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나형 특히 어려워, ‘역대급’ 난도 기록
‘여전히 어려운’ 국어, 상대적 난도 감소 불구 ‘상당한 변별력’
탐구도 만만치 않아, ‘만점=1등급’ 과목 수 절반 감소
영어 1등급 ‘적정 비율’ 찾았나…최근 2년 평균 수준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려운 수능’이 되풀이됐다. 특히, 문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한 수학 나형은 2010학년 이후 가장 높은 난도를 보일만큼 어렵게 출제됐다. 국어도 지난해 ‘불국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쉽다지만, 현 수능체제가 시작된 이래 두 번째로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높은 난도를 보였다. 사탐과 과탐도 상당한 변별력을 갖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영어가 작년보다 쉽게 출제된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전반적인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결코 낮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영어 등 작년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된 과목들이 있긴 하지만, 절대적인 난도가 결코 낮지 않고, 수학(나)를 필두로 상당히 어렵게 출제된 과목들이 있는 탓이다. 입시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입을 모아 “상당한 변별력이 있는 시험”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당락을 좌우할 중요 과목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가 너무 어렵게 출제되면서 문·이과 할 것 없이 국어 성적이 대입의 성패로 이어지고는 했다. 하지만, 올해는 계열에 따라 다소 경향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전반적인 영역별 난도 분포를 볼 때 인문계열은 수학과 국어, 자연계열은 국어와 과탐이 대입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학(나) ‘역대급 난도’ 현 수능체제 도입 후 손꼽히는 변별력 = 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0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수학 나형 난도는 ‘역대급’ 수준이다. 

표준점수 최고점만 놓고 봐도 수학(나)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묻어난다. 올해 수학(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들의 표준점수는 149점이다. 이는 2010학년 이후 실시된 수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일종의 ‘상대점수’이기에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원점수 1등급컷도 수학 나형의 난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공개된 도수분포표 등을 토대로 추정한 올해 수학(나) 원점수 1등급컷은 84점이다. 이는 2017학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 시행된 시험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원점수 1등급컷이 내려 앉는다는 점에 비춰보면, 난도를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유일하게 개선된 지표는 ‘만점자 비율’이다. 표준점수 최고점과 원점수 1등급컷을 기준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쉬웠던 2017학년과 2018학년 수능에서의 수학(나) 만점자 비율은 각각 0.15%와 0.11%. 올해 수학(나) 만점자 비율은 0.21%로 다소 늘어났다. 지난해 수능에서 기록한 0.24%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처럼 지표마다 다른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다른 지표와 달리 만점자 비율만 늘어났다는 것은 ‘킬러문항’의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았음을 의미한다. 29번과 30번 등 수학에서 변별력을 내기 위해 주로 활용되는 문항들이 상대적으로 덜 어렵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해당 문제들을 잘 해결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수험생들은 ‘표준점수 분포’도 잘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학 나형의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최저점과의 차이는 지난해 9점이었지만, 올해 14점으로 그 폭이 커졌다. 같은 등급이라 하더라도 범위가 넓어지면서 변별력이 한층 커진 것이다. 지난해 국어가 유독 높은 변별력을 지녔던 것도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매우 높게 형성돼 1등급 최저점과 무려 18점이나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원점수 등급컷에 대한 관심이 높겠지만, 실제 중요한 것은 ‘표준점수 분포’”라며 “만점과 1등급 사이 점수차가 크면 동점자가 줄어 정시 지원 시 높은 변별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쉬웠지만’…여전히 어려운 국어 = 지난해 수능은 ‘역대급 불국어’의 악명이 자자했던 시험이다. 원점수 1등급컷이 전년 대비 무려 10점이나 내려 앉은 84점에서 끊기고, 표준점수 최고점도 역대 최고점수인 150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만점자도 고작 0.03% 나오는데 그쳤다. 이는 바로 직전 해 실시된 2018학년 수능과 비교하면 95%p나 줄어든 것이었다.

이토록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올해 수능 국어영역 난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모습이다. 원점수 1등급컷은 91점으로 7점 높아졌고, 표준점수 최고점도 150점에서 140점으로 10점 낮아졌다. 만점자 비율은 0.03%에서 0.16%로 5배 이상 늘어났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크게 어려웠던 국어는 지난해에 비해 난도가 낮음을 알 수 있다. 만점자 비율이 0.03%에서 0.16%로 늘며 777명이 만점을 받았다. 1등급과 2등급 비율도 모두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국어 영역의 절대적인 난도는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수능 국어영역에서 나온 원점수 1등급컷 91점은 비교적 어려운 수능으로 분류됐던 2017학년의 92점에 비해 1점 낮다. 만점자 비율도 0.23%와 0.16%로 올해가 더 적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쉽다는 것과 전반적인 난도가 쉽다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수능이 아니라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올해 수능 국어는 상당히 어려운 수준으로 분류되기 충분하다. 현재와 같은 수능이 시작된 2005학년 이래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와 올해를 제외하면 2009학년과 2011학년,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0.16%의 만점자 비율도 지난해 0.03%, 2009학년 0.12%, 2011학년 0.06%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쉽게 출제됐지만, 표준점수 최고점 등을 보면 2005학년 이래 역대 두 번째로 어렵게 출제(된 수준)”이라며 “이과에서는 국어를 잘 본 학생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수학(가) 지난해와 ‘비슷’…표준점수 분포 차이 ‘주의’ =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은 지난해와 큰 난도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난도를 측정하는 데 활용되는 원점수 1등급컷과 표준점수 최고점 등이 지난해와 전반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원점수 1등급컷은 동일한 92점이며, 133점이던 표준점수 최고점은 올해 134점으로 1점 차이가 나는 데 그쳤다.

다소 차이를 보인 부분은 만점자 비율이다. 지난해 0.39%던 수학(가) 만점자 비율은 올해 0.58%로 0.2% 가량 늘어났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킬러문항이 쉬웠지만, 나머지 문항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만점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와 엇비슷한 난도로 보이지만, 등급별 표준점수 분포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표준점수 만점부터 3등급 최저점까지의 점수 차이는 16점으로 지난해와 같지만, 등급별 점수는 차이가 있다. 1등급 내에 분포돼 있는 표준점수 범위는 7점에서 6점으로 줄어든 반면, 2등급은 3점에서 6점으로 늘었고, 3등급은 6점에서 4점으로 줄었다. 1등급과 2등급을 합산했을 때 점수 분포 범위가 9점에서 15점으로 다소 크게 늘어났기에 상위권 변별력이 커진 것으로 봐야 한다. 

김병진 소장은 “등급별 점수가 다르기에 수험생 스스로의 위치에 따른 지원전략을 잘 구상해야 한다. 2등급의 점수 분포가 대폭 늘어나 변별력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조언을 남겼다. 

■‘절대평가 3년차’ 영어, 적정선 찾았나? 1등급 7.43% = 올해로 절대평가 3년차를 맞이한 영어영역은 1~2년차에 들쑥날쑥했던 난도를 잘 조절한 모양새다. 첫해 10.03%였던 1등급 비율이 지난해 5.3%로 급락했지만, 올해는 그 중간 지점인 7.43%의 비율을 기록했다.

본래 영어는 2017학년까지만 하더라도 상대평가였다. 상대평가일 때 1등급 비율의 기준은 4%다. 다만, 실제로는 ‘동점자’들이 다수 발생하기에 4%보다 많은 선에서 1등급이 끊기게 된다. 2017학년 영어 1등급 비율은 4.42%였다. 

지난해 영어 난도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5.3%는 사실상 상대평가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0학년, 2012학년 등 5.3% 이상의 1등급 비율을 기록한 수능도 존재했다. 다소 쉬운 출제를 겨냥해 ‘절대평가’로 체제를 바꿨음에도 상대평가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시험이 된 것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지난해 영어에 대해 ‘볼멘소리’가 특히 많았던 것은 ‘수능최저학력기준’ 때문이다. 시험이 어려워 등급이 낮아지면, 일정 등급 이상을 요구하는 수능최저 충족이 어려워지게 되고 이는 곧 수시모집에서 조건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올해는 적정 난도를 찾으면서 영어에 관련된 수험생들의 불만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올해 영어 1등급 비율은 지난 2년의 평균 정도”라며 “지난해보다 수시모집 수능최저 기준 달성자가 늘어나고, 영어 등급에 따른 정시 합격 변수도 소폭 줄어들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어려웠던 탐구…만점 받아야 1등급 과목 수 줄어 = 사회탐구, 과학탐구 등으로 구성된 탐구영역은 다소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탐이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

만점자 비율부터 감소세다. 생활과윤리·세계지리·동아시아사·세계사·법과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대부분 과목에서 만점자 비율이 줄어들었다. 이치우 소장은 “지난해 다소 쉽게 출제됐던 사탐의 전반적인 난도 조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등급 기준을 봐도 난도가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에는 9개 사탐과목 가운데 6개과목의 1등급 커트라인이 ‘만점’이었다. 한 문제라도 틀리면 1등급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사례가 윤리와사상·한국지리·동아시아사까지 3개 과목으로 다소 줄어들었다. 

물론 반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윤리와 사상은 만점자 비율이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9.88%의 수험생이 윤리와 사상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올해는 14.88%나 된다. 지난해 대비 쉬워진 과목도 있었던 것이다. 

다만, 만점자가 너무 크게 늘어난 것은 그것대로 문제다. ‘등급 블랭크’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1등급은 4%, 2등급은 이후 7%에 주어지는데 14.88%는 2등급까지 허용된 11%를 전부 채우는 수치이기에 2등급이 원천적으로 사라지는 문제에 봉착한다. 한 문제만 틀리더라도 1등급이 아닌 3등급으로 등급이 한 계단 내려앉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윤리와 사상 외에도 세계사에서 2등급이 없는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과탐도 쉽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물리Ⅰ과 물리Ⅱ에서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을 받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올해는 화학Ⅱ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관측됐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택한 지구과학Ⅰ 난도가 높다는 것은 ‘체감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 지구과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74점으로 지난해 69점과 비교했을 때 크게 올랐다. 이영덕 소장은 “물리Ⅱ와 지구과학Ⅰ이 어려웠다. 반면, 물리Ⅰ이 쉬워 해당 과목을 고른 학생들이 다소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