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매년 대학의 도서 대출량이 나온다. 대출 감소 추세선이 변곡점이기를 고대했건만 올해도 허사다. 서울지역 대학의 재학생 1인당 대출 책 수가 12권으로 10년 전의 28권보다 줄었다. 일반대학은 5권, 전문대학은 2권에 불과하다. 옥스퍼드대(108권)이나 하버드대(98권)에 비교하면 우리의 상황은 가혹하다. 그나마 빌린 책마저 전공이나 학업 관련 책을 대출했고, ‘교과서를 빼면 실제 빌린 책은 1인당 1권이 될지 모르겠다’라는 조선일보의 5월 16일자 논설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다.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어디서 찾느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십중팔구 포털이라고 답한다. 인터넷상에는 자료가 풍부하고 자료를 쉽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니 도서관에 오지 않는 것을 탓할 수 없다. 다만 인터넷에서 퍼 나르는 자료가 정확한지 변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염려될 따름이다.

도서관은 학생의 수업과 인성에 도움이 되는 책을 선정하는 것이 일이므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구비하고 있다. 대학 생활에 필요한 장서는 학생 1인당 최소 기준(대학도서관진흥법)을 충족시켜야 하기에 학생 정원이 감소하지 않는 한 줄지 않는다. 장서량은 증가하지만, 대출량은 감소해 엇박자를 내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책을 읽게 만들기 위해 도서관은 다양한 행사를 한다. 독서가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고, 개인학습역량 강화에도 유익함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독서클럽이나 독서캠프 등을 운영하지만 재학생 대비 참여자 수가 적어 도서 대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행사를 치르고도 마음이 힘든 이유다. 일부 대학은 책을 읽히기 위해 의도적으로 학생 유인에 나섰다. 학점 연계 교과목 개설이나 독서인증제를 교육시스템에 넣어 교수와 학생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K대학은 '다독다톡(多讀多Talk)'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교수와 학생 70% 이상이 독서클럽에 참가해 학생 1인당 대출 도서는 일반대학의 5권과 맞먹는 수준을 만들었다. 다른 전문대학에 비해 2배 이상인 셈이다. 대학이 만든 독서환경 조성과 도서관의 도서 대출서비스는 든든한 뒤 배가 됐다. 대학과 도서관, 교수와 학생의 조화로운 협력이 이뤄낸 소중한 열매였다.

부탄의 전래동화와 맥을 같이 한다. 동화에 의하면 4마리 동물이 매일 맛있는 과일을 따 먹으며 조화롭게 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새는 과일 씨앗을 물고 와 심고, 그 자리에 토끼는 물을, 원숭이는 거름을 주고, 코끼리는 나무가 자랄 때까지 보호해 마침내 열매가 달렸다. 하지만 각자가 딸 수 없자 코끼리가 나무 밑에 서고, 원숭이, 토끼, 새가 순서대로 올라타서 달린 열매를 따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부탄의 전래동화에 나오는 동물처럼, 학생들의 도서 대출 하락을 막는 것도 ‘개별’보다는 ‘협력’이 답이 되지 않을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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