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해외캠퍼스(上)] ‘25년’ 기다린 해외캠퍼스 설립…규제 풀면 탄탄대로?
[심층진단-해외캠퍼스(上)] ‘25년’ 기다린 해외캠퍼스 설립…규제 풀면 탄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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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995년 고등교육 국제화추진정책으로 대학 국제화 추진 시작
이후 해외 분교 설립, 교육 콘텐츠 수출 및 해외대학 공동운영 길 열려
9월 ‘해외캠퍼스’ 설치 및 규제 완화 발표…내년 7월 법 개정 목표
위기 처한 국내 대학에 ‘글로벌캠퍼스’가 장밋빛 미래 안겨줄까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25년을 기다린 해외캠퍼스 설립. 법 개정이 이뤄지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까.’ 정부가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대학가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대학이 재정 확충을 목적으로 해외캠퍼스를 섣불리 추진했다가는 해외법이나 현지 사정에 막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 정책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실행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본지는 2회 연재에 걸쳐 국내 대학 해외 진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이를 통해 해외캠퍼스 설립의 성공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上) ‘25년’ 기다린 해외캠퍼스 설립···규제 풀면 탄탄대로?
(下) “국내법만 풀면 될까? 외국법이 더 ‘발목’”···쟁점은?

인하대(총장 조명우)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대학 교육을 해외 대학에 수출하는 ‘프랜차이즈'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인하대(IUT, Inha University in Tashkent) 국제회의장에서 인하대 학위를 수여하는 첫 졸업식. [사진제공 = 인하대]
인하대(총장 조명우)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대학 교육을 해외 대학에 수출하는 ‘프랜차이즈'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인하대(IUT, Inha University in Tashkent) 국제회의장에서 인하대 학위를 수여하는 첫 졸업식. [사진제공 = 인하대]

정부의 대학 국제화 관련 규제 완화가 ‘분교설립’과 ‘교육 콘텐츠 수출(프랜차이즈)’에 이어 ‘해외캠퍼스 설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수 외국대학의 글로벌캠퍼스 운영 현황이나 교육 콘텐츠 수출을 추진한 국내 대학의 수익성 등을 미뤄봤을 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현지 사정에 따른 제약이 많아 사립대가 개별적으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법만 풀면 탄탄대로일 것 같지만 외국법이 더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 정부의 대학 ‘국제화’ 추진 정책 발걸음은 1995년부터 =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대학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선 추진현황’에 따르면, 정부가 국내 대학의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언급한 것은 김영삼 정부부터다. 1995년 당시 박영식 교육부 장관은 유학생 유치에 방점을 두고 고등교육 국제화추진정책을 발표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외국 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 학위 수여, 학점인정 등과 관련된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고등교육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추진했다.

2006년 ‘고등교육의 국제화 전략’에 이어 2010년 ‘글로벌 교육 서비스 활성화 방안’에서 국내대학 해외 진출 지원 등 4대 정책과제가 제시되면서 해외분교 설립을 위한 기반 마련을 구체화했다. 2012년에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국외 교사 취득 관련 기준’에서 교비회계로 국외시설을 매입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겠다며, 대학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듬해 9월 교육부는 ‘고등교육종합발전 방안’에서 ‘국내 대학의 글로벌 역량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국내학생의 국제화 역량강화를 위한 국외 교사 시설 취득 및 활용을 장려했다.

2016년 3월에는 ‘대학설립/운영규정안’을 입법예고해 국내 대학의 해외 캠퍼스 설립 근거 마련을 추진했다. 대학 위치변경 인가범위를 ‘국내’에서 ‘국내 또는 국외’로 확대, 해외캠퍼스 설립 요건 완화 등을 논의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이은 후속 조치였다. 하지만 좌초됐다.

국내 우수 교육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위한 진전은 마련됐다. 2017년 11월 고등교육법 제21조 제2항을 신설해 국내 대학은 교육과정 제공 방식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2018년 5월에는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을 신설해 국내 대학이 외국 대학과 함께 국내 대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육과정 이수 학생에게 국내 대학 학위를 수여 할 수 있게 됐다.

■ 현행법상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은 어디까지? = 이처럼 현행법에 따르면 대학이 물리적으로 해외에 거점을 두고 교육을 펼칠 방법은 ‘분교’ 설립이다. 고등교육법 등의 관련법상 국외 분교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원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 미비로 실제로 추진된 사례가 많지 않았다. 분교는 본교와 별도로 학위를 수여 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설립 재원을 학교법인 회계에서 마련한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에 따라 교비회계는 타 회계로의 전출이나 대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외분교는 재단전입금과 기부금만으로 설립해야 한다.

분교가 아닌 ‘캠퍼스’로 추진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캠퍼스는 본교와 한 몸이라 현행법상 등록금 등 본교 교비회계를 동원해 조성할 수 있다. 재원 마련이 ‘분교’ 설립 시보다 수월한 셈이다.

정부가 최근 규제 개혁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현행법상 ‘캠퍼스’ 설치는 불가능한 상태로 국외 위치 변경(캠퍼스)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해외캠퍼스 설립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학과 설립과 정원 증원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할방침이다. 현행법상 분교가 아닌 ‘캠퍼스’의 경우 학과 증설과 정원 증원이 불가능하지만 이를 ‘해외캠퍼스’에 한해 풀어주겠다는 의미다.

국내 대학 및 외국 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은 가능하다. ‘(교육 콘텐츠 수출)프랜차이즈’와 ‘합작학교’ 등의 형태로 운영되는 대학의 간접적 해외 진출 방식에 대한 근거가 2017년 마련되면서다. 해외분교나 해외캠퍼스와 같은 물리적 기반에 의존하지 않고도 외국 대학에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인하대는 공대 일부 교육과정을 우즈베키스탄 현지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 서울대·이화여대·고려대 등 유수대학 계획 모두 수포로 = 그간 국내 몇몇 대학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서울대는 2011년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현지 학생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학과 경영학 석사 과정을 운영하는 제2캠퍼스 설립을 추진하다가 포기했다. 당시 베트남 당국과 현지 대학과 협력해 용지 선정 등 본격적인 개교 준비에 돌입했지만 결국 재정 문제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도 2010년을 목표로 뉴욕과 베이징, 유럽 등에 분교와 유사한 형태의 ‘글로벌 캠퍼스’를 세우고, 외국어 강의 비율을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세워 2007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캠퍼스는 유학생들을 위한 맞춤 강의를 개설하고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기대했다.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이 밖에 한양대(파키스탄)를 비롯해 △숭실대(베트남) △광운대(우즈베키스탄) △고려대(미국 LA) 등이 해외 분교 설립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다.

최장 기간 동안 해외캠퍼스 설립을 준비한 곳은 홍익대가 거론되고 있다. 홍익대는 김영삼 정부가 고등교육 국제화추진정책을 발표한 1995년 이후 본교 학생들을 미국 LA에 파견, 교육하고 현지 학생과 교포를 대상으로 특성화분야 교육을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국내외 법령의 한계에 부딪혔다.

■ 고등교육법과 시행령,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개정 법령은? = 정부는 이처럼 국내 대학이 꿈꿔온 해외캠퍼스 설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법령은 △고등교육법 제4조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조 제5항 △대학설립운영규정 제2조 △대학설립운영규정 제3조 등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24조, 고등교육법 제16조, 대학설립운영규정 제2조 등에 대학의 국외분교설립을 위한 근거는 마련돼 있다. 다만 국내 대학이 국외로 위치변경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해외캠퍼스 설립을 위해서는 국외위치변경에 관한 규정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상위법은 고등교육법이다. 고등교육법에서 ‘사립학교 설립자가 학교를 폐지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을 변경하려는 경우’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명시한 제4조(학교의 설립 등) 제3항에 ‘국외로의 위치변경’ 사항도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다. 또한 국외 위치변경에 대한 규정 신설을 명시하는 제4항이 추가될 수 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조 5항(법 제4조 제3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사항”이라 함은 학교의 설립·경영자와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 및 제10호의 사항을 말한다)에서 위치 변경 인가범위에 ‘국외’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도 개정 대상이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제2조 제4항과 제3조 제1항 제3호에 위치변경에 관한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국외에 대학의 분교를 설립하는 경우만 설립 인가기준에 명시돼 있다. 때문에 ‘국외로 위치변경을 포함’한다는 내용으로 추가 개정돼야 한다. 대학설립운영규정 제3조에서도 대학의 위치변경 인가 조건을 현행 ‘국내’에서 ‘국내 또는 국외’로 범위 확대가 추진될 전망이다.

■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 동아줄? 재정 확충 수단으로는 역부족 =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은 여러 가지 효과를 기대하며 추진된다. 당장 눈앞에 놓인 것은 국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와 직결된다. 정부가 당장 3년 내 사립대 38곳이 문을 닫게 되리라 예측할 만큼, 위기에 놓인 대학들에게 ‘동아줄’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에서 채우지 못한 수익을 해외에서 거둬들여 보전하겠다는 셈이다.

실제로 해외캠퍼스를 통해 재정확충이 이뤄질 경우 국제 교육수지 적자 해소 효과도 따라온다. 한국 학생들의 국외 유학 수요와 한국 고등교육에 대한 외국인의 수요를 모두 흡수해 유학수지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우수한 고등교육 서비스 공유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도 볼 수 있다.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은 학계를 넘어 산업계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한양대 한 교수는 “베트남에 설립된 일본 대학 의대 출신 의사들은 결국 일본 제약회사의 약을 처방하게 된다. 국내에 진출한 프랑스 르꼬르동블루 요리학교에서 요리를 배운 학생들 대부분이 국내 오븐이 아닌 프랑스산 오븐을 사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국내 대학의 교육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은 한국 산업계 발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제를 풀면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과 운영은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냐’는 물음에 다수의 전문가는 물음표를 제기하고 있다. 해외 현지 정부나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되더라도 재정적 수익이 어려운 게 바로 ‘해외캠퍼스’ 운영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한 대학 기획처장은 “한국의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송도글로벌캠퍼스에 입주한 조지메이슨대, 켄트대, 한국뉴욕주립대만 보더라도 현지에서 명문대학으로 꼽히지만, 한국에서는 적자를 나타낸 대학들이 다수다. 세계적으로 해외분교에서 만들어지는 수익을 본교로 이전하는 대학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면서 “현지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일부 나라에서는 외국환거래법으로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육 수출 1호’로 불리며 우즈베키스탄 국립대에 교육 콘텐츠를 수출하는 인하대의 한 교수도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인하대의 현지 교육 활동에서 발생하는 추가지출액을 보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해외에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단순히 교육수출 형태로 진출한 인하대와는 다르게 국내 일반 사립대가 해외캠퍼스를 설립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보다 선진국으로 진출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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