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삼육보건대학교 교수)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지난 10일 부산에서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연찬회가 개최됐다. 동계연찬회에서 황선하 아자스쿨 의장이 ‘글로벌 창업기지 선전 vs 대한민국 스타트업 성지 테헤란’이라는 주제발표를 들으면서 전문대학 직업과 진로교육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선전의 경우 용산의 10배가 넘는 ‘세계의 전자부품 상가, 화창베이’ ‘당과 함께 창업을(跟党一起创业), 창업을 통해 대중 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을 기치로 여러 ‘창업지원센터와 보육기관 200여 개가 모여 있는 남산소프트웨어산업단지’, 거지조차도 페이(알리·위챗)를 통해 동냥을 하는 화폐리스 사회, 대중교통은 이미 100% 전기차화된  친환경 도시, 그리고 중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 이런 인프라 속에서 선전은 텐센트, DJI, BYD, 화웨이 등을 키워내며 경제적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이를 통해 1인당 GDP 1위, 도시경쟁력 1위, 중국 내 수출 규모 1위, 500대 기업 200개 진출, 중국 창업 1위, 중국 인구밀도 1위 등의 지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필적할 한국 스타트업의 성지는 테헤란로라 할 수 있다. 테헤란로에는 주요 벤처캐피털의 80%, 주요 엑셀러레이터의 58%, 2018년 10억원 이상 투자 받은 벤처기업의 30%, 100억원 이상 투자 받은 기업의 33%가 위치하고 있다. 1800여개의 벤처기업과 약 15만 명의 청년들이 투자유치와 사업의 성공을 위해 데모데이, IR 등 매일 3번의 기회에 도전하고 있다.

선전과 테헤란로에 창업자와 벤처기업이, 아니 젊은 청년들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곳의 공통점은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촘촘한 인프라와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선전에서는 청년들이 상상만 하면, 다양한 지원기관들이 제품화, 마케팅, 투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테헤란로에는 투자를 유치해 성공에 이를 수 있는 네트워크가 어느 곳보다 잘 갖춰져 있다. 청년들은 이곳에 있는 것, 그 자체가 자부심인 듯하다.

우리 대학들의 창업이나 진로 관련 부서들은 대학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으며, 그곳에서는 실제로 청년들에게 수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가? 혹시, 창업보육센터와 메이커스페이스 등 공간만 만들어 놓고 학생들이 적극적이지 않다고 탓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대학 시스템의 미작동 현상은 결국 대학 교수와 책임자들의 경험 부족과 이로 인한, 상상력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선전과 테헤란로에 대학과 청년의 미래에 대한 키가 숨어있다. ‘경험하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고, 상상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는 표현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며 교직원, 그리고 청년들의 경험과 상상이 대학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부 또한 청년들의 진로와 창업에 대한 양적인 평가와 실적만을 중시해, 결과적으로 대학이 형식적 성과에만 집중하게 한 데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대학들의 창업과 직업교육의 발전을 위해 선전의 성공사례들을 기반으로 요인을 분석하고, 테헤란로 벤처기업들의 현장을 찾아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해, 교직원의 상상력과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국을 넘어선 지 5년”이라고 말하는 선전 대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2020년 새로운 계획을 앞두고 대학교육 혁신을 위해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만 집중을 했다면, 이제는 초고객만족의 시대에 ‘학생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고민하고 있다. 애자일 방법론으로 무장하고 초타켓팅과 마이크로 매니징으로 엣지를 살린 초정밀 특화 전략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이제 책도 귀로 듣는 시대, 오디오북 시장이 커지는 이면에는 책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쉬기 위한 것도 있다. 런던 정경대의 테리 에릭슨 교수에 따르면 “20대에 대기업에 입사해 서른 살까지 열심히 일하며 해당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 지식과 능력을 갈고 닦는다. 서른 살에는 1년 동안 일을 쉬면서 여행을 다니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그리고 서른한 살에 다시 다양한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경험을 쌓는 과정을 반복한다. 현대의 직장인들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적당한 시점에 새로운 분야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자기성찰의 시간을 마련하며 자원봉사에도 참여하는 1년 정도의 갭이어를 통해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유연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근로 형태도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미래 직업교육과정도 새롭게 변화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