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교육부의 대입자율권 ‘통제’…정시 늘리되 ‘대폭 확대는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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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정시 더 늘리겠다는 대학들, 학종 무력화 우려
교육부, 2023학년 수능위주전형 확대범위 “기준선 40% 지켜라”
여권-교육부 ‘엇박자’…정치논리 vs 실무진 시각 탓?
(사진=한국대학신문DB)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교육부의 대입전형 ‘통제’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대학의 수능위주전형을 2023학년까지 40% 이상으로 늘리는 ‘정시확대’ 방침을 내놓은 데 더해 그보다 더 큰 범위의 추가 확대는 불허한다는 의사를 내보였기 때문이다. 40%를 넘는 정시확대 의사를 밝힌 대학에게 교육부는 ‘기준선’인 40%를 준수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발언은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명분마저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처럼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성이 문제가 돼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는 것이라면, 굳이 대학들에게 기준선을 운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입 자율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여론’에 휩쓸려 정시확대를 결정한 정치논리와 실제 정책을 다루는 교육부 실무진 사이의 인식 차가 컸던 것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수능위주전형 확대 ‘가이드라인’? 교육부, ‘40% 기준선 준수하라’ =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와 자기소개서 폐지 등으로 대표되는 ‘대입 전형자료 공정성 강화’, 서류평가를 블라인드 방식으로 바꾸는 등의 ‘평가 투명성·전문성 강화’, 일부 대학의 정시 확대와 논술전형 폐지 유도, 10% 이상 선발을 의무화하는 사회통합전형 도입 등이 담긴 ‘대입전형 구조 개편’이 공정성 강화 방안의 큰 줄기다. 

이 중 대학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대입전형 구조 개편에 담긴 ‘정시 확대’다.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이 45%를 넘는 서울권 소재 16개 대학은 2022학년으로 예정된 ‘수능위주전형 30% 이상으로 확대’에 더해 2023학년까지 수능위주전형을 4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건국대·경희대·고려대·광운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대·서울여대·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연세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가 대상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대상으로 지목된 16개 대학 이외 대학들도 정시 확대에 대한 여파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대입은 일반적으로 선호도 높은 대학의 움직임이 다른 대학에 미치는 ‘연쇄반응’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 어느 정도로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4월말 발표를 위해 내년 초까지는 결정을 내야 하는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비롯해 향후 전반적인 대입 기조를 정해야 하지만, 녹록치 않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수능위주전형을 40% 이상으로 늘리라고 지목당한 대학들은 차라리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사정이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6개 대학에서 제외된 서울권 한 대학 입학처장은 “전체 대학들의 대입 전형이 특정한 추세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우리 대학만 다른 방향을 택하기란 쉽지 않다. 직접 경쟁관계가 아닌 대학들을 빼고서라도 상당한 인원이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데, 정시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급선회를 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때문에 대학들은 목을 빼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기본계획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대입전형 개선을 유도하는 해당 사업의 평가지표를 통해 어떤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바꿔야 할지를 더듬어 보기 위해서다. 대학들은 전형비율 이동에 큰 배점이 주어질 경우 큰 폭의 정시확대도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나온 것으로 보인다. 40%를 넘는 수능위주전형 확대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이 자기소개서 폐지와 블라인드 서류 평가 도입,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 등에 반발, 수능위주전형을 40% 이상으로 크게 늘리겠다는 데 대해 교육부는 ‘또 다른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며, 제시한 40% 기준을 준수하라고 답변한 것으로 확인됐다. 

A대학 입학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도저히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의 결과가 나왔다. 차라리 학생부종합전형을 대폭 축소하고 수능위주전형을 늘리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해 이러한 의사를 교육부에 전달했지만,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공정성 강화 방안에 제시된 ‘40%’ 기준을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귀띔했다. 

■차라리 수능위주전형 ‘대폭 확대’ 낫다는 대학들, 학종 무력화 우려 탓 = 일부 대학이 이처럼 차라리 수능위주전형을 대폭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의 ‘무력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이번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내놓은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주요 개선책은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 △자기소개서 폐지 △블라인드 서류평가다. 대입 관계자들은 이들 방안이 전부 적용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누더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평가요소 축소다. 학생부 기재항목이 줄어들고,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이 전면 폐지되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평가할 수 있는 범위는 대폭 줄어든다. ‘성적’으로 나타나는 학업 성취도와 교사들의 평가가 담긴 ‘세특’ 정도 외에는 학생들의 역량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블라인드 서류평가’까지 도입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실제 평가에는 애로사항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한진원) 이사는 “블라인드 서류평가의 문제는 과목이 없어 수업을 듣지 못한 학생들이 귀책사유를 짊어지게 된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이 있을 때 기존에는 이런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었다. 학교 교육여건 상 개설이 안 돼 해당 과목을 이수하지 못했고, 독서 등 다른 방법으로 학생이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라인드 평가를 하게 되면 이런 부분들을 판단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불리함을 감내해야 하는 것을 넘어 학생부종합전형에서마저 수능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진 이사는 “블라인드 평가 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성취도가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학교마다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90점을 받았다는 것의 의미가 같을 수는 없다”며 “학교 증빙 자료가 없으면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것은 결국 학교 성적과 수능뿐이다. ‘진검승부’를 할 만한 실력 파악 장치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류평가 과정에서 수능최저 통과 여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치논리-교육부 ‘엇박자’? 과도한 대입 자율권 훼손 문제는 여전 =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통령이 직접 정시 확대를 언급했고, 13개 대학을 지정해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도 벌였다. 국민 여론과 사회적 요구라는 명분 아래 수능위주전형을 크게 늘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보였던 당초 ‘열의’와 현재 진행상황은 ‘간극’이 크다. 40% 이상으로 명시된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그 이상의 정시확대 여부는 대학이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대입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정치논리’와 ‘실무진의 시각’ 사이 발생한 엇박자가 아니겠냐는 진단을 내놓는다. 한 대입 전문가는 “이번 공정성 강화 방안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논리’의 영향이 짙다는 게 교육계의 시선”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정치논리와는 별개로 교육부는 당장 수능위주전형을 크게 늘렸을 때의 부작용들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수능위주전형을 늘려야 하지만 서울권 대학으로 범위를 좁히고, 확대폭도 제시된 기준을 따르라는 제한된 지침이 나오게 됐을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다만, 교육부의 해명은 대학들의 설명과 다소 상충된다. 교육부는 수능위주전형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대학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6개 대학 중 한 대학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차관 및 실·국장의 총장 개별 방문 과정에서도 정시 대폭 확대 얘기가 나온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제시된 40%도 버겁다거나 힘들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데, 50% 이상 나아가 60%나 70% 선까지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할 수 있는 대학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또 다른 ‘쏠림 현상’이 우려되기에 수능위주전형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의 전제는 학종과 논술로의 쏠림 현상이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수능위주전형이 50%를 넘어가 버린다면, 또 다시 쏠림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적정선을 별도로 제시하긴 어렵지만,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쏠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대입 전형을 교육부 맘대로 주무르려는 행동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학 고유의 권리인 ‘대입 자율권’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어디까지나 학생 선발은 대학 고유의 업무 영역이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 등을 통해 일정 방향으로 이를 유도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개입과 통제로 인해 대학들의 자율권 행사는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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