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웨인(Karl Wayne) 한국외대 일본언어문화전공 3학년

칼 웨인(Karl Wayne) 한국외대 일본언어문화전공 3학년
칼 웨인(Karl Wayne) 한국외대 일본언어문화전공 3학년

한국 오기 전에는 집이 그리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집에서 떨어져 사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집에 있으면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생각이 안 맞아 싸우는 일이 많습니다. 한국 오기 전에는 대학 다니는 5년 내내 집에 안 가고 한국에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처음 2년은 괜찮았습니다. 동생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 1주일 정도 갔다 온 걸 제외하고는 거의 2년 동안 고향에 가지 않았습니다.

2017년에는 가족과 떨어져 처음으로 혼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에 독감에 걸렸습니다. 목이 아프고, 열이 나고, 온몸이 쑤셔 침대에 가만히 누워만 있었습니다.

목이 아파 말하지도 못해서 부모님과 통화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잘 울지 않지만 그날 너무 외롭고 서러운 나머지 펑펑 울었습니다. 홀로 기숙사에서 끙끙 앓는 와중에 문득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밸런타인데이와 다름없이 ‘커플 홀리데이’로 느껴져 마법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조차 보내지 못해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을 다시금 자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내년에는 크리스마스를 고향에서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한국을 아주 좋아합니다. 한국 생활 3년차밖에 안 됐지만 서울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할 정도로 지금까지 유학 생활이 즐거웠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계속 한국에서 살 생각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서울에서 사는 게 맞고 편할지라도 한국은 외국이고 저는 외국인입니다. 아마 다른 나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유학하거나 살아본 친구들은 공감할 것입니다. 저의 두 번째 집은 저의 고향과 상당히 다릅니다.

친한 친구가 대구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끔 고향에 내려가 재충전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합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향수병을 느끼는데, 외국에서 생활하면 얼마나 외롭겠습니까. 그래서 방학 동안 미국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쉬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시 상쾌해진 상태에서 유학 생활을 마저 열심히 끝내 한국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갈 것입니다.

※ 〈유학생 단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칼럼입니다. 대학생활이나 한국생활에서 느낀 점, 유학 생활의 애환, 그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opinion@unn.net 자세한 문의는 02-2223-5030.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