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메이커 바람…미·중은 이미 활발
중기부 지원, 국내 대학도 메이커스페이스 적극 나서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의 지속성 위해서 '특성화'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메이커 운동이 확대되면서 대학가에서 메이커스페이스가 창업을 위한 전진기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일찍이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축한 민간기업은 물론 최근 기관과 대학에서도 메이커스페이스의 필요성을 깨닫고 개별적으로 공간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는 2018년 정부의 지원을 통해 메이커스페이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018년 메이커스페이스 65개소를 시작으로 올해 57개 기관을 추가 선정했다. 중기부는 2022년까지 메이커스페이스를 35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학에서는 2018년 경북대, 고려대, 전남대가 전문랩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대학에서 가천대가 유일하게 전문랩으로 선정됐다.

국내 대학들 메이커스페이스 확산= 고려대는 150평 정도의 공간에 전자제어실, 디지털설계실, 디지털정비실, MakingHUB가 들어섰다. 이 공간에는 3D 프린터와 대형 레이저커터, UV 프린터, 금속 및 목재가공기, 만능 CNC조각기 등 장비가 갖춰져 있다.

전남대는 지역의 거점국립대인 만큼 광주와 호남·제주지역의 제조창업 생존율 높이기에 주력했다. 제조창업 플랫폼인 ‘마이크로 팩토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메이커들의 시제품 제작과 초기 양산형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제조창업 육성 전문기관에 방점을 찍었다. 메이커 전용공간에는 전문장비를 비롯해 3D프린터, 레이저커팅기 등 범용 디지털 장비도 확충했다.

가천대는 기존 메이커스페이스 플랫폼의 규모와 개념을 뛰어넘는 ‘초(超)메이커스페이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용 규모는 가천대 비전타워 B3 전층을 모두 사용한다. 학교측은 국내 대학 최대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가천대의 강점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분야 기반 지원을 위해 바이오, 헬스케어산업 분야 인프라 활성화를 적극 구상하고 있다.

특화 시설로는 의료기기, 바이오, 헬스케어 시험인증과 의료기기 사업 컨설팅이 동시 이뤄지는 임상 GMP 시설이 구축된다. 이와 관련한 신소재 3D 프린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메이커스페이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 공유 공간 = 메이커스페이스는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 대두되면서 확산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발간한 ‘제4차 산업혁명시대, 국내·외 메이커스페이스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ICT기술 발전으로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제작하는 메이커 운동이 주목을 받게 됐다.

일반 사람들도 전기전자, 3D 프린터, 로봇 등 디지털 기기 등을 사용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갖게 되고 다른 사람과 소통·교류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메이커(Maker)라 부른다.

메이커스페이스는 메이커들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갖춰놓은 장소를 의미한다. 레이저커터, 3D 프린터, CNC 등 디지털 도구를 구비하고 있는 공간이다. 미국 <타임(Time)>지는 2014년, “메이커 운동이 새로운 미국의 혁신을 이끌 원동력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미래 산업의 기반, 해외 메이커스페이스 현황= 특히 미국은 ‘국민의 혁신성 유인 전략’으로 메이커 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그만큼 메이커스페이스를 경험·활용하는 연령대도 매우 다양하고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테크숍과 스파크랩이 대표적이다. 테크숍은 ‘공장 공유’ 모델로 제조와 창업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디자인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최첨단 도구와 장비, 컴퓨터 등을 제공한다. 개인의 자유제작활동을 지원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스파크랩은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특화된 대중 문화형 체험공간이다. 6세~12세 사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실험과 발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다. 미국 전역에 멤버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혁신’을 강조하며 미래 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도 메이커운동과 메이커스페이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메이커스페이스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개방 공간으로 메이커는 물론 대학생과 초·중·고생들도 창작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2015년말 기준 100여개의 메이커스페이스가 존재한다.

중국 정부는 메이커스페이스의 활성화로 창업과 제조업 혁신에 기여하고 실업문제 해결은 물론 경제성장 촉진 역할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지역 내 메이커스페이스 설립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가천대 메이커 스페이스. [사진= 가천대]
가천대 메이커 스페이스[사진= 가천대]

특화된 메이커 스페이스가 성공 비결 = 하드웨어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양질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메이커스페이스가 다양한 창작과 창업 준비를 위한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메이커스페이스를 오픈한 한 대학의 관계자는 “메이커스페이스 오픈을 위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등 많은 곳을 방문하고 연구했다”며 “활성화가 잘된 해외들에 비해 공간만 갖춰놓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국내 대학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각 메이커스페이스 본연의 목적에 맞춰 공간을 활용하고, 이를 특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한다.

홍의택 가천대 메이커스페이스 센터장은 ‘특성화’를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메이커스페이스가 활발한 미국이나 유럽의 방식을 따라가기보다 한국에 맞는, 아시아 시장에 적합한 메이커스페이스 구성이 핵심이란 의견이다.

홍 센터장은 “가천대는 시작부터 범용적인 권역중심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공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학교와 기업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 한국형 메이커스페이스라고 정의하고 전문가 수준의, 팩토리급의 공간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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