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홈페이지의 보안 허점을 활용, 성적표를 미리 활용하는 방법이 공개됐다. 사진은 해당 방법을 활용해 성적표를 확인한 제보자의 성적표.
평가원 홈페이지의 보안 허점을 활용, 성적표를 미리 확인하는 방법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됐다. 사진은 해당 방법을 활용해 성적표를 확인한 제보자의 성적표.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수능 성적표 대란’이 터졌다. 2020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발표를 목전에 앞둔 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홈페이지에 구멍이 뚫렸다. 보안 허점을 이용해 수능 성적표를 미리 발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확인된 것이다. ‘설마’하는 마음에 시도해 본 수험생들의 성적표 인증이 줄지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1일 밤 수험생들이 즐겨 찾는 네이버 카페 ‘포만한 수학 연구소’에 한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열람이 허용되지 않은 올해 수능 성적표가 담겨 있었다. 

수능 성적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확인한 것이냐는 문의가 이어지자 해당 글쓴이는 성적표 확인 방법을 새 게시물로 올렸다.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한 후 일부 숫자를 변경하면, 올해 성적표 발급신청과 출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당 방법을 따라한 수험생들이 연이어 인증 글을 올리면서 수험생 커뮤니티는 발칵 뒤집혔다. 성적표 합성이 아니라 실제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 발표’ 등의 키워드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험생들의 성적 인증 사례들이 모이면서 ‘등급컷’까지도 낱낱이 집계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해당 방법은 ‘N수생’에 한해서만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성적표 발급 이력이 있는 수험생은 일부 숫자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올해 성적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기존 발급 이력이 없는 고3 재학생들은 숫자를 수정하는 항목으로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말 그대로 ‘대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성적 발표 전 이처럼 성적표 확인 방법이 폭넓게 나돈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소문은 암암리에 나돈 적이 있지만, 공개글로 게시돼 불특정 다수에게 낱낱이 방법이 전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능 성적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평가원이 이번에 터진 ‘대형사고’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을 모은다. 본래 평가원은 3일 채점결과 관련 통계를 공개하고, 4일 수험생들에게 성적표를 배부할 계획이었다. 이를 하루 앞당겨 채점 관련 통계를 발표하는 ‘조기 발표’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반면, 실제 성적확인을 한 수험생이 많지 않고, 타인의 성적이 유출된 것도 아니기에 본래 계획대로 성적 발표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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