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군사학부장
(해군발전자문위원)

조규택 해군발전자문위원
조규택 해군발전자문위원

최근 2년마다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Int’l Maritime Defense Industry Exhibition, MADEX 2019) 행사에 해군발전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해군작전사령부 천왕봉함 함상(艦上)에서 열리기로 된 행사는 우천으로 인해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로 장소가 변경됐다. 부산역에서 행사장까지 해군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버스엔 나와 해군 대령 계급의 정복을 착용한 조금 낯선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3년째 주한 일본 대사관 해군 무관 겸 국방무관으로 근무 중인 와타나베 다쓰야(渡邊達也) 대령이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처음 영어로 대화하다가 그가 우리말에 능숙하다는 것을 알고 자연스럽게 우리말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다행히 우리 두 사람이 해군 OCS(사관후보생, Officer Candidate School) 출신이라는 것이 대화에 큰 도움이 됐다. 내가 일반대학 출신의 해군 장교였던 것처럼, 히로시마 출신의 와타나베 대령도 동경 근처 모 대학에서 지역 사회학을 전공하고 해군 장교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는 소령이었을 때 우리 해군대학에서 정규과정 1년을 수료했으며, 중령으로는 사세보 함대에서 전투함 함장까지 마친 우수한 해상 지휘관 출신이다. 우리는 험한 바다를 매개로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에서 해상 방위를 완수했던 해군 승조원으로서의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뱃사람의 애환과 정서를 담아 우리 두 사람은 양국 관계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상생의 해군 관계를 만드는 데 노력하자고 했다.

이번 행사에 해군참모총장 또는 최고위급 제독들이 참가한 나라들과 달리 일본 해군에선 와타나베 대령만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것이 현재 나타난 한‧일 양국관계 상황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당장 중국 해군은 제독을 비롯해 여럿의 고급장교들이 참석했고, 미얀마, 태국,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캐나다, 터키, 호주, 사우디, 레바논,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뉴질랜드, 인도 등 26개국에서도 여러 명의 제독과 고위급 장교들이 참석했다. 비록 단신(單身)으로 참석했지만, 와타나베 대령은 여유 가운데 겸손‧소탈했으며, 무엇보다 예의를 갖춘 신사였다. 상대국의 언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도 그의 정체성을 이해하게 하는 좋은 측도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도 국방‧해군 무관으로서 한‧일간 국방과 해군 관련 업무에 더 우호적이며 긍정적인 역할을 감당해 주길 바라면서, 나도 양국 해군이 상생하며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작은 역할을 하고자 다짐해 본다.

여기서 일본의 해군 상황을 한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통상 세계 해군은 전통적으로 대령에서 제독으로 승진하면 곧바로 소장(少將)이 된다. 다만, 전시나 비상시에 임시로 임용하는 준장(Commodore) 계급을 제독으로 인정하기도 했었다. 과거엔 미 해군도 이러했지만, 지금은 미 해군도 준장을 정규 계급체계로 수용‧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와타나베 대령에 의하면, 일본 해군의 경우 여전히 준장(准將) 계급이 없다는 것이다. 몇몇 선진국은 오늘날까지도 흔히 해군을 상위군(Senior class) 또는 왕립 해군(Royal Navy)이라 부른다. 그래서 제독이 되면 곧바로 소장(Rear Admiral)으로 진급하게 되며, 준장(Brigadier General) 계급의 장군을 두는 육‧공군이나 해병대와 구별했다고 할 수 있다. 한‧일 해군의 다른 계급체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통된 애환을 나눈 바다 사나이로서 공동의 의식을 공유하며 이내 친숙하게 된 것 같다. 나와 일본 국방‧해군 무관과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공동의 해상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공감하며 신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릇 국가나 인간 간의 관계 정상화도 사람의 정성과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와타나베 일본 무관과 나의 우연한 만남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안에 호의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선 자주 만나야 할 것 같다. 그러므로 양국의 외교관이나 정치가들의 만남이 더욱 잦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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