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신성하다’는 이념 기본으로 교육 실시, 대만 과기대 승급평가 최초 통과
국내 유수 대학들과 학술 교류, 변함 없는 관심·신뢰·협력 당부

지난 10월 ‘2019 UCN 전문대학 프레지던트 서밋’에 참여한 국내 전문대학 총장단이 대만 남부 타이난에 있는 곤산과학기술대학교를 방문했다. 대학 현장 답사와 간담회를 마친 뒤 이인원 본지 회장, 리티엔샹 곤산과기대 총장 등이 자리한 한‧대만 총장단 저녁만찬이 타이난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만찬에서 이인원 회장과 리티엔샹 총장은 양 기관의 적극적인 교류 협력을 약속했으며, 이를 통해 양국 고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 10월 ‘2019 UCN 전문대학 프레지던트 서밋’에 참여한 국내 전문대학 총장단이 대만 남부 타이난에 있는 곤산과학기술대학교를 방문했다. 대학 현장 답사와 간담회를 마친 뒤 이인원 본지 회장, 리티엔샹 곤산과기대 총장 등이 자리한 한‧대만 총장단 저녁만찬이 타이난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만찬에서 이인원 회장과 리티엔샹 총장은 양 기관의 적극적인 교류 협력을 약속했으며, 이를 통해 양국 고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9월 시작해 한 달하고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치러진 ‘2019 UCN 전문대학 프레지던트 서밋’이 지난달 제6차 콘퍼런스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특히 올해는 ‘대만의 고등직업교육’이라는 키워드로 2차부터 5차까지 네 차례의 콘퍼런스를 대만 현지에서 치루기도 했다.

서밋이 종료된 현재까지도 서밋에 참여했던 전국 전문대학 총장들은 이번 대만 콘퍼런스를 통해 여러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전문대학 총장들은 대만 현지에서 특별한 인연도 만날 수 있었는데, 리티엔샹(李天祥) 대만 곤산과학기술대학교 총장이다. 전문대 총장들은 곤산과기대에서 리티엔샹 총장을 만나고, 교류‧협력을 위한 협약까지 체결한 점을 이번 서밋 주요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기억하고 있다.

곤산과기대를 찾은 국내 전문대학 총장들을 만난 리티엔샹 총장 역시 서로의 교육과정과 대학 운영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학생 간 교류를 활성화해, 양국 고등직업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두 달이 지난 시점, 본지는 리티엔샹 총장을 다시 찾았다. 본지와의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그는 오의방 곤산과기대 국제 및 대륙 교류처 국제학생팀장의 통역의 도움을 받은 대담에서 지난 10월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 지난 10월 대만 콘퍼런스에 귀한 시간을 내준 것에 감사의 말을 먼저 전한다. 아직도 국내 총장들과 만나면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감사의 말씀은 우리 곤산과기대에서 드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만 수도권에서도 아주 먼, 남쪽 지방의 작은 사립대에 불과한 우리 대학에 관심을 가지고 방문을 허락해 준 것에 대해 평생 잊지 못할 은혜로 여기고 있다.”

- 프레지던트 서밋 대만 콘퍼런스 이후 현지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한국 전문대학 총장단이 방문하고 난 뒤 관련 이야기를 곤산과기대나 대만 교육계에서 이야기가 되고는 있는지.
“당연히 대만에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의 전문대학 총장단의 방문이 곤산에서 이뤄진 것을 가지고 단순한 연례행사의 방문활동이 아닌 진정성이 있는 교류 활동으로 이뤄질 것에 대한 대만 교육계 내에서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진정성 있는 활동을 통해 양국의 교육 교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대하며 바라고 있다.”

- 총장의 교육 이념과 철학을 듣고 싶다.
“먼저 ‘교육은 신성하다’는 이념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곤산과기대는 창립자인 리쩡허(李正合)의 이념을 계승해서 더욱 현대 사회의 니즈를 읽고 수렴해 이에 맞게 적응하고 발전하되 교육이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중심으로 한다. 하지만 사회가 너무나 급진적으로 변화하기에 어느 한 순간에는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경향이 없지는 않다. 국내 정치적 성향에 따른 교육정책의 영향, 세계 경제의 흐름에 따른 기업의 동향, 국가 간 정책 충돌로 인한 국가 정책의 변경 등은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사회의 인재로 배출하기 위한 대학이 항상 주시해야 하는 요소다. 즉 요즘 기업들의 문제라 여기는 이런 요소들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공급해야 하는 과학기술대의 입장에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곤산과기대는 항상 각 교수들이 담당 분야에서 연계된 기업들과 소통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무교육의 방향과 국가에서 내려오는 교육정책의 지표를 적절히 융합해 실행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 곤산과기대는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과기대 체제 이전부터 이후까지 곤산과기대의 연혁을 간단하게 설명 부탁한다.
“지난 1965년 곤산직업고등학교를 개교하는 것으로 출발해 1991년 곤산상공업고등학교로 개명한 뒤, 1996년에 곤산전문대학(2년제)으로 교육부의 인허가를 받았다. 4년 뒤인 2000년 곤산과학기술대학교(4년제)로 승급됐다. 조금 자랑을 하자면, 2000년에 처음으로 실시된 과기대 승급평가에서 오직 3개의 대학만 통과됐는데, 이 중 곤산과기대가 첫 번째 대학이다.”

- 대만의 과기대에 대한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면.
“과감없이 이야기한다면 값싸고 양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연구중심대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학비와 수요에 비해 많은 과기대가 존재한다. 이것은 물론 과거 제조 기술관련 산업에서 현대에 서비스관련 산업이 점차 늘어나면서 생긴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들어 연구중심대학에서도 기술 산업과 관련된 학과를 개설하는 상황까지 대만의 과기대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가 심각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론연구에 중심이 되는 교육체계에서는 과기대의 실무적합능력 배양의 교육체계와는 방향성이 전혀 다르기에 실제 졸업생들의 취직분야에 대해서는 큰 영향이 없다. 즉 중소기업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대만에서는 연구중심대학의 졸업생과 과기대의 졸업생의 분야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그 어느 것이 보다 높거나 낮다는 것을 상징하지 않는다. 대만에서 과기대로 진학할 수 있는 공업고등학교는 일반고보다 높은 학업수준을 요구한다.”

- 국립 과기대와 사립 과기대 간 차이점이라면.
“간단한 비유를 들자면 공기업과 사기업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립 과기대는 교육부의 여러 규정과 정책으로 인해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립 과기대가 대학 운영비의 일부분만 교육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데에 큰 제약은 없는 반면에, 국립 과기대는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금이기에 집행 속도가 더 느릴 수밖에 없다. 이는 또한 교육정책이나 예산의 집행에 있어서 사립 과기대는 사기업 사장의 입장에서 하나하나 소중히 살펴보고 효율성을 계산하는 대신, 국립대는 이런 성향이 적게 나타난다.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총장이라고 생각한다. 사립대 총장은 이사회의 정기적인 점검과 평가를 통해 검증을 받은 뒤 투표로 결정되기에 사력을 다하는 반면, 국립대의 경우는 그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경쟁해서 살아 남아야 하는 사립대와 일정하게 주어지는 자원과 혜택을 가지고 정해진 목표만 달성하면 되는 국립대의 차이점은 명확하게 나타난다. 물론 지방 사립대 총장의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이다(웃음).”

- 국립타이완대(國立臺灣大學) 등 일반대의 ‘연구’와 곤산과기대 등 과기대의 ‘연구’는 지향점(목표)의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사회 통념상 비교되는 독일과 미국의 교육연구 방향의 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기초학문연구에 중점을 둔 독일식 교육환경과 실용학문연구에 중점을 둔 미국식 교육환경이 바로 일반대 연구와 과기대 연구의 차이점이다. 대만의 교육체계는 독일의 교육체계와 아주 흡사하다. 고등학교 진학 시부터 학생들은 자신들의 진로를 결정해 기초학문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인지, 실용학문연구를 접목한 취업을 중심으로 하는 직업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인지 결정해야만 한다. 일반고에서 과기대로의 진학은 불가하며, 동시에 직업고에서 일반대로의 진학 역시 불가하다. 이는 한국의 교육체계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사회통념상 아직까지도 일반대에 비해 직업고등학교 계열은 설립 취지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만에서 공업고등학교는 우수한 인재들만이 입학할 수 있는 경쟁이 치열한 고등학교다. 일반대와 과기대의 동일하게 보일 수 있는 연구 방향성은 확연하게 지향점이 다르고, 그 결과도 역시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대의 연구석학은 기초연구시설에 취직하며 과기대의 연구석학은 기업체의 실용, 특허시설에 취직해 연구를 진행한다.”

- 한국에서도 ‘혁신’은 화두다. 대만에서도 3창 중 ‘창신’을 강조하고 있다. ‘창신’을 실현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곤산과기대의 전략이라면.
“‘혁신’을 위한 삼창(창신‧창의‧창업)교육은 그 일부분 중 어느 하나만을 따로 강조하거나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창신’을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그에 어울리는 ‘창의’나 ‘창업’이 함께 성장하지 않는다면 이 프레임워크는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 곤산과기대는 효과적인 ‘창신’ 교육을 위해 각 단과대학을 학교정보통합시스템으로 구성, 연결하고 독립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필요시 상호 연계, 협조해 기술 육성개발연구 및 세미나를 통한 창업자원을 취득하도록 한다. 이렇게 이뤄진 데이터는 학생창업센터에 연결되며 각 상‧공회 협회의 지원을 통해 산학협력을 추진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은 실제로 학생의 소기업 창업, 신(新) 서비스 개발판매의 실적지표로 나타나 곤산과기대의 교육이 단순히 대학 졸업의 학력만을 위한 것이 아님이 졸업생 취업률 90%의 객관적 증거로 나타난다.”

- 곤산과기대는 국립이 아닌 사립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정부의 통제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자율성은 어느 정도 보장받고 있으며, 정부의 과도한 규제, 간섭은 없는지.
“당연히 어느 정도 정부의 통제는 있다. 국립이냐 사립이냐 여부를 떠나 교육기관에 대한 정부의 규제나 간섭의 당위성은 논할 여지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 역시 자율성 보장이다. 대만은 현재 대학의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사회적 통념의 틀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대학은 자신의 목표와 활동을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다. 다만 대학은 영리적인 사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또한 등록금 인상이나 외국인 학생 인원수는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등록금에 관한 부분은 한국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라고 알고 있다. 한국에 비해 대만의 대학 등록금은 그 가격이 아주 낮다. 대만 사립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한국 환율로 약 210만원 정도일 뿐이다. 물론 절대치로 비교평가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한국과 대만의 집값이나 공산품 가격은 등록금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곤산과기대를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의 총장들은 지방대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하고 있는 곤산과기대의 모습을 굉장히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
“대만도 역시 대부분의 정부 재정지원사업은 국립대나 수도권의 대학이 수주하기 쉽다. 지방 사립대가 그 사업을 수주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하지만 곤산과기대는 이를 위해 필요한 교수진을 먼저 구축하고 그들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는 데에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결과로 나타나며, 지역사회의 산학 협력 네트워크 형성에도 이바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배경을 먼저 형성한 다음 정부 재정지원사업 수주에 도전하는 것이다. 물론 단기간 내에 이룰 수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성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목표는 확실히 가지고 나아가되 분산형이 아닌 집중형 모델로 성장하는 것이 그에 맞는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교육의 베이스다. 교사진 개발과 인재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 한국의 여러 전문대학과 MOU를 맺었다. 앞으로 다양한 교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되는데,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향후 계획은.
“먼저 우리 대학에 신뢰를 보여준 한국의 여러 전문대학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고자 우리 대학은 기존 산학 협력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켜 대만의 타대학과 구분된 산학 협력 교류, 특히 다양한 실습 및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교류학생들에게 양질의 학업성과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는 10여 년 동안 유지해 온 경희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증명돼 왔고, 현재는 인덕대학교와 AU+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인덕대학교에서 선별된 우수 학생들이 우리 대학에서 일정기간 실습에 필요한 기초 능력을 점검, 훈련받은 뒤 현지 5성급 호텔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실제 업무에 배당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특별한 프로그램은 대만 그 어느 대학에서도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여러 전문대학과 더욱 발전된 관계를 통해 이런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 대학 역시 학생들의 한국어 기본 소양능력을 강화시켜 교류에 합당한 인재로 개발, 파견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전문대학의 변함 없는 관심과 신뢰, 협력을 부탁하며 상호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국내 일반대와도 교류를 하고 있는지. 한국의 연구중심대학들과는 어떤 측면과 분야에서 교류가 있으면 좋겠는가.
“현재 학술교류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일반대는 강원대, 경희대, 명지대, 한국예술종합대 등 총 16개 대학이다. 지금까지는 경희대를 제외하면 단순한 교환학생 교류에 국한돼 있다. 우리 대학은 특히 창의미디어와 엔지니어링,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분야에 있어서 이와 관련된 학술연구활동도 상당히 활발하며 성과 또한 우수하다. 이런 분야에서 한국 일반대와 교수진의 합작 연구, 콘퍼런스 개최, 교수진 파견 등을 달성하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비하다. 이런 측면에서 더욱 활발한 학술교류를 진행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추진하고 있다.”

- 한국 외에도 해외 교류는 어떤 국가와 진행하고 있나.
“영국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학술연구교류와 해외실습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이는 본교 졸업 조건 중에 반드시 실습활동을 하여야만 졸업이 가능하다는 내부규정에 근거해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실습프로그램을 나가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은 비용이 매우 높아 학술연구활동에 국한돼 있지만 대만의 지리적 특성상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에 전략적인 접근이 용이해 많은 학생들이 매년 일본과 싱가포르, 태국 등으로 해외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만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지만 현재 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 학생 2명의 일본어 능력을 강화시켜서 일본으로 실습 프로그램을 보내려고 추진 중이다. 한국과도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활발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 대만에서도 ‘국립타이완대에 가야만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은 없는지. 한국처럼 과도한 입시 위주의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지 궁금하다. 대만의 입시 환경이나 분위기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한다.
“물론 타이완대에 간다는 것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에 대해서는 한국의 서울대 진학과 동일한 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질문에서 답했듯이 대만의 교육체계는 한국과 달라서 타이완대에 진학할 정도의 우수한 인재도 자의로 과기대에 진학을 원한다. 이는 단기간 경제성장을 위한 정부주도 정책에서 비롯된 대기업 중심 육성정책을 펼친 한국과는 달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육성정책을 펼친 대만의 현재 모습이다. 대만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기술직은 사무직보다 더 우수한 대접과 보수를 보장 받는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가정집의 수리, 보수를 위한 배관공이나 전기공, 목공의 호칭은 대만 현지에서 ‘사부님’이라 불리며 높은 대우를 받는다. 그 누구도 그들을 하대하거나 좋지 않는 직업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분야가 다를 뿐이다.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숙련자들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마스터’다.”

- 끝으로 한국 교육계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육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한국과 대만의 관계는 대만 내에서 일반대와 과기대의 관계로 비춰볼 수 있을 듯하다. 한국은 연구중심의 학술활동이 중심이 돼 있는 듯한 분위기고, 대만은 오히려 실용과학기술의 적용에 중심이 돼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서 조금 더 개인적인 소견으로 덧붙이자면 대만은 일반대와 과기대에 대한 인식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한국과 대만의 학술교류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과 지향점의 차이로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사회의 요구가 변하면서 교육계도 그에 따라 반드시 변화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미래를 이끄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곳에 서서 사회를 이끌어 나아가야만 한다. 분명 한국은 세계 최고의 교육열과 빠른 적응력을 통해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빠름에는 그에 상응한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찰은 언뜻 소리와 재로 변해 사라지는 듯하지만, 그 소리는 사회구성원의 마음에 기억되며 그 재는 몸에 축적된다. 이는 언젠간 그 빠름을 멈추게 할 저항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교육이 사회의 요구를 단순히 따라가기만 한다면 사회는 결코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지 못한다. 교육이 앞장서서 사회를 진단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자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가르쳐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리티엔샹 총장이 이인원 본지 회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리티엔샹 총장이 이인원 본지 회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리티엔샹(李天祥) 총장은…
미국 골든게이트대학교(Golden Gate University, GGU)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호주 서던 크로스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DBA)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곤산과기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3년 연구 개발 부서장, 2006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8월 곤산과기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정리=김의진 선임기자 / 통역=오의방 곤산과기대 국제 및 대륙 교류처 국제학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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