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슈켄트 인하대 사실상 ‘적자’…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추가지출분 보전
“현지정부 지원 없으면 사실상 진출 어려워…재정 확충 수단으로 접근하면 안 돼”
유럽 대학은 사실상 ‘공교육’…베트남·중국은 ‘외국환거래법’상 수익금 반입 걸림돌
대학 인가 시 ‘국내법-해외법’ 충돌 우려…“일부 산업계처럼 해외법 우선 적용돼야”
대학 “개별대학 진출보다는 정부 공모 사업으로”…‘one-stop’ 전담 부서 설치 요구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25년을 기다린 해외캠퍼스(글로벌캠퍼스) 설립. 법 개정이 이뤄지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을까. 정부가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대학가의 환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대학이 재정 확충을 목적으로 해외캠퍼스를 섣불리 추진했다가는 해외법이나 현지 사정에 막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립 정책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실행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본지는 2회 연재에 걸쳐 국내 대학 해외 진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이를 통해 해외캠퍼스 설립의 성공방향을 제시한다.<편집자 주>

(上) ‘25년’ 기다린 해외캠퍼스 설립···규제 풀면 탄탄대로?
(下) “국내법만 풀면 될까? 외국법이 더 ‘발목’”···쟁점은?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인하대는 정부의 해외캠퍼스 규제 완화 추진에 긍정적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진출 5년 차를 맞은 인하대는 최근 해외 대학 졸업생에게 본교 학위를 수여한 첫 대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수익’을 얻고 있을까. 현재 운영 상태는 ‘마이너스’다.

인하대는 우즈베키스탄 정부 제안으로 교육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재정적 수익 창출보다는 교육 콘텐츠 확산과 전달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14년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설립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인하대(IUT)’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건물과 재정을 출연, 대학을 설립하고 인하대는 설립자문과 학사운영을 지원한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인하대가 현지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예산의 추가지출 부분을 모두 보전해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재정확충이나 수익구조를 최전선에서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이유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IUT사업단장)은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 총 등록금 수입을 100만원이라고 봤을 때, 교육에 소요되는 총 지출은 140만원 정도다. 마이너스 40만원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보전해주고 있는 상태”라면서 “그나마 인하대는 적극적인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지원으로 해외에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IUT 입학 인원은 처음 103명으로 시작된 뒤 현재 430여명으로 늘어나며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화폐가치가 낮은 현지 수준의 등록금으로 운영하며 ‘수익’에 대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게 최 단장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IUT는 등록금을 현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기존 인프라를 전체적으로 개혁하는 과정에서 한국 교수들을 현지로 보내는 데 재정적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최기영 단장은 “대학 명성이나 입학생 수준 유지 차원에서 학생들을 대폭 늘려 재정을 확충할 수도 없는 상태”라며 “단순히 교육 수출 형태로 진출한 인하대와는 다르게 국내 일반 사립대가 해외캠퍼스를 설립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어려움이 크게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보다 선진국으로 진출하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고 지적했다.

■ 현지 교사 확보, “교비 쓰면 안 된다” 딜레마···재원, 인건비 등 쟁점은? = 해외캠퍼스 설립에서 최대 쟁점은 ‘재정’이다. 우선, 국내 대학이 국외로 위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설을 취득할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지 국가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대학 설립 자체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 등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설이 먼저 갖춰져 있어야 현지법에 따라 대학 설립 추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홍익대가 분교 설립을 추진했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미인증대학이 사립대학 운영 승인 인가를 신청할 때 일정한 시설을 갖추도록 규율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대학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해외캠퍼스 설치를 추진할 경우 미국 현지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교사(校舍)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이때, 해외캠퍼스 설치 희망 대학이 정부에 ‘위치변경계획 승인신청’이나 ‘위치변경인가 신청’에 앞서 정부가 해외 현지 국가의 ‘운영인가’를 요구하면 사실상 국외 진출은 불가능하게 된다. 국외에서는 국내 인가를, 국내에서는 국외 인가를 선제조건으로 하는 셈이다.

홍익대 관계자는 “국내 대학이 우리 정부에 국외로 위치변경 인가 신청(해외캠퍼스 설치 신청)을 할 때 현지의 인가를 요건으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또한 현지 국가에서 요구하는 시설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현지에 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재원 활용 재량 범위를 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논란의 중심은 ‘교비’다. 교육부는 해외캠퍼스 규제 완화를 표방하면서도, 등록금회계를 해외 진출을 위한 씨드머니로 활용할 수 없도록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교비는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로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나뉜다. 비등록금회계는 학교로 들어오는 기부금이나 학교 재단이나 법인이 예금이나 채권을 통해 얻은 이익이고, 등록금회계는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육 외 수입 등 일부 계정과목 등으로 편성된 재원이다. 대부분 학생 등록금으로 이뤄진 등록금회계로 해외캠퍼스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교육계에서도 이견이 따른다.

대학의 입장은 다르다. 10년 이상 등록금 인상이 막히며 대학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등록금회계 상황도 덩달아 나빠지자 비등록금회계 재원을 대안으로 쓰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해외캠퍼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에서 위치변경을 신청하기 전 해외 현지에 인프라를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며 “등록금회계 등 교비를 재원으로 조달할 수 없도록 막을 경우 일부 적립금을 대거 마련한 대학이 아니고는 해외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 현지 화폐가치 차이가 부른 복병 ‘등록금·인건비’ = 화폐가치가 한국보다 낮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에서는 수익 담보도 어렵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현지 화폐 가치에 맞춰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는 건 현지 교수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해외캠퍼스의 경우 국내 대학의 우수 교육 콘텐츠와 인력을 해외캠퍼스에서 제공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현지라고 하더라도 국내 교수진의 대거 투입이 불가피하다.

인하대도 우즈베키스탄에 인하대 본교 교수들을 파견한다. 최기영 단장은 “우즈베키스탄에 파견된 교수의 경우 국내 기본연봉에 파견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경제 수준이나 생활 여건이 한국보다 비교적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교수가 많지 않다”면서 “특히 현지에서 등록금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 수익을 올릴 수도 없다는 것도 한계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물리적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도 대학이 느끼는 재정 부담감이 크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해외 진출을 추진했던 대학의 대부분이 ‘자급자족’형보다는 현지 정부나 기관의 행·재정적 투자가 기반이 됐다.

리투아니아에 분교 설립을 추진했던 A대학 관계자는 “교사와 교지 구매 등 해외 분교 설립에 드는 모든 비용을 리투아니아 정부 측에서 제공하고 국내 대학은 교육과정만 제공키로 했기 때문에 타진할 수 있었다”며 “대학 내부 검토 결과 해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투자하는 형식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귀띔했다.

유럽 진출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스위스, 덴마크 등 유럽의 경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취업이나 임금, 승진에서 크게 차별받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에 대한 수요가 우리나라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유럽은 사실상 국가가 고등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어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진출, 학생 모집에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임대보다 매입···국내 대학이 국외시설 취득, 현지법인이 임차 = 해외캠퍼스 운영을 위한 교사는 ‘매입’과 ‘임대’에서 어떤 형식이 유리할까.

대학이 현지에서 건물을 임대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 고정 시설을 필요로 하는 실습실 구축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임차인이 된 대학은 임대인의 요구나 사정에 따라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나 부동산의 급격한 조정기가 아닌 이상 금전적 효율성을 따지더라도 임대보다 취득이 유리하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미국에 캠퍼스 설립을 계획한 B대학의 내부 검토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매입가의 9%에 육박하는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보다는 현지 모기지론을 활용, 매입하는 게 경제적이다.

연간 시설관리비와 재산세, 보험료 등 매입 시 시설사용을 위한 연간지출액이 임대 시 연간지출액(연간 시설관리비+연간 임대료)보다 낮고 15년쯤 되면 임대 시 지출액 누계가 매입가를 상회한다는 계산이다.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서 금액 규모나 지출액 누계 상회 시점은 달라지지만, 대부분 해외캠퍼스 추진 대학이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신빙성이 더욱 커진다.

또한 국외시설을 철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매입 시에는 투입 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나, 임대의 경우 매년 임대료를 지불함으로써 지출이 늘어 현지 교육비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국외 건물 매입 시 제기될 ‘국내 재산 빼돌리기’라는 시선에 대학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터놨다. A대학 관계자는 “국외 건물 매입은 외화 유출이 아닌 국내 교육 자산의 해외 확보이므로 색안경을 쓰고 볼 일도, 정부가 억제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비영리법인의 경우 영리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법인 해산 시 설립 목적에 따라 잔여 재산을 처리할 수 있을 뿐, 설립자(법인)에게 이를 귀속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그 법인이 시설을 취득하도록 하는 경우, 현지 현행법상 대학 자진 철수 시 최초 투자자금의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내 대학이 국외시설을 교비로 취득하고,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해외 현지법인이 이를 임차해 사용할 경우 이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A대학 관계자는 “이 경우 임대료를 국내 대학 수입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해외캠퍼스를 철수하는 등 운영을 중지하면 최초 투자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개별대학 추진보다 ‘정부 공모 사업’···정부 차원 ‘one-stop 전담부서 설치’ 제안 = 사실상 대학가에서는 국내에서 채우지 못한 재정을 국외 시장을 개척해 확보하려는 복안으로 해외캠퍼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캠퍼스가 성공적으로 수익을 내더라도 국내 대학의 재정을 보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베트남이나 중국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현지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국외로 반출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웬만큼 재정이 튼튼한 대학 법인이 아니고는 진입부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지역 C대학 기획처장은 “이른바 최상위권 대학이거나 법인이 재정적으로 튼튼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외 진출에서부터 학생모집까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 떨어진 국내 학생들이 해외캠퍼스를 설립한 일류 대학에 우회적으로 입학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를 철저히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진출에서부터 학생모집, 운영까지 여러 가지 제약이나 한계가 예고되면서 대학가에서는 개별 대학이 아닌 정부 사업으로 추진해 달라는 의견이 나온다. 개별 대학이 해외 정부나 기관과의 협력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이다. 서울권 D대학 관계자는 “과거 해외분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현지 기관의 지원이나 협조가 부족해 결국 이루지 못했다”며 “해외캠퍼스는 정부 차원에서 재정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대학을 선정, 진출을 장려한다면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외캠퍼스 설치 등 국내 대학의 해외 진출을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one-stop' 전담 부서가 설치돼야 한다는 대학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권 D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집중 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학의 해외캠퍼스 설치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앞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대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흩어져있는 전문 인력을 하나의 부서로 모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일부 산업계처럼 국내법과 해외법이 상충할 시 해외법을 먼저 적용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교육부는 9월 해외캠퍼스 설치 규제 완화 계획을 밝힌 뒤 정책연구를 통해 이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외캠퍼스 설치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법과 해외법이 상충하는 부분이나 정부부처 내 충돌하는 규정 등을 충분히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당초 내년 7월 법 개정을 목표로 알렸지만 복합적인 사안들의 해결 여부에 따라 다소 미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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