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잔뼈 굵은 전문경영인, 대우조선해양 위기 극복
전문경영인 역량으로 거제대학교의 성장 주도

조욱성 거제대학교 총장은 인터뷰에서 ‘직업교육 표준대학’ ‘지역발전 선도대학’이라는 투 트랙 구상과 함께 지역 직업교육 거버넌스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조욱성 거제대학교 총장은 인터뷰에서 ‘직업교육 표준대학’ ‘지역발전 선도대학’이라는 투 트랙 구상과 함께 지역 직업교육 거버넌스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결국 일류가 돼야 한다.”

조욱성 거제대학교 총장은 11월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분야,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일류”라며 “일류를 배출하는 것이 전문대학 생존을 위한 길이고, 결국 대학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욱성 총장은 2월 취임했다. 대우조선해양, 포스텍 등 30년 이상 기업에 몸담은 잔뼈 굵은 경영인 출신이다. 특히  2015년 난파 직전의 대우조선해양 구원투수로 관리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하면서, 탁월한 능력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시켜 흑자 전환에 일익을 담당했다.

최근 조선업 위축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환경 위기 가속 등 전문대학의 생존, 고등직업교육 역할 재정립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조 총장의 기업적인 추진력과 특유의 리더십에 거는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설립한 거제대학교에 모기업 최고위직 임원이 임명됨으로써 활발한 산‧학‧관 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길이 더욱 넓어지고, 이를 통해 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는 구성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직업교육 표준대학’ ‘지역발전 선도대학’이라는 투 트랙 구상과 함께 지역 직업교육 거버넌스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탄탄한 동문 네트워크로 학생 취업의 연결고리를 구축할 조 총장의 계획을 들어본다.

- 연암공과대학교의 이웅범 총장, 연암대학교의 육근열 총장, 아주자동차대학의 박병완 총장, 대림대학교의 황운광 총장 등 대기업 임원 출신이 총장으로 취임하고 있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진 총장의 역할을 바라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 주먹구구식 경영으로는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경영 마인드라는 것이 단순히 책 보며 공부한다고 해서 터득되는 것이 아니지 않겠나.
“결국 일류가 돼야 한다. 전문대학의 생존을 위해서 일류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일류란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라, 그 분야에서 ‘넘버 원’이 돼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로 치자면 대우조선해양이 낳은 대학이 거제대학교다. 대우조선해양을 모태로 해서, 결국 살아남으려면 지역과 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배출하는 데 일류가 돼야 한다. 기업에서 일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단련한 경험을 대학에서 높게 사고 있는 것 같다.”

- 거제대학교를 비롯해 대학을 둘러싼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구성원의 단결, 총장의 추진력이 더욱 필요한 때다. 조 총장의 각오를 듣고 싶다.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고등직업교육을 그동안 사립대학이 중추적으로 짐을 짊어져 왔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입학자원이 줄어들고, 지방 전문대학부터 그 여파가 미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학령인구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대학을 운영하는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중앙정부의 최소한 관리 하에 시장경제에 맡겨져 시행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시장경제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지역적 그리고 기능적 측면의 대학평가가 어우러져 구조조정이 될 수 있도록 총장으로서 적극 노력하겠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학과운영, 구조조정을 통해 적정규모의 정원을 유지해 교육적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역 유일의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거듭나게 함으로써 구성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오로지 교육에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

- 총장이 보기에 기업과 대학은 어떤 점에서 다른 것 같나.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근데 학교는 조금 다르더라. 기업에서는 30년을 근무한다고 했을 때, 그 사이에 좋아질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나빠질 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좋아졌을 때 보상하면 된다. 그런데 학교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학교에서 2~3년간 공부하는 학생에게 학교가 어렵다고 졸라매면, 그 학생들의 젊은 시절 기억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학교가 힘들다고 투자를 줄이면 학생도 점차 줄어들게 되고, 시설도 노후된다. 결국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어떻게든 선순환 구조로 만드려면 당장 학교가 더 힘들어지더라도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거제대학교가 일류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술자를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한 강의실을 지어야 한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여야 한다. 그래서 내가 총장으로 오자마자 학교는 어렵지만, 그나마 있는 것을 모두 끌어모아 대대적으로 보수를 했다. 이게 기업과는 다른 학교의 모습일 것이다. 기업은 어려울 때 졸라매지만 학교는 어렵더라도 끊임없이 학생들에 대한 연속성을 갖게 하는 것,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학교일 것이다.”

조욱성 거제대학교 총장
조욱성 거제대학교 총장

- 총장으로 오기 전 기업인으로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기업에서의 경험을 십분 살려 ‘선취업 후진학’ 입시정책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궁금하다.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처음으로 ‘선취업 후진학’ 입시정책을 통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거제대학교에 입학의사가 있는 특성화고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우리 대학과 협약을 맺은 산업체에 채용과정을 거치게 한 뒤, 합격한 인적 자원에 대해 각 산업체가 원하는 인재로 양성·배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거제대학교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조선해양기자재 제조 중견업체 31개사와 74명의 채용 협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다. 현재 특성화고등학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입시에 대단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유지·보완하면서 전문대학 선취업 후진학 표준모델이 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

- 2월에 취임해서 이렇게나 빨리 전문대학 우수사례가 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다니 놀랍다.
“기업인으로서 경험과 더불어 특히 조선업에 몸담았기에 더욱 고심하며 만든 프로그램이다. 거제대학교에 왔을 때 속상했던 것이 있다. 학생들이 ‘조선공학’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우리 대학만 ‘조선공학’을 유지하고 있고, 또 우리 대학의 모태인데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울경에서 ‘조선공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전문대학은 거제대학교밖에 없다. 울산과학대학교에는 조선 계열이 있고, 경남도립남해대학은 지난해 학과를 없앴다. 일반대 역시 계속 없어지고 있다. 서울대에서도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왜 ‘조선공학’으로 지원을 안 할까 물었다. 결국 취업이다. 조선업 경기가 좋을 때는 ‘조선공학’뿐만 아니라 기계공학 등에서도 조선업으로 취업이 된다. 그런데 반대로 이쪽이 불황이니까 ‘조선공학’ 출신은 다른 분야로 취업을 해야 하는데, 다른 업종에서는 조선공학을 뽑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대학 조선공학과를 선택한 학생들이라면 적어도 거제대학교와 거제시가 함께 살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거제시가 살고, 우리나라 전체 조선업이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선취업 후진학’ 입시정책은 이러한 노력으로 나온 결과물이다. 선취업 후진학을 하면서 거제대학교 조선공학, 조선업 취업에 엄청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 대표 간판 학과로서 ‘조선해양공학과’ 등 조선 계열 학과들의 부상을 다시 한 번 응원하겠다. 이들 학과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생각인가.
“앞서 말했지만 거제대학교는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조선해양공학과를 운영하는 유일한 전문대학이다. 아울러 공학계열을 구성하고 있는 기계공학, 전기공학, 컴퓨터공학은 조선산업 분야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전공분야이기도 하다. 뚜렷한 인력양성 목표가 있는 만큼 직렬별 핵심역량 배양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교육과정 운영방법도 반복, 점진적 심화를 기반으로 ‘이론+실습’을 병행해 만들면서 배우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부임한 후에는 실무형 교육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현장 연계형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강의실에서 이론을 배우고 이론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산업체 현장에서 직접 견학, 체험을 한 뒤 다시 강의실에서 취업을 위한 실무적인 교육을 받아 사회로 진출하는 현장맞춤형 교육 시스템이다.”

조욱성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조욱성 총장 (사진=한명섭 기자)

- 또 다른 거제대학교의 주목할 학과는 무엇이 있는지.
“앞서 소개한 교육시스템은 공학 계열에만 국한돼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나머지 비공학 계열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공학계열도 마찬가지이지만, 거제대학교 비공학 계열의 태생은 모두 지역 요구에 의해 개설됐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선 산업으로 거제도가 발전됐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도시 인프라가 발전됐고, 이에 각 분야별 인력 수급을 위해 각 학과의 개설 요구가 있었던 것이다. 기업의 회계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세무회계과, 지역의 유아교육과 사회복지 인력 양성을 위한 유아교육과와 사회복지과가 있다. 특히 유아교육과의 경우 교원양성기관평가에서 지속적으로 A등급을 받고 있다. 또한 거제도의 관광분야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한 관광경영과, 지역의 보건을 담당하면서도 전국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는 간호학과는 국시 합격률 100%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자율개선대학’,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1유형(자율개선형) 사업, LINC+, SCK 등 다양한 국책 사업을 수행해 왔다. 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데 어떻게 발전해 나갈 계획인가.
“최근 교육부가 지향하는 전문대학의 미래 모습에 공감한다. 전문대학은 지역의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지역민의 평생직업에 대한 책무를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제대학교는 여러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직업교육을 위한 체제를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산업체가 만족하는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확충된 교육 인프라를 지역민 직업교육에 확대, 활용함에 따라 지역의 직업교육기관으로서 연착륙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대학 중장기발전계획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을 부탁한다.
“2019학년도에 선포한 대학 발전계획은 모두 4가지 전략 방향으로 구성했다. 전문대학의 고유기능인 직능기반 직업교육과정의 고도화된 운영을 위한 ‘교육지원혁신’,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의 안정적 대학 생활 지원과 기초학습능력 강화를 위한 ‘학생지원혁신’,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민 평생교육 수요 증가에 따른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과 나아가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거점대학으로서의 기능 수행을 위한 ‘지역지원혁신’, 대학의 재정 독립과 여러 인증‧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고도화된 행정역량 강화를 위한 ‘대학인프라 혁신’ 등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직업교육의 표준이자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거제대학교’로 거듭나겠다.”

-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총장의 계획을 듣고자 한다.
“국가적으로 공과대학, 조선공학과가 어려운데 거제대학교 조선공학과 자체를 일류로 만들 것이다. 전문대학에 맞는 차별화된 일류 ‘조선공학’을 확실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재정자립도다. 대우조선해양이 어렵든, 좋든 관계 없이 대학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재정자립이다. 두 가지만 되면 현재 80% 이상의 취업률과 더불어 취업의 질도 더 올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총장으로서 그리는 거제대학교는 상장 기업에 우리 학생 50%를 취업시키는 것이다. 여러 전문대학에서 상위학과라 일컬어지는 간호학과, 우리 간호학과에도 현재 잘 나간다 하지 말고 더 먼 미래를 보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게 하고 있다. 거제대학교 간호학과에 가면 ‘무엇(something)’이 될 수 있다. 이 ‘무엇’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학과별로 이러한 것들을 모두 만들어서 4년 내에 기준을 확립할 것이다. ‘아하, 거제대학교에는 이런 기준이 있다’는 것을 임기 내에 꼭 만들고 싶다.”

조욱성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거제대학교의 선취업 후진학 입시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조욱성 총장(왼쪽)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거제대학교의 선취업 후진학 입시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조욱성 총장은…
울산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2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인사총무담당과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포스텍 대표이사, 2014년 STX조선해양 부사장, 2015년 대우조선해양 관리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냈다. 2월 거제대학교 제8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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