참여하기로 했죠. 그 이후로 조원들, 그리고 지도교수님들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서 지금의 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 오게 됐어요. 현재 샘플을 제작해 제품의 문제점은 없는지 보완하고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여소정씨를 포함해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재학생 신혜민‧조준은‧김규현씨로 구성된 창업 동아리는 부산과학기술대학교가 주최하고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주관한 ‘제2회 전문대학 재학생 창업‧창직‧창작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창업 경진대회에 지원했고, 여러 관문을 거치면서 여소정씨는 창업동아리 학생에서 창업가로 변모하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간호학과 학생이다 보니, 당연히 간호사가 되는 게 목표였고 창업에는 뜻이 없었어요. 그 전에는 아이디어만 있었을 뿐 제품의 가격, 거래처, 판로 등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죠. 그러다가 아이디어를 내고, 창업 동아리 친구들과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여러 창업 경진대회에 참여하면서 정말 창업이란 게 무엇인지 배우게 됐어요. 또 조원들과 함께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협력하는 방법을 배웠고, 문제해결능력도 키울 수 있었어요.”

이제는 판로, 제품의 시장성, 가격, 거래처에 대해 물으면 단박에 답이 나온다. 보조 보행기를 대량 구매해 원가를 낮출 계획까지 세웠다. 홍보 방안도 이미 마련했다. 제품 보완이 마무리되면 서비스센터와 노인복지관 등 수요자가 있을 곳을 찾아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모두의 노력과 도움으로 창업 아이템이 됐다. 이 과정이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센서를 다는 일이나 앱 개발은 제 전공분야가 아니어서 힘들었어요. 또 제품의 의도와 원리를 제가 설명해야 하는데, 제가 공부해왔던 분야가 아닌 분야의 내용을 설명할 정도로 알려면 정말 많이 공부를 해야 했어요. 어떤 때는 그만 두고 싶었어요. 간호사 국가고시 준비도 병행해야 했으니 더 그랬죠. 하지만 교수님들이 도와주시고 팀원들이 힘을 합치면서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 경진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받으면서 ‘내가 생각한 것이 정말 가능하구나’ 싶어 동기부여가 됐어요.”

지금도 경진대회를 준비하며 같이 제품의 문제점을 먼저 찾아보고 예상 질문을 만들어 공부하던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는 그의 말에서 창업까지의 과정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창업 아이템의 발전만 있었던 것이 아닌, 학생이었던 그도 예비 창업가로 변하게 됐다.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창업이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절실히 느꼈어요. 하지만 창업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갖게 됐고, ‘나도 창업에 도전해 봐도 되겠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죠. 앞으로 간호사로 살지, 창업을 해 사업가로 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지금은 주어진 일에 전념하려고 해요. 여기까진 왔는데 포기하기엔 아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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