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한양대 교수(영어영문학/ 국제화위원장)

2019년 World Education Service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해외분교가 급속하게 확산, 그해 67개였던 해외분교가 2015년도에는 248개로 3.5배 이상 증가했다. 전 세계 해외분교의 약 61%가 아시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과 UAE에는 각각 32개와 31개 그리고 카타르와 싱가포르에는 각각 11개의 해외분교가 있다.

해외분교 수출 국가의 47%는 미국과 영국으로 각각 77개와 39개의 해외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며, 경제와 지식산업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춘국가의 대학이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해 대학의 명성을 높이고, 전략적 연구 기회를 확대하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 교육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이를 통해 자국의 고등교육 역량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국내에서 필요한 노동시장 요구를 충족시키며, 인적 자본의 해외유출을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육시장의 국제화를 통해 고등교육 수요층을 다변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 교육부는 고등교육 국제화 관련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21조 제2항 신설(17.11.28, 공포)로 국내 대학은 교육과정 제공 방식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또한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신설(18.5.28, 공포·시행)로 국내 대학은 외국 대학과 함께 국내 대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육과정 이수 학생에게 국내 대학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 이에 몇 몇 국내 대학들은 이미 해외 대학과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해 학위를 수여하고 있으며, 또 다른 대학들은 해외분교와 해외캠퍼스 설립 등의 방안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도 아니며 고등교육 경쟁력도 높지 않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우리나라 대학들은 고등교육 학령인구의 감소와 고등교육기관의 재정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해외에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하거나 해외분교를 설립하려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많은 해외분교가 설립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해외분교가 폐쇄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주된 폐쇄 이유는 재정난이다. 뉴욕주립대 올버니 캠퍼스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세계에 산재된 해외분교 재학 평균 학생 수는 500명 미만이며 해외분교의 수익을 본교로 이전하는 대학이 거의 없다. 따라서 해외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하거나 해외분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 교비를 해외에 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해외국가나 기관 혹은 민간 기업으로부터 초기 투자 현금, 토지와 시설, 세금혜택 등 초기자금과 운영자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해외분교들의 약 30% 이상은 해외국가나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둘째, 해외에 진출하기 전에 지역에 대해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현지 학생 수요, 중등교육 수준, 영어 혹은 한국어 능력, 졸업 후 진로, 학비 수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싱가포르에 해외분교를 세웠던 호주의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는 예상보다 낮은 등록학생 수로 인해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쇄됐다. 이렇듯 가장 흔한 실패사례는 현지 여건에 대한 잘못된 가정에서 발생한다. 

셋째, 해외국가의 문화와 기대에 부합할 의무가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해외분교에 많은 규정과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세계적 명문 대학 예일대와 싱가포르국립대의 합작법인 Yale-NUS대는 반정부 성격의 강의로 논란이 유발됐다. 따라서 해외국가에서 해외분교의 적법성이 상실될 수도 있다. 

넷째, 해외국가의 정치적 안정과 정책의 일관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남호주 지역에 해외분교를 설립했던 영국의 대학들이 분교를 폐쇄해야 했던 이유는 남호주 지방 거버넌스 변화로 인해 영국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섯째, 전략적 파트너십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의 우리나라 기업체들과 함께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현지 대학과 합작해 만들 수 있고 우리나라 몇 몇 대학이 함께 진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해외국가를 찾아서 해당 국가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우리 대학들이 현지에서 담당할 수 있다. 많은 해외국가들은 해외분교를 설립할 때 자국의 합작파트너를 필수로 하고 있다. 함께 운영할 합작파트너에 대해 면밀한 조사 연구가 필요하다. 

해외에 교육프로그램을 수출하거나 해외분교를 운영하는 해외 명문대학들은 수익창출보다는 국제교육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본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재정 투입에 대한 위험을 최소로 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잘 찾아서 해외 국가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수출해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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