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전 정시확대 16개 대학 총장 개별 방문…‘언론에 부정적 얘기 흘리지 말라’ 협조 당부
재정지원사업 ‘칼자루’ 쥔 교육부 발언에 언로 막힌 대학들
교육부 ‘소통 차원’ 해명, 대학들은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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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최근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놓기 직전 차관을 비롯한 실·국장 등 교육부 고위 관계자들이 정시확대 대상으로 지목된 16개 대학의 총장을 개별 방문해 ‘협조’를 독려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는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대학들은 ‘통보’와 ‘압박’이었다며 못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단순 정책 설명에 그친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얘기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며 대학들의 언로마저 ‘통제’하려 드는 모습을 교육부가 보였기에 ‘불편함’은 한층 더 커지는 상황이다.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앞두고 16개 대학 총장 만난 교육부 고위 관계자들 =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대학 총장들을 만나 ‘협조’를 당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박백범 차관과 김규태 고등교육정책실장, 이승복 대학학술정책관이다. 박 차관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다음으로 직위가 높다. 김 실장은 교육부 3실장의 한 명이며, 이 정책관은 교육부 국장급 인사다. 한 마디로 교육부의 핵심 고위 그룹이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들이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직접 총장을 만난 대학은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정시확대 대상으로 지목된 ‘16개 대학’이다. 교육부는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 비율이 전체 모집인원의 45% 이상이라는 이유로 서울권 16개 대학의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 인원을 2023학년까지 40% 이상으로 늘리도록 했다. 

방문 방식과 횟수는 차이가 있었다. 단발성 방문으로 끝난 곳도 있지만, 여러 차례 방문이 이뤄진 사례도 존재했다. 총장 홀로 고위 관계자와 대화한 곳이 있는가 하면, 입학처장과 입학관계자 등이 배석한 상황에서 대화가 이뤄지기도 하는 등 방문한 대학에 따라 응대방식도 달랐다. 

방식이나 횟수는 달랐지만, 교육부가 총장들에게 한 얘기는 같았다. 조만간 발표될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서 정시를 확대해야 되는 대학에 포함될 예정이니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고위 관계자들의 총장 방문 이후로도 교육부의 ‘언질’은 이어졌다.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전날에는 주무 부서 관계자가 16개 대학 입학처장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다음날 발표 내용을 설명하는 일도 있었다. 

■‘단순 협조’ 차원?…‘언론에 부정적 의견 말하지 말라’ 발언도 = 교육부는 대학 총장들을 개별적으로 만난 것은 정책에 대한 사전 설명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총장들을 방문한 것은 소통 차원이다. 무턱대고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사전에 설명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방문한 것”이라며 “대입공정성 강화 방안의 배경과 그간의 진행상황, 향후 조치 등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설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총장들을 찾아 ‘협조’를 당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학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강사법 시행 당시에도 교육부는 ‘정책 설명’이라는 명분으로 일부 대학 총장들을 개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모든 대학이 교육부의 이번 방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학도 존재했다. A대학 입학처장은 “이전에는 정책 변경에 대한 내용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통보됐다. 앉아서 통보를 받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대학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차라리 대학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설명하는 것이 바뀐 정책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들은 ‘설명’이 아니라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었다며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B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가 와서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형식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교육부가 발표하는 대로 따르라며, 반박은 일절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어떻게 이를 받아들일지는 뻔한 것 아닌가. 교육부가 대학에 직접 압박을 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순 협조와 설명이 아니라는 것은 교육부의 당시 발언들만 보더라도 분명해 보인다. 심지어 대학들의 언로를 차단하는 일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C대학 입학관계자는 “당시 해당 자리에 배석했는데, 부정적인 반응을 언론에 내보이지 말 것을 교육부 관계자가 여러 차례 당부하며 소위 ‘단도리’를 쳤다. 대학들이 느낀 점조차 말하지 못하게 ‘통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교육부에 되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과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에 날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이미 교육계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모 교육계 인사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해당 글을 본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가 ‘과한 내용’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정성 강화 방안 전날 주무 부서로부터 온 연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이 지배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음날 발표될 내용을 요약해서 설명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대학 입학 관계자들은 이미 협조라는 명분으로 총장까지 방문한 상황에서 압박감만 더 심하게 느꼈을 뿐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단속’에 입 다문 대학들, 속내는 ‘부글부글’ = 교육부의 ‘압박’으로 인해 의견이 표출되고 있지 않을 뿐 이번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한 불만은 대학가에 만연하다. D대학 입학처장은 “수능위주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이 나온 것이 작년 8월이다. 아직 2022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교육부는 2023학년까지 수능위주전형을 40%로 늘리라고 하고 있다.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이 어떤 파급력을 일으킬지 확인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로 재차 대입전형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직접 앞장서 대학들을 압박하고 언로를 통제한 덕에 정상적으로 불만이 표출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불만이 많지만 재정지원사업이라는 ‘칼자루’를 쥔 교육부에 ‘반기’를 들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E대학 입학처장은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교육부 고위 관계자가 얘기하는데 그 자리에서 반대 의사를 피력할 만큼 ‘간 큰 대학’은 없다. 당장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비롯해 여러 재정지원사업을 교육부가 운영하는 상황에서 밉보이고 싶은 대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책 실현을 위해 개별 대학 총장들을 압박하고, 대학들의 부정적 언로를 차단하는 등의 행적을 볼 때 교육부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대입 전문가는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방안을 발표하고, 대학들의 반응을 청취하면 될 일이었다. 굳이 그보다 앞서 대학들을 방문해가며 압박을 가한 것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쏟아질 부정적인 대학들의 반응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만큼 교육부가 이번 정책을 큰 잡음 없이 성공시켜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대입 전문가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힌 대입 정책 변화에 대해서만큼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생각이 엿보이는 일”이라며 “대학들이 집단으로 나서 정책에 반발한다거나 ‘대혼란’ 등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던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대입 정책이 대학들의 반발로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 그 파급력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 정부가 유독 ‘비공식적’ 루트로 대학들을 포섭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F대학 입학 관계자는 “이번 정부는 유달리 절차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육 정책을 내놓을 때는 정책을 발표하고, 반응을 청취하는 것이 수순인데 사전에 정책 당사자들과 비공식적으로 ‘합의’를 먼저 보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되던 당시 박춘란 전 교육부 차관이 대학들에 정시확대를 주문해 논란이 커졌던 것은 잊어버린 듯하다”며 “이처럼 자꾸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대학의 협조를 강요하는 것은 교육부와 대학 어느 쪽에도 이롭지 못하다. 교육부 설명처럼 ‘단순 협조 요청’에 불과했다면, 왜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 당시 이런 교육부의 노력들은 언급하지 않았는가. 정책만으로도 대학들을 납득시킬 자신이 있지만, ‘소통’의 차원에서 의견교환이 필요했던 것이라면 공개적으로 공청회를 열어도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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