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경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교수

간호학과를 설치한 86개 전문대학 중 84곳이 4년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동일한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이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지원 문제에 있어서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대학 간호학과 현장의 입장이다. 또한 현재 간호학과는 많은 평가와 시대에 맞지 않은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대학 간호학과는 ‘전문대학’으로서, ‘간호학과’로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이번 연재를 통해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어려움을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연구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 간호학과 현장실습 개선 방안 Ⅰ: 글로벌 현장학습과 시뮬레이션 실습
② 간호학과 현장실습 개선 방안 Ⅱ : 임상실습 시수 조정과 정책적 지원
③ 간호학과 단일대학 애로사항
④ 전문대학 간호학과 등록금 동일화
⑤ 미래 간호사 인력 양성 방안과 전문대학 간호학과의 역할
⑥ 전문가 좌담회

이선경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교수
이선경 서울여자간호대학교 교수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인력 가운데에서도 간호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2030년까지 15만8000명의 간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면허가 필요한 의료인력의 하나인 간호사는 우리나라 의료보건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이 제시하는 엄격한 인증기준을 준용하면서 표준화되고 일관적인 교육을 통해 간호사가 양성되고 있다.

2011년 고등교육법 제50조 3 ‘의료인 양성을 위한 학과의 수업연한 및 학위에 관한 특례’가 제정, 전문대학에서도 4년제 간호학과 학사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2019년 현재 전국적으로 간호학과만을 단독 운영하는 전문대학은 4개교다. 서울 1개교, 군산 1개교, 광주에 2개교다.

이들의 연간 졸업생 수는 2019년 2월 기준 총 895명이다. 또한 2개교는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됐고, 총 3개교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간호교육뿐 아니라 전문대학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구조개혁을 감행하고 있다. 이를 위한 객관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각종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전문대학들은 각종 평가와 정원감축 상황에서 신입생 충원율 감소와 등록금 동결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신념으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간호학과 단독대학 4개교 역시 직업교육계에 불어닥친 위기 속에서도 간호학과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잃지 않으며 각종 평가에서 살아남고자 사활을 걸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다음과 같은 어려움에도 직면해 있다.

■간호학과 단독대학, 평가 부담 가중 = 우선 4개교 단독대학은 학교규모가 매우 작다. 4개교의 평균 직원 수는 21.5명이고 교원 수는 24.7명이다. 적은 교직원이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그 외 도서관, 상담실, 각종 센터 등 종합 전문대학 수준의 부설기관도 모두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기적으로 밀려오는 대학평가와 국고사업까지 수행하고 있다. 이들 4개 대학은 기관평가인증, 교육부 대학 평가 등 굵직한 평가는 물론, 5년마다 돌아오는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의 인증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평가,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 도서관 평가 등 각각의 크고 작은 평가들도 주기적으로 받고 있다. 내부 평가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전 교직원이 연중 평가 준비에 매달리게 만드는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각종 평가 기준이 상이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관평가인증 지표와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 지표, 간호인증평가에서 강좌 당 학생 수와 장학금 지급률, 실험실습비 등의 지표값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간호학과 단독대학은 현재로서는 모든 기준을 지키기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지표를 만족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강좌 당 학생 수의 경우 전문대학 기관평가인증을 기준으로 준비해야 한다. 실험실습비가 20만원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 간호인증평가 기준을 따라야만 한다. 각종 교내 조직 설치 기준은 종합 전문대학 수준으로 구색을 맞춰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 평가 지표를 만족하기 위해 여러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필요한 위원회도 여러 가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결과 교수들은 평균 4~5개의 위원회에 중복 소속돼 수많은 회의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직원들도 동시에 여러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제한된 수의 교직원은 평가준비로 에너지가 소진되고 있다. 더불어 행정 업무가 가중돼 있다.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각종 평가를 위한 서류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이는 휴‧보강 등 학생 서비스 소홀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고사업에 선정되거나 평가를 잘 받아 학생들이 국고 재정을 지원받게 하는 일 역시 학생을 위한 일로 여기기에, 교직원들은 묵묵히 이를 감내하고 있다.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이뤄지는 각종 평가와 사업이, 오히려 교육의 질 저하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소규모 대학들은 등록금 수입이 제한돼 있고 정원감축에도 대비해야 하기에 쉽게 교직원을 늘릴 수도 없다. 동시에 여러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 외에는 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한 교직원들의 업무과중은 물론 이직이 늘어나는 문제도 발생한다. 그러나 대학 평가에서는 행정 전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체계 구축’ 항목에서 감점 처리를 하고 있다.

구조개혁이라는 태풍 속에 전문대학 간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더 높은 수준의 전담인력 배치와 시설, 성과관리 시스템, 장학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소규모인 간호학과 단독대학으로서는 몇 겹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것이다.

대구과학대간호학과-아주대 의과대학과 협업수업.(사진은 특별 사실과 관계 없음.)
대구과학대학교 간호학과-아주대 의과대학 협업수업 모습.(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간호학과 현실 맞지 않은 평가지표까지 충족해야 = 또한 구조개혁과 재정지원사업의 근거자료가 되는 각종 평가 기준은 간호학과 단독대학의 현실과는 맞지 않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한 예로, 간호학과 단독대학은 지난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사업)에서 간호학과가 NCS 유보학과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국고사업 평가 기준은 NCS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이뤄져 불이익을 받았다. 한 간호대학은 NCS를 포기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NCS를 국고사업 준비용으로만 여겨 사업계획서에만 활용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도 모든 평가기준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지는 창업 부분 지표는 간호학과의 현실에 맞지 않다. 간호학과는 창업보다는 병원 취업을 통해 학생 진로의 확장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학과 졸업생들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조산사‧산업간호사‧보험심사분야 간호사‧해외간호사‧보건교사로 진출하고 있다. 창업보다 취업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창업지원 평가 지표 때문에 간호학과 단독대학들까지 취‧창업센터를 만들고, 창업 프로그램 실적을 위해 인력을 배치,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간호학과에서는 진로지원 관련 평가지표도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입학 당시부터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들어온 학생들에게 진로탐색지원 프로그램은 맞지 않는다.

■재정적 어려움도 커···지원 부족으로 교육 질 저하 우려 = 간호학과 단독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은 교육의 질 하락과 직결된다. 이는 우리나라 보건 인력의 질 저하와도 연결된다. 전문대학 소속 4년제 간호학과 단독대학의 경우 교원‧시설‧교육과정 등이 일반대학과 동일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은 일반대학 간호학과의 88.2%에 불과하다. 등록금은 11년째 동결이다. 정부는 국가장학금 2유형과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등록금 인상과 연계해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통제하고 있다. 이에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와 물가상승률은 등록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간호학과 단일대학만 놓고 보면, 서울의 S대와 광주의 J대의 경우 등록금 수입은 2011년 대비 2017년에 각각 5600만원, 6800만원씩 감소했다. 그러나 고정자산 매입 취득 지출을 제외한 실질운영수입 대비 실질운영지출은 2011년에 상승했다. J대는 76.5%에서 93.8%로, S대는 86.0%에서 93.9%로 상승했다. 즉 수입은 지출로 거의 소진된 것이다.

반면 재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는 기계 기구, 집기 비품, 도서의 고정자산에 대한 지출은 2011년 대비 2017년에 S대는 14억원, J대는 12억원이 감소했다. 재학생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직접적 고정비에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실습 조교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간호학과는 1000시간의 임상실습과 교내실습을 해야 한다. 이때 교내실습 지도 조교는 반드시 간호사 자격을 가진 임상실습 유경험자여야 한다. 그러나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 이 조건을 충족한 조교의 급여는 간호사 초봉의 71.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조교 채용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채용됐다고 하더라도 채용 연기와 이직이 빈번해 공백이 발생한다.

학생들의 실습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임상실습 산업체인 병원에서는 지속적으로 학생 실습비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매년 학생 실습비가 1000만원 정도씩 늘고 있다. 2017년에 비해 2019년에는 23.2%의 실습비가 상승했다. 그럼에도 대학은 학생 실습이 필수이기에 산업체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15만명의 간호사가 부족하지만, 간호학과 단독대학들은 오히려 교육부 주도의 정원감축을 해야 했다. 2015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일환으로 4개 학교가 총 47명의 정원을 줄인 것이다. 이는 188명의 등록금 수입 감소 효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들에 재정적 어려움을 야기할 뿐 아니라 간호 인력 부족이 예상, 인력을 늘려야 하는 국가 의료보건 정책과 역행하는 것이다.

이런 기조가 계속되면 50여년의 교육 노하우를 가진, 간호교육으로 특성화된 간호학과 단독대학은 입학정원을 줄이게 된다. 간호인력 양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전국의 4개 간호학과 단독대학은 4년제 학제를 갖고 일반대학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의 질과 신입생 충원, 재학생 충원, 국가고시 합격률, 취업률 등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또한 어떤 기준보다도 엄격한 간호교육인증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간호학과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괄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결국 이들 대학에 재정 압박을 가하고 교육의 질 저하를 야기한다. 그렇다면 사회에는 어떤 이익이 되는지 되묻고 싶다. 교육부는 오히려 간호교육에만 50여 년간 매진한 간호학과 ‘강소대학’의 애로사항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더 좋은 간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대학 내에서 일반대학과의 차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간호학과 단독대학에 대해서는 전문대학 안에서조차 목소리가 잠겨버린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간호학과 단독대학은 국가 보건의료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간호인력을 양성한다. 간호학과 단독대학에 대한 정부와 평가기관들의 배려가 아쉽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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