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2개교 신설, 모집인원 60명 확대…PEET 응시인원 지난해와 1명 차이
PEET 1단계 미반영, 2단계 10% 차의과학대 ‘부동의 1위’
신설 2개교 ‘선전’…12.37대 1, 8.07대 1 등 ‘평균 상회’

원서접수 결과 올해 약대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신설 약대의 등장으로 모집인원이 늘었지만, PEET 응시인원은 제자리 걸음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차의과학대. (사진=차의과학대 제공)
원서접수 결과 올해 약대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신설 약대의 등장으로 모집인원이 늘었지만, PEET 응시인원은 제자리 걸음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차의과학대. (사진=차의과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약대 입시의 ‘1차 관문’인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응시 인원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전체 모집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약대 전반의 경쟁률도 하락했다. 올해 전국 37개 약대 경쟁률은 5.84대 1로 지난해 35개 약대가 기록한 6.17대 1 대비 낮아졌다. 올해 전북대와 제주대에 약대가 신설되며 전체 약대 수가 2개교 늘어났고, 이에 따라 지원자들이 분산되며 경쟁률이 낮아진 형국이다. 

■전국 약대 경쟁률 ‘하락’…6.17대 1에서 5.84대 1로 낮아져 = 올해 전국 약대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낮아졌다. 전국 37개 약대 경쟁률은 지난해 6.17대 1에서 올해 5.84대 1로 하락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5.76대 1에서 6.17대 1로 경쟁률이 오르는 모습이었지만, 한 해만에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기존 약대 경쟁률은 5.99대 1로 알려져 있었다. 서울대가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아 36개 약대만을 기준으로 경쟁률을 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일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홈페이지에 ‘2020학년도 약학대학 원서접수 마감 현황’이 게시되면서 서울대의 경쟁률도 공개됐다. 서울대까지 포함한 37개 약대를 기준으로 경쟁률을 집계하면 1753명 모집에 1만237명이 지원했기에 5.84대 1이 나온다. 서울대는 수험생 선호도가 높지만, 그만큼 합격의 문턱이 높아 경쟁률이 낮은 곳이기에 전체 경쟁률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 

본래 약대는 2010년 15개 대학에 추가로 신설된 후 35개교 체제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변화가 있었다. 제주대와 전북대에 각각 약대가 신설됐다. 지난해와 동일한 기준으로 경쟁률이 집계된 것은 아니란 얘기다. 

다만, 이들 대학의 형황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두 대학을 제외하고 35개 대학을 기준으로 한 경쟁률은 5.68대 1. 이는 37개 대학 기준으로 한 5.84대 1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모집군·전형에 따라 구분하더라도 약대 경쟁률 하락현상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나군 특별전형을 제외한 △가군 일반전형 △가군 특별전형 △나군 일반전형의 경쟁률이 모두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모든 모집군과 전형의 경쟁률이 올랐던 바 있다. 

■약대 경쟁률 왜 하락했나…PEET 응시인원 그대로인데 모집인원 늘어 = 올해 약대 경쟁률이 하락한 것은 지원자 풀이 줄어들었음에도 모집인원이 늘어난 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약대 입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사전 관문’인 PEET에 꼭 응시해야 한다. PEET를 치르지 않고서는 약대에 지원 가능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영 비율은 약대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PEET 성적을 일체 반영하지 않는 약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 PEET 응시인원은 지난해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올해 PEET 접수인원은 총 1만6220명. 이 중 취소자 651명과 결시자 678명을 제외한 실제 응시인원은 1만4891명이다. 지난해 PEET 응시인원 1만4892명과 비교했을 때 차이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약대 입시 ‘자원’으로 볼 수 있는 PEET 응시인원에 차이가 없는 가운데 모집인원은 늘어났다. 개별 대학 정원은 그대로지만, 제주대와 전북대가 각 30명 모집을 올해 입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대학이 더해지면서 지난 2년간 1693명이던 약대 모집규모는 올해 들어 1753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원자는 도리어 줄어들었다. 60명 적은 1693명을 모집한 지난해 약대 입시 지원자는 총 1만450명이었지만, 올해는 1753명을 모집했음에도 지원자가 1만237명으로 213명 감소했다. 모집인원이 늘어났음에도 지원자가 줄어든 이상 경쟁률 하락 현상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모집인원 확대와 지원자 풀 감소는 경쟁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올해 약대 경쟁률 하락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일찍이 예견돼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도 “올해 약대 모집인원은 전북대·제주도 신설로 인해 전년 대비 60명 증가했다. 하지만, PEET 응시인원은 지난해와 비슷해 최종 경쟁률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부동의 1위’ 차의과학대, 1단계 PEET 미반영 ‘원인’ = 대학별 경쟁률을 보면 올해도 1위는 차의과학대의 차지였다. 30명을 모집한 차의과학대 약대에는 663명이 몰려 22.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018학년 23.63대 1, 2019학년 26.17대 1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경쟁률이지만, 다른 약대와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다. 차의과학대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은 인제대의 13.73대 1과 비교하더라도 동일한 30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250여 명이나 많다. 전체 약대 평균 경쟁률인 5.84대 1과 비교해보면 3배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차의과학대가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꾸준히 보이는 것은 ‘전형방법’ 때문으로 보인다. 차의과학대는 현재 1단계 전형에서 PEET 성적을 일체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영어와 전적대학 성적, 서류평가 성적 등만으로 3배수를 선발한다. 2단계 전형에서도 1단계 성적과 심층면접의 비중이 크고 PEET 반영 비율은 적다. 2단계 전형 시 적용하는 PEET 성적 반영 비율은 10%에 그친다. 때문에 PEET 성적이 다소 낮은 수험생들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 봄직하다. 

‘지역적 위치’도 일종의 ‘이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국 약대는 37개교에 달하지만, 이 중 수도권에 자리한 약대는 16개교에 그친다. 서울에는 경희대·덕성여대·동덕여대·삼육대·서울대·숙명여대·이화여대·중앙대까지 8개교, 인천에는 가천대와 연세대, 경기에는 가톨릭대·아주대·동국대·성균관대·차의과학대·한양대가 각각 존재한다. 지역적 이점을 등에 업고 워낙 높은 합격선을 자랑하는 대학들이 많은 상황에서 PEET 성적이 좋지 못한 수험생들까지 흡수하는 차의과학대의 경쟁률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쟁률 오른 약대 어디? 인제대 필두 10개교 불과 = 전반적인 경쟁률이 하락한 양상이지만, 개별 대학의 경쟁률이 오른 사례는 존재한다. 13.73대 1로 차의과학대 다음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인 인제대를 필두로 △원광대(9.48대 1) △계명대(8.57대 1) △우석대(7.33대 1) △가톨릭대(6.83대 1) △가천대(6.53대 1) △연세대(5.7대 1) △동국대(5.37대 1) △영남대(4.69대 1) △충남대(4.26대 1)까지 10개 약대의 경쟁률은 상승했다. 전반적인 지원자 풀이 줄었지만, 지원자는 도리어 늘어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신설 약대 2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25개 약대의 경쟁률은 모두 전년 대비 내려 앉았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차의과학대의 경쟁률 감소 폭이 가장 큰 가운데 덕성여대·삼육대·목포대·단국대·대구가톨릭대·경희대·동덕여대 등도 전년대비 경쟁률 감소폭이 다소 큰 곳이었다. 서울대는 꾸준히 경쟁률이 낮아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1.92대 1로 지원자 수가 모집인원의 2배조차 채우지 못했다.

■신설 약대들의 ‘선전’ 평균 경쟁률 ‘훌쩍 웃돌아’ = 올해 첫 모집을 실시한 제주대와 전북대는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약대 모두 평균 경쟁률인 5.84대 1을 훌쩍 웃돌았다. 

동일한 30명을 모집한 두 약대 가운데 보다 경쟁률이 높았던 것은 제주대다. 제주대는 371명의 지원자를 받아 12.3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가군 일반전형에서는 10명 모집에 184명이 지원하며 1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전 모집군과 전형을 통틀어 차의과학대 가군 일반전형 다음으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북대는 242명이 지원해 8.0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전형을 나군, 특별전형을 가군에 각각 배치한 전북대는 나군에서 8.2대 1, 가군에서 7.93대 1을 각각 기록하며 엇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변화 앞둔 약대 입시, 내후년 치러질 2022학년부터 = 약대 입시는 2년 후인 2022학년부터 큰 변화에 돌입한다. 현행 2+4년제가 아닌 통합 6년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고졸 신입생 선발’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학 학부교육을 2년 이수한 후 약대로 편입, 4년의 교육을 더 받는 체제지만, 통합 6년제는 현행 대입에서의 신입학과 마찬가지로 고교 졸업 학력을 갖춘 수험생의 지원을 허용한다. 

약대가 자연계열에서 가진 선호도를 고려하면, 대입에 가져올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소 엇갈리긴 하지만, 의대보다는 낮지만, 치대·한의대 등에 버금가는 합격선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지’가 하나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약대들이 6년제를 얼마나 선택하느냐에 달렸다. 기존 2+4년제를 폐지하고 통합 6년제로 완전히 체제를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두 체제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대학들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 6년제를 선택하는 대학은 4대 교육 여건인 △교사 △교지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이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는데, 약대들은 해당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4대 요건 문제가 해결되면 통합 6년제를 택할 약대의 수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수 수험생이 몰리는 약대에서 학부모집을 실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다른 의학계열 학과인 의대·치대·한의대도 학부모집과 전문대학원 모집으로 체제가 나뉜 적이 있지만,현재 의대의 경우 전국 40개교 중 2개교만 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는 등 학부모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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