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은 기자

올해도 찾아온 정시박람회. 수많은 인파 가운데 가장 먼저 도착한 학생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긴 행렬의 맨 앞줄에서 졸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 물었더니 새벽 5시 40분에 도착했다고 한다. 입장시간보다 약 4시간이나 빨리 온 셈이다. 그만큼 정시 정보를 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학생뿐만 아니다. 도착 시간이 제각각 다르더라도 박람회장을 찾은 이들의 절실함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온 것이다. 물론 대입정보포털인 어디가(adiga)나 각 대학 입학설명회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135개 대학이 한자리에 모여 정시 입학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최하는 정시박람회가 유일하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1대1 상담을 하며, 여러 대학을 한눈에 비교하기에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아쉬움이 남았다. 박람회가 수능점수 발표 다음 날인 5일에 열렸기 때문이다. 10일 수시발표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시 합격과 불합격을 확인한 후 대비책으로 정시 정보를 얻는 것이 더 유용하다.

실제 박람회장을 찾은 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수시 합격했다면 굳이 올 필요가 없다. 헛걸음한 셈” “수시 결과 이후 정시 지원자가 파악된다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등의 내용이었다.

상담을 제공하는 대학도 마찬가지다. 동국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이 변환표준점수(변표)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한적인 상담을 제공했다. 변표는 백분위 점수마다 별도의 점수를 부여하는 식으로 탐구영역을 보정할 때 주로 사용한다. 대학 관계자들은 “변표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시간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동국대 사례에서 보듯이 사전준비만 하면 당일에도 충분히 발표가 가능하다.

이 때문인지 유달리 상담부스가 썰렁했다. 작년 9000명이 넘게 방문했지만, 올해는 그보다 2000여 명이 감소한 6700여 명이 찾았다. 수능 응시인원 감소 원인도 있겠지만, 정시박람회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른 전형보다 수능은 수험생이 3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이 평가받는 전형이다. 대교협과 대학들은 이를 고려해 학생들을 배려하고, 기대한 바를 충족할 만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더 많이 정시박람회를 향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