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재부는 대학가의 현실을 직시하라
[사설] 기재부는 대학가의 현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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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학가의 현주소는 ‘위기’다. 반값등록금정책으로 대학 재정이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간섭과 통제가 강화되며 자율이 실종되고 있다.대입제도는 정치논리에 휘말리며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선진국의 대학은 정부 지원과 자율 혁신을 토대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학은 현상 유지는 커녕 뒷걸음질치고 있다.

교육부가 항상 도마 위에 오른다. 당연하다. 교육주무 부서라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학가 위기의 꼭지점에 진짜 원인이 있다. 바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다. 지금 대학가의 불만과 불신이 교육부를 넘어 기재부를 향하고 있다.

무슨 까닭인가. 교육주무 부서도 아닌데 기재부가 어찌 대학가의 지탄을 받는가. 기재부 주요 업무의 하나가 전략적 재원 배분과 배분 예산의 성과평가다. 따라서 기재부는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의 예산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 예산을 배분하고 부처별 예산 실적을 평가한다.

그런데 배분 예산의 성과평가에서 파열음이 발생한다. 즉 기재부는 교육부의 예산 평가에서도 성과를 잣대 삼고 있다. 교육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씨를 뿌리고 열매를 맺기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은 ‘인풋’ 대 ‘아웃풋’의 개념으로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다.

하지만 기재부가 교육정책도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니, 고등교육정책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을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성과로 자부한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을 거론할 때마다 ‘대학의 자율 혁신’을 강조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이 기존 목적성 사업과 달리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목적성 사업은 지원금 사용이 제한된다. 반면 일반재정지원사업은 지원금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다.

대학들은 △인건비 △장학금 △교육·연구프로그램 개발·운영비 △교육·연구환경 개선비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운영비 △기타 사업 운영 경비(여비, 교육활동 지원비, 학술활동 지원비, 도서 구입비, 일반 수용비, 홍보비, 회의비, 행사 경비) 등에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재부가 개입하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본질이 퇴색됐다. 기재부가 성과평가를 강력하게 요구한 결과다. 결국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연차평가가 도입됐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별도 평가 없이 사업비를 배분했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연차평가를 실시한다. 더군다나 연차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비가 차등 배분된다.

그러다 보니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대학들은 2020년 연차평가 실적 쌓기에 분주하다. 교육의 특성상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설계하고, 교육의 질 향상과 대학 혁신을 위해 사업비를 투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연차평가를 감안하면 장기적 접근은 어불성설이다. 단기적 성과가 시급하다. 만일 기재부가 연차평가를 요구하지 않고 당초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취지대로 3년의 기간을 보장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으리라.

기재부에 촉구한다. 고등교육정책뿐 아니라 교육정책을 성과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 만일 일정 기간을 보장했음에도 불구, 사업 성과가 미흡하거나 사업비 사용이 불투명하면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면 될 일이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의 대학가는 위기가 고조되며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인내를 갖고, 대학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재부의 시각이 올바르게 대학을 바라보기를 재차 주문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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