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걸어온 교육자의 길···최초 내부 출신 총장으로 책임감 막중
대학 기본단위인 학과 경쟁력 중요···타 대학과 차별화된 산학협력 추진

허남윤 오산대학교 총장(사진)은 "학과의 성공이 대학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학과의 경쟁력이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허남윤 오산대학교 총장(사진)은 "학과의 성공이 대학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학과의 경쟁력이 대학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위기’라는 지금의 대학 현실에서 총장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 허남윤 오산대학교 총장은 “총장은 ‘위에 서는 자’가 아니라 ‘앞에서 이끄는 자’가 돼야 한다. 학생을 챙기는 총장, 교직원과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겉모습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총장이 되고 싶다”며 ‘조화’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허 총장은 32년간 오산대학교에 재직하며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총장직무대행을 수행하며 미리 총장으로서 가야 할 길을 겪었다. 대학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이 때, 허 총장에게 거는 기대도 특별할 수밖에 없다. 오산대학교를 잘 아는 만큼 뛰어난 역량으로 대학의 기반을 탄탄히 다져 달라는 것이다. 이는 허 총장의 취임식에서 김영희 학교법인 오산학원 이사장이 “오산대학교가 강한 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 데서도 드러난다.

그런 그가 대학 경영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실속’이다. 그에게 총장의 권위란 ‘실력과 성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물질적 성과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과정과 가치다. 이 모든 것을 잃지 않는 것이 허 총장이 말하는 ‘실속’이다.

과연 그는 ‘조화’와 ‘실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까. 11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30년 이상 교육자의 길을 걸어 왔다.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교수가 됐다. 대학 2학년부터 4학년까지 야학 교사를 했다. 중학교 교육 과정을 가르치다 보니 특별히 준비할 것이나 가르칠 것이 많지도 않았는데, 그때가 정말 ‘가르치는 맛’이 최고였다. 더욱 많은 것을, 심층적인 것을 가르치는 대학 교수 시절보다도 그랬다.”

-오산대학교의 첫 내부출신 총장으로서 각오는.
“훌륭한 전임 총장님들이 다져놓은 기본적인 기틀을 잘 이어받아 오산대학교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산대학교는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한 학교다. 지난 30년간 학문과 희망, 사랑과 열정을 깊이 심어주는, 내 삶의 고향이기도 했다. 총장의 직무를 맡아 오산대학교의 훌륭한 전통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동시에 그동안 대학에서 쌓아온 구성원과의 신뢰와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통해 새로운 내실 있는 대학으로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개교 40주년을 맞은 우리 대학은 그동안 거듭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오늘날의 발전을 이뤘다. 입학자원이 감소하고 재정자원이 결여되는 현실에서 내부출신 총장을 선임한 것은 지금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강력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30년 이상 이곳에 재직하면서 우리 대학의 특징, 환경요건, 학과별 상황과 역사를 잘 알고 있다. 효율적인 구성원 간 협업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구심점으로서 총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장점을 잘 살려 우리 대학의 재도약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총장직무대행을 수행하면서 총장이라는 자리의 무게와 책임을 경험했을 것이다. 총장 취임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총장은 각 분야를 조율해 전체를 리드하고, 효율적인 조화로움을 유도하며, 대학·학생과 교직원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돼야 한다. 반드시 내가 총장이 돼야만 우리 대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역할이 주어진다면 좀 더 실속 있고 효율적인 대학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현재 대학의 현실은 입학자원의 감소와 재정축소로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은 축소된 재정과 구조조정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외부 평가와 국고사업 수주에 몰두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학령인구 절벽시대’에 태풍 앞의 촛불과도 같은 대학의 상황은 기정사실화돼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두렵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다. 우리 대학을 현실의 쓰나미에 무기력하게 휩쓸려가는 대학으로 둘 수 없었다.”

-보직을 두루 역임해 대학 행정의 전문가라는 평이 있다.
“‘행정의 전문가’라는 말씀은 지나친 표현이다. 진정한 전문가는 그동안 소리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땀 흘려 수고해주고, 협조해 주신 구성원들이다. 다행히 여러 부처와 센터장을 역임했고 30년간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때문에 각 부서별로 조직과 행정업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러한 행정적인 운영이 학과와 학생들에게 어떠한 영향과 결과를 주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대부분 대학에서 겪게 되는 교원과 직원들의 행정적 마찰에 대해 양쪽 모두의 입장을 이해하고, 중재할 수 있는 경험도 얻었다. 그렇기에 단지 조직의 리더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학이 가야 할 방향에 등불을 밝히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 역할이라면, 우리 대학이 실속 있는 경쟁력을 갖춰서 인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우리 교직원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행복한 대학으로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임기 동안 ‘진짜 전문가’들과 합심해 우리 대학의 재도약을 이룩할 것이다.”

-취임사에서 교과과정을 혁신하겠다고 했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교과혁신을 이미 단행했을 것인데, 추가적인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인가.
“교과혁신은 현재 추진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추진할 사항이다. 사회와 기업이 변화하는 데 대학의 교육만이 멈춰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직업교육 특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우리 대학은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중심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 오고 있다. 우리 학생들의 수준에 맞으면서도 산업체가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편성하는 것은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보다 더욱 빠르고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발맞춰, 다른 대학과의 차별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대학으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과과정 혁신을 추진할 것이다.”

-학과 스스로 학과 발전방안을 담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대학의 기본단위는 학과다. 모든 실적과 효과는 학과와 학생들로부터 나온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학과의 성공이 대학의 성공으로 이어지며, 학과의 경쟁력이 대학의 경쟁력이다. 특히 모든 대학이 각종 경쟁과 평가에 노출돼 있는 현실에서 우리만의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단위인 학과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과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학과발전계획인 마스터플랜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학과종합평가는 대학 내 가장 중요한 평가제도다. 행정부서의 계획수립을 바탕으로 각 학과의 특성에 맞게 운영·발전시켜 학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학과는 학과장을 중심으로 발전방향을 제시하면 된다. 발전방안에 따라 행정부서는 지속적인 점검과 독려로 학과를 발전시킬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학과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며 상생 발전하도록 하는 것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정 효율화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 이를 도모할 것인가.
“부서 행정을 중심으로 운영하기보다 학과와 학생을 위한 행정이 되길 바란다. 평가를 위한 실적과 겉치레보다는 학과 경쟁력과 학생을 위한 실속 있는 행정이 됐으면 한다. 단순히 양적 실적만을 취합하는 행정업무가 아닌 과정과 효과를 중시하고 질적 결과를 추구하는 실속 있는 행정을 하고자 한다. 총장이 먼저 맡겨진 권한과 책임을 통해 교수들과 직원들 모두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할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우리 대학은 2021년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결과는 부족한 실적이라기보다는, 비효율적인 실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기 위해서라도 보직교수들과 행정직원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취임식 때 ‘지금 대학들은 구조조정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고자 하는가.
“입학금 면제와 학생정원 감축, 재학생 충원율 평가 지표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한 지금의 대학들에 강요되고 있는 현실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실에서 이러한 위협은 피할 수 없는 상수다. 이러한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이 현재의 타개책이다. 이를 위해 교육이 즐거운 대학, 취업이 잘되는 대학, 지역과 산업체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대학을 통해 학생과 산업체가 찾는 수도권 TOP 10 대학으로 만들고자 한다. 개교 40주년이 된 오산대학교의 저력과 실력 있는 내부 구성원의 협업을 통해 지역과 산업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내실이 탄탄한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오산대학교를 수도권 TOP10 대학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계획은.
“TOP 10 대학은 다음 3가지 측면이다. 첫 번째는 지표, 평가, 실적의 TOP 10을 이루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만족의 TOP 10이다. 세 번째는 지역사회와 산업체가 인정하는 실속 있는 대학으로의 TOP 10이다. 우리 대학은 직업교육 전문 고등교육기관으로 지역과 산업체와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장점이 있다. 오산과 인근 지역의 산업단지, 동탄을 근간으로 하는 학생수요를 갖고 있다. 지역사회와 산업체의 요구에 부응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여건이 갖춰져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한 성과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고 희소가치가 있는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전략이다. 우리 대학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교육과정에 내실화해 산업현장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도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또,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취업과 연계하고, 창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지역사회를 키우는 인재, 지역사회와 키우는 인재’ 이것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다. 이러한 과정과 노력을 통해 3가지 측면 모두에서 TOP 10 대학이 되고 싶다.”

-임기 내에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것을 하나 꼽는다면.
“학과 경쟁력 강화다. 스스로 설 수 있는 강한 대학, 학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는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혜택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백년이 가도 지속가능한, 경쟁력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칭찬과 환호를 받는 총장보다 원칙을 지키고, 오산대학교를 위해 사심 없이 애쓴 총장으로 남고 싶다.”

허남윤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오산대학교의 인접한 지역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허남윤 총장이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오산대학교의 인접한 지역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TIP] 오산대학교, 역량기반 교육혁신 ‘박차’

허남윤 총장은 교과과정 혁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혁신지원사업에 대비하기 위함이 아니다. 학생 성공의 기반이자 대학의 경쟁력이 교육 혁신에 있다는 신념에서 기인한 것이다. 오산대학교는 교무처 산하에 직업교육혁신센터를 설치해 전담 조직을 마련했다.

최근 오산대학교가 주목하는 것은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19일에는 허남윤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육 혁신을 위한 대학 핵심역량 선포식이 진행됐다. 교육과정 개발의 밑그림이 될 핵심역량을 전 교직원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어 12월 초에는 세 차례에 걸쳐 역량기반 전공교육과정 개발 워크숍을 실시했다. 전체학과의 학과별 전공교육과정 개발·운영위원장(학과장) 및 학과교원 총 68명이 함께했다. 워크숍에서는 학과 전공별 교육목표와 직무역량, 대학핵심역량과의 매칭을 점검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또한 직무 특성에 따른 전공역량 도출과정을 공유하고, 각 교과목 프로파일 작업을 위한 토론이 이뤄졌다. 더불어 학과에서 작업 중이던 교육과정 개발보고서를 중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무역량으로 활용중인 NCS, OCS의 능력단위를 역량으로 범주화하기 위해 토론을 진행했다.

■허남윤 총장은…
1983년 연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오산대학교 전통조리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32년간 오산대학교 호텔조리계열 교수로 재직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식품조리과 학과장, 2003년부터 2005년 2월까지 교무처장, 2009년 8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학생지원처장을 맡았다. 2015년 3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산학협력단장, 2016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는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2019년 3월 부총장에 임명된 후 4월부터 10월까지 총장직무를 대행했다. 2019년 11월 오산대학교 제12대 총장에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기자 / 정리=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