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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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 ‘정치인 자녀 관련 특혜’ 등 교육 관련 이슈들이 언론에 회자됐다.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부모들이 관여해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언론들은 물론 대부분의 국민들은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그 결과는 ‘자사고·특목고 일괄 폐지’, ‘정시 강화’, ‘학종 제도 개혁’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됐던 것은 입시제도의 불법적 운용에 있었다. 정부는 불공정성의 개선을 들고 나왔다. 부모의 사회적 배경이나 경제력의 영향을 덜 받도록 정시 비중을 높임으로써 개입을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예전에 이미 했던 방법을 왜 다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현재와 같은 사회적 불평등 구조에서는 정시든, 수시든 부모의 영향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영향력이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의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 당연한 생각인지 모른다. 경제발전이 가져온 한국 사회 변화는 무엇일까? 어려운 시기를 힘들게 살아온 부모들은 이기적이고 경쟁적으로 변했다. 내가 우선이고 먼저라는 생각, 나는 괜찮다는 생각들이 존재한다.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나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자조적인 탄식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자식의 생존에 끊임없이 개입하려는 부모들의 인식은 쉽게 깨지지 않아 보인다. 내 것 챙기기에 바쁘다.

한국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그래서 일까. 한국사회에는 남들로부터 무언가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열망이 기저에 깔려 있다. 그래서 이번 입시제도에 대한 논쟁과 그 대책을 보면 한국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초하지 못한 정책의 한계를 확인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지속돼온 입시제도는 임기응변식 대처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평등문제와 함께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 즉흥적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시나 정시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거시적 측면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되는 문제다. 또다시 일정 주기로 반복되는 문제가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입시문제는 대학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선발의 문제다. 대학이 학생을 어떻게 선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좋은 대학이 많아진다면 대학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노력이나 집착도 줄어들 것이다. 입시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을 어떻게 많이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거의 없다.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교육시키고, 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한국 사회는 이제 교육 분야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엄중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명문대 졸업 후 전문대에 진학하는 유턴현상도 낯설지 않다. 정시·수시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경향신문의 송현숙 논설위원은 입시의 부담을 여러 번으로 나눌 수 있다면, 현재 직업의 전망이 어두울 때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면, 필요할 때 언제든 대학에 갈 수 있고, 일정 기준만 갖추면 원하는 전공, 학교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면 어떨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가능한 일인가?

이런 사회에 맞춰 교육을 통째로 재구성해야 한다. 누구에게라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이 열려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용기와 지혜만 있다면 구질서를 통쾌하게 전복해, 세상의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풀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이해득실의 주판알을 튀기다 끝내는 갈라선 싸움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우리는 역사가 남긴 교훈을 통해 알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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